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미래&과학 과학

우리의 운명을 결정하는 별은 무엇일까

등록 2014-06-27 18:52수정 2014-06-28 14:21

중국의 시인 두목이 자신의 인생을 관장하는 별자리로 여긴 ‘각(角)자리’는 황도12궁 중의 하나인 처녀자리(Virgo)다. 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나선은하 NGC 5806인데, 처녀자리를 이루는 은하 중 하나다. 나사
중국의 시인 두목이 자신의 인생을 관장하는 별자리로 여긴 ‘각(角)자리’는 황도12궁 중의 하나인 처녀자리(Virgo)다. 사진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찍은 나선은하 NGC 5806인데, 처녀자리를 이루는 은하 중 하나다. 나사
[토요판]
점성술
▶ 여러분의 별자리는 무슨 별자리인가요? 자기 생일 근처에 자기가 속한 별자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탄생 별자리는 태양이 그 별자리를 지나가는 시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밤하늘에 보이지 않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별자리가 자신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믿음을 가진 사람이 상당한 모양입니다. 띠별 운세와 함께 별자리 운세는 잡지의 단골 코너지요.

중국 한나라가 세워진 해(BC 206년)의 10월에, 다섯 행성이 동정(東井)이라는 별자리에 모였다. 역법으로 계산해보니 목성이 이 위치에 먼저 들어가자 나머지 네개의 행성이 목성을 따라서 모여든 상황이었다. 당시에 널리 알려진 점성술에 따르면, 동정이라는 별자리는 곧 멸망할 진나라에, 목성은 한나라를 세운 유방에, 그리고 네개의 행성은 유방을 따르는 제후들에 대응하였다. 그리하여 당시 천체들의 배치 상태는 유방이 여러 제후를 거느리고 진나라를 정벌하여 중국을 통일한다는 것을 예언하는 징조로 해석되었다. 실제로 유방은 중국을 통일하고 한나라의 제왕이 되었다.

중국 당나라 말기의 시인 두목(杜牧, 803~852)은 50살이 되었을 때, 별이 주관하는 자신의 운명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나는 각(角)자리가 지평선에서 떠오를 때에 태어났다. 이 별자리에서 240도 떨어진 곳에는 묘(昴)자리와 필(畢)자리가 있는데, 여기에 토성이 있었고, 화성이 목성을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태수라는 벼슬에서 1년도 안 되어 더 높은 자리로 영전했다. 행운의 별인 목성은 나의 수명을 관장하는 각(角)자리에 복을 가져다주었다. 이번에는 악운의 별인 토성과 화성이 이 별자리에 죽음을 가져와도 어쩔 수 없다. 이제 나는 50살이 되었으니, 나의 수명이 다 된 것이다.” 두목은 이 글을 쓴 얼마 후에 실제로 죽었는데, 그의 나이 50살이었다.

별이 땅의 길흉을 좌우한단 생각
이를 읽어내는 기술이 점성술
동서고금 어느 문명에서나 발생
동양은 국가와 왕의 대사를
서양은 개인의 운명을 점쳤다

태어난 시기 태양과 함께 뜬
황도12궁 중 하나의 별자리가
정해준 나의 운세가 바로 숙명
사주팔자도 해석법만 다를 뿐
결국 개인점성술의 변형이다

황홀한 밤하늘을 보면 저절로…

밤하늘은 인간이 서 있는 땅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데, 여기에 무수히 많은 빛나는 별들이 퍼져 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는 수천개의 별들 사이를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까지 일곱개의 천체들이 날마다 위치를 바꾸어가며 움직인다. 천왕성, 해왕성 등은 맨눈으로는 보이지가 않으므로 전통 시대에 알려진 하늘에서 움직이는 천체는 일곱뿐이었다. 이처럼 점점이 빛나는 별들보다 더욱 밝은 천체들이 하늘에서 방황하는 황홀한 모습을 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별들과 천체들이 지상 세계의 명운을 쥐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천체들이 쥐고 있는 인간의 명운을 읽어내는 기술, 즉 점성술이 동서고금의 어느 문명에서나 생겨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점성술의 두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점성술은 크게 유방의 경우처럼 제왕 혹은 국가의 명운을 점치는 국가점성술과 두목처럼 개인의 명운을 점치는 개인점성술의 두 계통으로 나눌 수 있다. 국가점성술은 중국, 한국, 일본을 포함하는 동아시아에서 발달한 반면, 개인점성술은 고대의 바빌로니아에서 탄생하여 그리스와 로마, 그리고 이슬람을 거쳐 서유럽에 전해져 서양에서 발달하였다. 하지만 그리스와 로마에서 유행하던 개인점성술은 인도에 전해졌고, 불교의 전래를 따라서 8세기께에는 중국에도 전해졌다. 앞서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고 황제에 등극할 것을 예언한 것은 중국의 전통적인 국가점성술인 반면, 시인 두목이 자신의 운명을 예측한 것은 불교의 전래와 함께 들어온 인도계의 개인점성술이었다.

