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지능은 원숭이 수준”
뉴질랜드 연구팀 실험 입증
뉴질랜드 연구팀 실험 입증
비둘기의 숫자 지능이 원숭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22일 비둘기가 숫자에 대한 추상적 규칙을 배울 수 있으며, 이런 숫자 지능은 영장류인 붉은털원숭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오타고 대학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시사주간 <타임>이 발표한 세계대학 순위에서 114위를 차지했다.
비둘기들은 스크린에 비친 점들의 그룹을 낮은 숫자에서 높은 숫자 순으로 쪼아댈 수 있었다. 다른 색깔과 다른 모양의 아이템들을 낮은 숫자와 높은 숫자로 그룹 지어놔도 일년가량 훈련을 거치면 순서대로 배열할 수 있었다. 이들은 1보다 2가 많고, 2보다 3이 많다는 것은 물론, 6보다 9가 많다는 것을 깨칠 수 있었다. 붉은털원숭이도 마찬가지 능력을 가졌다는 게 1990년대 실험에서 입증됐는데, 당시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미국 듀크 대학 심리학·뇌과학 교수인 엘리자베스 브래넌은 “연구 결과가 대단히 인상적”이라며 “비둘기가 이룬 성과는 원숭이와 꼭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숫자 지능 실험은 9 이하의 숫자 안에서만 이뤄졌다.
조류의 지능은 아프리카 회색 앵무새가 상당한 언어 능력이 있고, 미국 어치가 음식물을 숨겨둔 장소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능력이 있으며, 뉴칼레도니아 까마귀가 집을 짓기 위해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것 등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실험 결과 발표를 통해 숫자 지능도 상당한 수준이란 점이 드러난 셈이다.
오타고 대학 실험팀의 박사후 연구원인 다미안 스카프는 “조류와 영장류는 약 3억년 전에 공통된 조상을 두고 있는데, 이런 고대 조상 생물한테 숫자 지능이 있었는지, 진화로 두 생물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각자 숫자 지능을 발전시킨 것인지 현재로서는 확신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런 숫자 지능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크기 때문에 저마다 이런 지능을 발전시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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