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하늘에 가장 눈에 띄는 은하수와 여름의 대삼각형. 나사에서 촬영한 사진에 별자리 모양으로 그래픽을 더했다. NASA, ESA, 후지이 아키라 제공
[토요판] 별
여름 별자리
여름 별자리
▶ 여름방학 때 시골에 놀러가 하늘 가득한 별을 보고 감탄한 기억이 있나요? 그 자체로도 별은 아름답지만 저 별은 어떤 별인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면 밤하늘은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입니다. 별자리를 밤하늘의 지도, 하늘의 이야기책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잘 보이는 여름 별자리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직녀성, 견우성, 독수리자리, 전갈자리 등 여름 별자리들의 이야기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옛날 옛적에 옥황상제에게 직녀라는 어여쁜 딸이 있었다. 매일 베틀에 앉아 아름다운 베를 짜던 그는 어느 날 은하수 강둑을 따라 양과 소 떼를 몰고 가는 한 잘생긴 목동을 보게 됐다. 견우라는 청년이었다. 금세 사랑에 빠진 이들은 혼인을 하게 됐고, 사랑놀음에 베를 짜는 일도 소를 치는 일도 등한시하게 됐다. 화가 난 옥황상제는 이들을 헤어지도록 벌을 내렸다. 견우는 은하수 건너편으로 쫓겨났고, 직녀는 쓸쓸히 혼자 베틀을 돌려야 했다. 일년에 단 한번, 칠월석날이 되면 까마귀와 까치가 모여 만든 오작교를 건너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들어보았을 견우직녀 이야기다. 가장 멀리는 중국 진나라 시대 서적인 <형초세시기>에서 발견되고, 우리나라에서는 광개토왕 18년(408년) 축조된 대안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에 직녀와 견우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우리 문화의 원형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설화의 유래는 확실치 않지만 오랫동안 별을 바라보던 누군가가 절묘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냈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거문고자리의 직녀성(베가)은 여름밤부터 가을밤에 걸쳐 은하수 서쪽에서 볼 수 있는 별이다. 청백색의 1등성인 이 별은 태양계로부터 거문고자리 방향으로 약 25광년 떨어져 있다. 견우성은 원래 염소자리의 베타(β)별인 다비흐를 가리켰는데, 후대로 오면서 점차 독수리자리의 알파별인 알타이르를 견우성으로 부르게 됐다. 다비흐는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알타이르는 베가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밝게 빛나기 때문이다. 알타이르는 지구에서 16광년 떨어져 있다. 두 별의 거리는 결코 가까워지지 않지만 음력 7월7일께 중천에 자리잡을 때 일년 중 가장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조금 장황하게 견우직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들이 여름 별자리로 떠나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두 별이기 때문이다. 이 두 별과 백조자리의 알파별인 데네브를 여름의 대삼각형(summer triangle)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같은 북반구 중위도에서 이 세 별은 여름밤에 우리의 머리 바로 위에 위치한다. 하늘이 맑은 밤에 고개를 들어보면 은하수와 함께 이들을 볼 수 있다. 이 세 별을 발견했다면 여름밤 별자리로 떠나는 항해는 절반은 성공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은하수 사이에 둔 두 밝은 별
거문고자리 직녀성 베가와
독수리자리 견우성 알타이르
데네브까지 대삼각형 찾기가
여름밤하늘 여행의 시작점 저승의 신 하데스도 감동시킨
오르페우스의 거문고 선율
스파르타 왕비를 유혹하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신
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5000년 전 목동들이 상상한 그림 별자리는 왜 생겨났을까. 별은 옛날 사람들에게 일종의 달력이자 지도였다. 별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를 보고 씨를 뿌려야 할 시기인지를 알았고, 북극성의 위치를 보고 뱃사람들은 방향을 잡았다. 어떤 별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더 쉽게 알기 위해서 별무리들을 구분할 필요성이 생겼고, 거기에 시인의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별자리가 완성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고 있던 목동들이 밝은 별 사이에 가상의 선을 그어 신의 모습, 동물, 도구 등과 연결해 상상해 본 것이 유래라는 정설이다. 