별로부터 읽어내고자 하는 명운이 국가에 관한 것인가 개인에 관한 것인가 하는 점에서 두가지로 구분하기는 했지만, 별이 인간의 명운을 쥐고 있고 인간이 이것을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사실 인류의 모든 점성술은 동일하다. 동서양의 점성술에서는 공통적으로 인간이 천체와 연결되어 있고, 천체의 움직임과 변화가 인간의 명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동양에서는 우주가 기(氣)로부터 생성되었으며, 이 우주의 기를 인간도 공유하므로 우주의 변화는 인간의 명운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다.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점성술사인 프톨레마이오스는 “천상계에서 나온 힘이 지상계에 퍼져 인간에게서 드러난다”고 하였다. 프톨레마이오스가 2세기께에 지은 <테트라비블로스>는 이후 서양의 개인점성술에 관한 한 최고의 경전이 되었다.

점성술은 별과 인간이 연관된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별에서 인간의 명운을 읽어내는 기술 혹은 방법을 제시한다. 동서양의 점성술은 이 기술을 구성하는 몇몇 이론에서는 조금 다르지만, 천체로부터 인간의 명운을 읽어내는 논리 구조에 있어서는 공통적이다. 점성술에서는 먼저 천체들을 인간의 삶에 의미를 지닌 사물로 상징하고, 나아가 이들에게 어떤 행위나 사태를 관장하는 권능이 부여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별들을 연결하여 만들어진 별자리가 의미를 갖게 되고, 이들 별자리는 인간의 명운을 결정하는 권능을 지닌다. 예를 들어 동양의 별자리인 기(箕)자리는 곡식을 까부는 키를 상징하며, 이 별자리는 인간 세계의 바람을 관장한다. 따라서 태양이나 달이 이 별자리에 머물게 되면 지상에 바람이 많아진다고 해석된다. 나아가 별자리 사이를 움직여 다니는 일곱개의 천체들에도 상징적 의미와 권능이 부여된다. 동양의 점성술에서 태양은 임금, 달은 황후를 상징하며, 태양은 세계를 질서있게 하며, 달은 여성의 일을 관장한다. 이제 상징적 의미와 명운을 좌우하는 권능을 지닌 별자리 사이를 일곱개의 천체들이 움직이면서 다양한 점성술적 상황이 연출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생겨난다. 조선 세종 때 점성술 이론을 집대성한 <천문유초>라는 책에는 “수성이 다른 별과 만나거나 빛이 엇갈리면 천하에 큰 난리가 난다” “금성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서 병사를 부리면 모두 길하다”고 하였다. 이처럼 동양의 점성술은 제왕의 죽음이나 모반, 국가의 풍흉(豊凶)이나 오랑캐의 침범 등으로 해석할 뿐 한 개인의 명운에 대해서 해석하지 않는다.

중국 청대의 서적 <도서집성>에 수록된 동양식 호로스코프.
중국 청대의 서적 <도서집성>에 수록된 동양식 호로스코프.
태양은 임금, 달은 황후 상징

반면 서양의 점성술은 개인의 명운을 점치는 체계이다. 서양의 점성술도 동양과 마찬가지로 별자리와 천체들에 각각이 지니는 의미와 인간의 명운을 관장하는 권능을 설정한다. 약 88개에 이르는 서양의 별자리 가운데 특히 중요한 것이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를 따라서 포진해 있는 12개의 별자리, 즉 황도12궁이다. 달과 오행성도 이 별자리를 지나다니기 때문에 서양의 개인점성술에서는 움직이는 천체들이 12궁의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즉 한 개인이 탄생할 때에 태양, 달, 그리고 오행성이 각각 황도12궁의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사람의 명운이 달라지는 것이다. 요즘에는 누구나 자신의 생일 별자리, 혹은 탄생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것은 바로 서양의 개인점성술에서 가장 기초적으로 파악하는 태양의 위치를 말해준다. 생일 별자리는 그 사람의 탄생시에 태양이 위치하는 황도12궁의 자리를 지칭한다. 양, 황소, 쌍둥이, 게, 사자, 처녀, 천칭, 전갈, 궁수(사수), 염소, 물병, 물고기자리의 순서로 포진해 있다. 6월27일이 생일인 사람은 게자리가 탄생 별자리인데 이날 태양이 게자리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게자리는 온화한 기후를 관장하는데, 태양이 이곳에 위치하여 이 별자리의 권능이 발휘되도록 돕는다. 그리하여 이 별자리에서 태어난 사람은 성격이 유순하고 포용력이 있다고 해석된다.

