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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0.01초의 과학이 승부를 결정한다

등록 2008-08-06 17:47

0.01초의 과학이 승부를 결정한다
0.01초의 과학이 승부를 결정한다
과학향기
북경올림픽 현장, 400m 남자 수영 결승전을 앞두고 수영 경기장은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금메달 예비후보에 대한 각국 취재진들의 취재 열기도 뜨겁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된다.

아나운서 : 여기는 북경 올림픽 현장입니다. 곧 400m 남자 수영 결승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 것인지, 떨리는 마음으로 경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지금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해설자 : 선수들 몸을 풀고 있습니다. 슬슬 트레이닝복을 벗고 수영복 차림을 하는군요. 역시~ 올해도 전신 수영복이 대세입니다. 선수들 경쟁도 경쟁이지만, 올해 수영 금메달은 어떤 수영복이 따게 될지, 수영복 경쟁도 참 흥미롭습니다.

아나운서 :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선수들 수영복이 각양각색이네요.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도 있고, 반신 수영복에, 반바지, 팬티 수영복만 입은 선수, 마치 수영복 패션쇼에 와 있는 기분입니다. 부끄럽지만 이제까지 전 수영복은 신체를 가리는 옷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말입니다. 수영복에서 신소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지요?


해설자 : 그렇죠, 패션쇼보다는 과학쇼가 더 어울린다고 봅니다. 지금 이 수영 결승전은 선수들의 기량을 다투는 자리이면서 동시에 물의 저항을 최대한 줄이는 수영복 과학의 경연장이니까요. 수영은 0.01초가 승부를 결정합니다. 0.01초면 2.5cm를 갈 수 있는 시간이죠. 이렇게 짧은 시간에 승부가 결정되니 수영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나운서 : 수영복의 역할이 그렇게 중요하군요. 저 다양한 수영복 중에서 어떤 수영복이 가장 뛰어난 기량을 발휘합니까? 보기엔 전신 수영복이 가장 눈에 띕니다만…

해설자 : 전신 수영복은 이미 명성이 높지요. 시드니 올림픽에서 전신을 감싸는 올인원 수영복이 등장했을 때 모두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 독특한 외모보다 더 놀라운 건 기록이었죠. 전신 수영복을 입은 이언 소프 선수는 세계신기록을 3개나 세우며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당시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은 17개 종목에서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아나운서 : 언뜻 보기에는 답답할 거 같은데, 입기도 불편할 것 같고요. 어떻게 속도가 나는 걸까요?

해설자 : 사실 입기는 꽤 불편하다고 해야겠죠. 입는데 10분이 넘게 걸리고 도와주는 사람도 네 명이나 필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불편을 감수할 가치가 충분하죠. 몸 전체를 감싸 근육의 떨림을 막아 피로를 덜 느끼게 되고, 코팅 처리된 표면은 원래 피부보다 훨씬 매끄러워 물을 튀겨 내기 때문에 물의 저항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나운서 : 벗는 게 저항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군요. 저는 전신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 선수 모습을 보면 상어가 떠오릅니다. 물살을 가르는 검푸른 상어, 말하고 보니 조금 무섭기도 하네요.

해설자 : 하하, 너무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데요. 저 전신 수영복은 사실 상어에게 도움을 받은 기술입니다. 상어의 표면은 매끄러워 보이지만 작은 삼각형 돌기들이 나있습니다. 전신 수영복도 마찬가지로 작은 삼각형 돌기가 나 있어, 물과 표면 마찰력을 5% 줄여줍니다. 물이 피부에 닿을 때 소용돌이가 발생하는데, 이 돌기가 그 소용돌이를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골프공의 표면도 마찬가지의 원리로 만들어진 겁니다. 매끈한 표면보다 울퉁불퉁해 보이는 게 저항을 덜 받고 멀리 날아가죠.

아나운서 : 그렇군요, 상어의 피부라니, 바다에서 가장 빠른 상어를 이용한 기술이로군요?

해설자 : 물론 상어는 바다의 포식자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하지만 가장 빠른 건 아닙니다. 바닷속 수영 속도로 보자면 상어는 8위 정도지요. 황새치, 다랑어, 범고래, 돛새치 등이 상어보다 빠릅니다. 그러니 앞으로 돛새치나 황새치의 비늘 모양을 활용한 더 빠른 수영복이 나올 가능성도 있지요.

아나운서 : 네, 같은 전신 수영복이라도 지난 몇 년간 새로운 기술이 많이 개발되었겠지요? 4년 전 올림픽과 달라진 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해설자 : 올해 2월에 첫선을 보인 스피도사의 LZR Racer(레이저 레이서)가 단연 눈에 띕니다. 이 수영복은 5개월 만에 세계 신기록을 38개나 갈아 치웠어요. 신기록 수영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초음파로 섬유를 이어 붙여 봉제선이 없고, 경계선은 방수소재 직물을 사용해서 기존 수영복에 비해 마찰을 24% 줄였습니다. 부력은 향상되고 마찰은 줄이고, 결과적으로 전체 속도가 2% 정도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움직임이 활발한 무릎에는 실리콘을 넣어 주름이 잡히는 것을 방지하고, 발목을 감싸는 부분도 실리콘 소재를 사용하는 등 부위별로 다른 소재와 기능을 배치했어요. 나사(NASA)와 공동으로 개발한 첨단 과학의 산물이죠.

아나운서 :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수영복이로군요. 저 팬티 수영복을 입은 선수는 마치 상어들 틈에 낀 순진무구한 돌고래같이 보이네요. 과연 전신 수영복을 입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해설자 : 일단 출발이 좋아야겠지요. 뒤에서 따라가려면 앞서 가는 선수가 만들어낸 물살과도 싸워야 하기 때문에 저항이 더 커지니까요. 그리고 제아무리 상어 비늘을 단 선수라고 해도 궁극적으로 승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땀입니다. 더 좋은 수영복이 도움을 줄 수는 있겠지만 없던 실력을 생기게 해주는 마법은 아니니까요. 혹시 모를 일입니다. 이 모든 과학적인 노력이 허무하게 평범한 팬티 수영복을 입은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도 있어요. 그게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겠죠.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과학향기 출처 :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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