별자리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기원전 2세기께에 활동했던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다. 그는 밤하늘의 별들로 이루어진 48개의 별자리를 정리해 <알마게스트>라는 책에 실었다. 이 책에는 천동설, 해·달의 위치, 일식, 월식, 5행성의 위치 등 각종 천문현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돼 있었고, 이슬람 천문학자들은 이 책에 경외의 마음을 담아 ‘최대의 서(書)’란 의미의 알마게스트란 이름을 붙였다. 현재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별자리가 바로 이 책에 설명돼 있다. 구면좌표계 등의 방법을 이용해 별의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된 현대 천문학에서 별자리는 그다지 의미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별을 설명하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현대 천문학에서도 별의 위치를 나타낼 때 여전히 별자리의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밝은 별에는 대부분 이름이 붙어 있다. 태양을 제외하고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겉보기 등급 -1.44), 베가, 카노푸스, 스피카 등등. 그러나 모든 별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베이어 기호’라는 별도의 표기법으로 별의 이름을 붙인다. 하나의 별자리 안에서 가장 밝은 별을 알파라고 하고 그 뒤 밝은 순서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순으로 부른다. 즉 거문고자리의 감마(γ)별은 거문고자리에서 셋째로 밝은 별이라는 뜻이다. 동양에서는 서양과 다른 체제의 별자리를 만들었다. 하늘의 중심에 태미원, 자미원, 천시원 등 삼원을 두고 천구의 적도를 따라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각 7개씩 모두 28개의 별자리를 만들었는데 이를 28수(宿)라고 부른다. 28숙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별자리를 부를 때는 수라고 발음해야 한다. 동쪽은 청룡, 북쪽은 현무, 서쪽은 백호, 남쪽은 주작으로 나누고 그 아래 또 7개씩의 영역으로 나눴다. 엄밀히 말하면 별자리라기보다는 하늘을 28개의 구획으로 나눈 셈이기 때문에 서양의 별자리와 일대일로 대응되지는 않는다. 역사학자이자 천문학자이기도 했던 사마천은 <사기>에 별자리를 설명한 ‘천관서’(天官書)를 싣기도 했다. 하늘의 중심(황제)를 둘러싸고 있는 벼슬아치들이라는 뜻이다. 사수자리의 일부는 남두육성 여름 별자리는 여름에 주로 보이는 별자리들을 뜻한다. 그렇다고 꼭 여름에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을, 겨울 별자리들도 늦은 시간이 되면 볼 수 있다. 그리고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등 북쪽 하늘의 별자리는 일년 내내 볼 수 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탓에 계절별로 다른 별들이 보이지만 북쪽 천정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베가에서 별자리 여행을 시작해 보자. 베가와 그 아래에 작은 삼각형과 평행사변형의 모습으로 연결된 별들을 모아 거문고자리라고 부른다. 서양 사람들은 이 모양을 손에 들고 연주하는 리라(하프와 비슷한 서양의 옛 악기로, 번역할 때 거문고로 이름붙여짐)와 연결시켰다.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태양의 신 아폴론(아폴로)에게 선물한 리라는 음악의 천재였던 아폴론의 아들 오르페우스에게 전해졌다. 오르페우스에게는 에우리디케라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는데 불행히도 뱀에게 물려 죽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아 저승으로 갔고, 저승의 신 하데스와 그의 부인 페르세포네 앞에서 리라를 연주해 그들을 감동시키고 아내를 데리고 떠나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조건은 단 하나 지옥문을 나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옥문에 거의 다다른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뒤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버렸다. 실의에 젖은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연주하며 떠돌아다녔고 트라케 여인들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리라는 혼자서 계속 슬픈 음악을 연주했다. 제우스는 그 리라를 하늘에 올려 사람들이 영원히 그의 음악을 기억하게 했단다. 