생일 별자리는 간단한 점성법일 뿐이고, 개인의 명운을 구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탄생시의 모든 천체들의 위치가 파악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명운을 가장 크게 결정하는 것은 탄생시에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별자리이다. 이 별자리가 한 사람의 명운을 결정한다고 하여 명궁(命宮)이라고 한다. 앞서 두목의 경우는 각자리였는데, 이것은 서양의 별자리를 중국식 별자리로 변환한 것이고, 황도12궁으로는 처녀자리에 해당한다. 개인점성술로 명운을 점칠 때는 탄생시에 태양이 어디 있었으며(생일 별자리), 그 시각에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별자리가 무엇이었으며, 길한 명운을 주는 금성과 목성이 어느 별자리에 있으며, 나머지 달, 수성, 화성, 토성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를 계산해서 알아내야 한다. 이렇게 알아낸 각 천체의 위치를 호로스코프라고 부르는 그림 위에 적어 넣는다. 이렇게 하여 별자리가 결정해주는 자신의 운명의 부호, 즉 호로스코프가 완성된다. 그러면 호로스코프를 보면서 각 천체들의 의미와 권능이 그들이 위치한 별자리의 그것과 어울리는지 혹은 서로 방해하는지, 또 각 천체들이 떨어진 각도가 상호간에 권능을 증폭시키는지 저해하는지 등을 살펴서 개인의 명운을 해석한다.

별자리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운명의 부호, 호로스코프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궁금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명운을 하늘의 별들이 쥐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면, 누구나 자신의 명운을 점쳐서 알고 싶어할 것이다. 서양에서는 개인의 명운을 점치는 개인점성술이 있어서 이 욕구를 충족시켰지만 동양의 점성술은 개인이 아닌 국가와 국왕의 명운만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동양에서 개인의 미래와 명운을 알고 싶은 이런 욕구는 어떻게 해소하였을까. 필자의 생각에 이것은 두 편에서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서양의 개인점성술을 수용하여 실행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주추명학 같은 개인의 명운 감정법을 개발한 것이다.

8세기 이후부터 인도의 개인점성술이 중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어 크게 유행하였다. 앞서 두목이 자신의 죽음을 예측한 점성술이 바로 이것이다. 중국의 당나라 시대는 물론 그 이후에도, 그리고 일본에서는 13세기까지도 개인점성술이 크게 유행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와 고려시대에 개인점성술이 실행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를 알려주는 자료는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 그런데 국어사전에 “날 때부터 타고난 정해진 운명 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정의되는 숙명(宿命)이라는 말이 있고, 오늘날에도 이것을 운명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필자는 이것이 우리의 역사 속에서 개인점성술이 큰 영향을 미친 증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숙명은 말 그대로 내가 태어날 때 동쪽 지평선에서 막 떠오르던 별자리(명궁)가 정해준 나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한편 사주추명학(혹은 명리학)이 개발되어 유행한 것도 동양에서 개인의 명운을 점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켰다. 생년월일시에 부여된 4개의 간지(干支)를 사주(四柱)라고 하고 여기에 쓰인 여덟 글자를 팔자(八字)라고 한다. 사주추명학에서는 음양오행설에 기초하여 여덟 글자 사이에 나타나는 도와주거나 방해하는 관계를 따져서 개인의 명운을 해석한다. 이 때문에 사주추명학의 표면적인 이론 체계에는 이것이 점성술적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주팔자가 한 인간의 명운을 결정하는 열쇠라는 생각은, 탄생시의 천체들의 배치가 명운을 결정한다는 점성술적 관념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 인간의 사주는 그 사람이 탄생할 때의 우주의 상태를 상징한다고 이야기되는데, 사실 이 우주의 상태는 다름 아닌 천체들의 배치 상태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주추명학에서 명운을 해석하기 위해 종이에 적는 네개의 간지는 개인점성술에서 그리는 호로스코프와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탄생시의 천체들의 배치가 결정해준 한 인간의 운명의 부호인 것이다. 사주추명학이 개인점성술과 다른 것은 이 운명의 부호를 해석해내는 방법일 뿐이다.

전용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동아시아과학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미래&과학 많이 보는 기사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1.

과학자들은 외계인의 존재를 얼마나 믿을까?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2.

영양 가득 ‘이븐’하게…과학이 찾아낸 제4의 ‘달걀 삶는 법’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3.

온 우주 102개 색깔로 ‘3차원 지도’ 만든다…외계생명체 규명 기대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4.

2032년 소행성 충돌 위험 2.2%로 상승…지구 방위 논의 시작되나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5.

시금치·양파·고추…흰머리 덜 나게 해주는 루테올린의 발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