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이 세계 최초로 내놓은 리얼 3D 카메라 ‘파인픽스 리얼 3D W1’ 출시 행사가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삼차원 카메라·영어회화 내비게이션 등 출시
디지털기기 마케팅, 핵심보다 부가기능 앞세워
디지털기기 마케팅, 핵심보다 부가기능 앞세워
“이 내비게이션은 ○○기능도 있구요, ○○도 됩니다~.”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 ‘깜빡 홈쇼핑’에서 개그맨 안상태가 팔았던 제품을 연상시키는 마케팅이 전자업계에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시중에 나오는 디지털 기기는 제품의 핵심기능보다 신개념 부가기능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후지필름이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제품 발표회에서 내놓은 ‘3차원 디지털카메라’가 대표적인 보기다. 두 개의 센서와 렌즈로 동시에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해 전용안경 없이도 입체감있는 사진을 만드는 ‘파인픽스 리얼3D’는 다음달 중순 출시될 예정이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은 지난 25일 디카 전면에 별도의 엘시디를 달아, 셀프촬영 맞춤형 ‘블루 미러’를 내놓았다. 내비게이션 업체인 파인디지털은 최근 영어회화 학습기능을 갖춘 ‘파인드라이브 아이큐(iQ) 스페셜’을 내놓았다. 이들은 제품 홍보에서도 카메라로서의 촬영 품질이나 길 찾기 기능보다 새롭게 채용된 부가기능을 부각시키고 있다.
누구나 갖고 다니는 휴대전화는 다양한 부가기능의 최대 실험대상이다. 엠피3 플레이어, 폰카메라 등은 휴대전화의 필수기능이 된 지 오래다. 최근 ‘햅틱 아몰레드’를 크게 히트시킨 삼성전자는 능동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를 적용한 제품을 3세대에서 2세대 제품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하며 ‘보는 휴대전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세계적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전자책 시장에 선보인 제품도 본연의 읽는 기능보다 ‘쓰는 기능’이 강조된 ‘전자수첩’ 용도를 내세웠다. 기술 발달로 하나의 제품에 다양한 기능이 부가되는 경향은 디지털 기기 분야에서 오랜 추세였지만, 최근에 눈길을 끄는 것은 부가기능을 본질 기능보다 더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기술력에 기반한 강자가 지배하는 시장에 후발주자가 자주 쓰는 마케팅 전략이다. 실제로 삼성·엘지전자 등은 유럽과 북미 휴대전화 시장에서 다양한 컨버전스 기능의 제품으로 노키아·모토롤라 등 글로벌 기업이 지배하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업체간 기술력 차이가 줄어듦에 따라 기능보다는 뛰어난 디자인과 콘텐츠 차별화가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고 필수기능 위주로 가격을 크게 낮춘 넷북 등도 컨버전스 추세 속에서 성공 아이템이다.
한영수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휴대전화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기능 경쟁은 더이상 주된 흐름이 아니다”라며 “아이폰과 앱스토어처럼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등을 통한 차별적 서비스를 경험하게 해주는, 사용자 경험의 차별화가 주된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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