거문고자리에서 은하수를 마주하고 백조자리가 있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의 저자 이태형 교수는 여름 별자리 중에서는 백조자리가 가장 그럴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견우성 알타이르를 백조의 엉덩이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의 별과 이으면 날개를 활짝 펼치고 길고 아름다운 목을 자랑하며 은하수 위를 날고 있는 백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 백조자리는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백조로 변신해 날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레다는 백조로 변한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2개의 알을 낳았는데 거기서 나온 여자아이 헬레네는 절세의 미인으로 자라나 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됐다. 스파르타 왕의 비가 된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한테 납치되는 바람에 그리스 동맹군과 트로이의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백조로 변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는 레다의 모습은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 남겨졌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여름의 대삼각형 마지막 별인 알타이르는 독수리자리에 있다. 알타이르는 독수리의 눈이라고 생각하고 아래로 쭉 뻗은 몸통과 옆으로 활짝 편 날개를 상상하면 독수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이 별자리 또한 ‘전설적인 바람둥이’ 제우스의 엽색행각이 얽혀 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의 향연에서 술을 따르는 청춘의 여신 헤베가 다리를 다치자 그 역할을 대신할 사람으로 트로이의 왕 트로스의 아들인 미소년 가가니메데(가니메데스)를 점찍고 독수리로 변해 납치했다. 제우스는 가니메데를 특히 사랑했고, 나중에 그를 별자리로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물병을 든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물병자리의 그 청년이 바로 가니메데다. 가니메데와 제우스의 사이는 아폴론과 히아킨토스(히아신스)와 함께 서양 문화에서 동성애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여러모로 참 대단한 제우스다. 그 외에 찾기 쉬운 여름 별자리는 전갈자리다. 여름밤에 남쪽 낮은 하늘에 에스(S)자 모양으로 늘어선 별들이 바로 전갈자리다. 알파별은 1등성 안타레스인데 이 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함의 대명사로 꼽혔다. 중국에서는 이 별을 화(火) 또는 대화(大火)라고 부르며 불길하게 여겼고, 마야인들도 이 별을 ‘죽음의 신’으로 여겼다. 안타레스가 핏빛의 붉은 별이기 때문이다. 이 전갈에 얽힌 이야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리온을 쫓는 전갈이라는 것만은 공통적이다. 전갈자리가 뜰 때 오리온자리는 서쪽 하늘로 진다. 거대한 밤하늘을 무대로 영원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갈자리 안타레스는 불길함의 대명사 은하수의 한가운데는 사수자리가 있다. 전갈자리의 동쪽, 독수리자리의 남쪽에 있는 별자리다. 우리나라에서는 별자리 전체를 볼 수 없고 절반 정도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대신 우리에게는 남두육성이 훨씬 익숙하다. 사수자리의 일부 별을 따로 동양에서는 남두육성이라고 부른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을 작게 축소한 듯한 남두육성은 죽음을 결정하는 북두칠성과 대비되는, 수명과 장수를 결정하는 별로 여겨진다. 사수자리는 헤라클레스, 이아손, 아킬레우스(아킬레스) 등 여러 영웅의 스승이었던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 케이론(키론)을 나타낸다. 이외에도 헤라클레스자리, 왕관자리, 땅꾼자리와 뱀자리, 돌고래자리, 화살자리, 작은여우자리 등 더 많은 여름 별자리가 있지만 초보자가 찾기에는 쉽지 않다. 4등성 이하의 어두운 별로 이뤄진 별자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중한 누군가와 여름밤의 추억을 길어 올리기에는 앞서 설명한 별자리들로 충분할 터이다. 같은 별자리에 있는 별끼리는 사실 아무런 연관이 없다. 단지 우연히 그런 배열로 우리에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별자리는 서서히 모양이 변하고 있다. 우리 은하가 돌면서 별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만년이 흐른 뒤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양의 별자리를 보게 될 것이다.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만들고 변해 가다가 결국 소멸한다. 바로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참고자료 이태형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조재성 <우주로 가는 항구>, 나카야마 시게루 <하늘의 과학사>, 조상호 <아빠, 천체관측 떠나요>
