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동일본 대지진 때, 지진파의 일종인 표면파들이 모두 합쳐 지구를 5바퀴 이상 돈 뒤에 멈출 만큼 지진의 위력이 강력했다고 24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지진 당일 일본 나가노시 마쓰시로 지역 기상청 지진정밀관측실이 지진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지진 당시 발생한 2개의 표면파가 지구를 한바퀴 돌아,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온 기록이 모두 5차례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표면파는 태평양과 아시아 대륙 방향 양쪽으로 뻗어나간 뒤, 2시간30여분 간격으로 지진계를 거쳐간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파는 지구 내부 깊숙한 곳에서 움직이는 중심파와 달리, 지구 표면을 따라 느리게 움직이는 대신 파괴력이 커 건물 등에 직접 피해를 입히는 지진파의 일종이다. 지구의 둘레가 4만여㎞인 점을 고려하면, 이번 표면파가 시속 1만6000㎞의 속도로 지구를 돌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한개 표면파의 이동 거리가 무려 10만여㎞에 이를 만큼 지진 당시 발생한 힘이 강력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2월 칠레 대지진(규모 8.8)과 2004년 12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대지진(규모 9.1) 때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지구 전체가 미묘하게 요동치는 ‘지구 자유 진동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카미 나오야 지진정밀관측실장은 “비슷한 규모의 지진과 견줘봤을 때, 지구 자유 진동 현상은 1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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