거문고자리 직녀성 베가와
독수리자리 견우성 알타이르
데네브까지 대삼각형 찾기가
여름밤하늘 여행의 시작점 저승의 신 하데스도 감동시킨
오르페우스의 거문고 선율
스파르타 왕비를 유혹하는
백조로 변신한 제우스신
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5000년 전 목동들이 상상한 그림 별자리는 왜 생겨났을까. 별은 옛날 사람들에게 일종의 달력이자 지도였다. 별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를 보고 씨를 뿌려야 할 시기인지를 알았고, 북극성의 위치를 보고 뱃사람들은 방향을 잡았다. 어떤 별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더 쉽게 알기 위해서 별무리들을 구분할 필요성이 생겼고, 거기에 시인의 상상력이 덧붙여져서 별자리가 완성됐다.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방에 살고 있던 목동들이 밝은 별 사이에 가상의 선을 그어 신의 모습, 동물, 도구 등과 연결해 상상해 본 것이 유래라는 정설이다. 별자리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기원전 2세기께에 활동했던 그리스의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다. 그는 밤하늘의 별들로 이루어진 48개의 별자리를 정리해 <알마게스트>라는 책에 실었다. 이 책에는 천동설, 해·달의 위치, 일식, 월식, 5행성의 위치 등 각종 천문현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돼 있었고, 이슬람 천문학자들은 이 책에 경외의 마음을 담아 ‘최대의 서(書)’란 의미의 알마게스트란 이름을 붙였다. 현재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별자리가 바로 이 책에 설명돼 있다. 구면좌표계 등의 방법을 이용해 별의 정확한 위치를 알게 된 현대 천문학에서 별자리는 그다지 의미있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별을 설명하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현대 천문학에서도 별의 위치를 나타낼 때 여전히 별자리의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밝은 별에는 대부분 이름이 붙어 있다. 태양을 제외하고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겉보기 등급 -1.44), 베가, 카노푸스, 스피카 등등. 그러나 모든 별에 고유한 이름을 붙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베이어 기호’라는 별도의 표기법으로 별의 이름을 붙인다. 하나의 별자리 안에서 가장 밝은 별을 알파라고 하고 그 뒤 밝은 순서에 따라 그리스 알파벳순으로 부른다. 즉 거문고자리의 감마(γ)별은 거문고자리에서 셋째로 밝은 별이라는 뜻이다. 동양에서는 서양과 다른 체제의 별자리를 만들었다. 하늘의 중심에 태미원, 자미원, 천시원 등 삼원을 두고 천구의 적도를 따라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각각 7개씩 모두 28개의 별자리를 만들었는데 이를 28수(宿)라고 부른다. 28숙이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별자리를 부를 때는 수라고 발음해야 한다. 동쪽은 청룡, 북쪽은 현무, 서쪽은 백호, 남쪽은 주작으로 나누고 그 아래 또 7개씩의 영역으로 나눴다. 엄밀히 말하면 별자리라기보다는 하늘을 28개의 구획으로 나눈 셈이기 때문에 서양의 별자리와 일대일로 대응되지는 않는다. 역사학자이자 천문학자이기도 했던 사마천은 <사기>에 별자리를 설명한 ‘천관서’(天官書)를 싣기도 했다. 하늘의 중심(황제)를 둘러싸고 있는 벼슬아치들이라는 뜻이다. 사수자리의 일부는 남두육성 여름 별자리는 여름에 주로 보이는 별자리들을 뜻한다. 그렇다고 꼭 여름에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을, 겨울 별자리들도 늦은 시간이 되면 볼 수 있다. 그리고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 등 북쪽 하늘의 별자리는 일년 내내 볼 수 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탓에 계절별로 다른 별들이 보이지만 북쪽 천정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베가에서 별자리 여행을 시작해 보자. 베가와 그 아래에 작은 삼각형과 평행사변형의 모습으로 연결된 별들을 모아 거문고자리라고 부른다. 서양 사람들은 이 모양을 손에 들고 연주하는 리라(하프와 비슷한 서양의 옛 악기로, 번역할 때 거문고로 이름붙여짐)와 연결시켰다.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가 태양의 신 아폴론(아폴로)에게 선물한 리라는 음악의 천재였던 아폴론의 아들 오르페우스에게 전해졌다. 오르페우스에게는 에우리디케라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었는데 불행히도 뱀에게 물려 죽었다. 슬픔을 이기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찾아 저승으로 갔고, 저승의 신 하데스와 그의 부인 페르세포네 앞에서 리라를 연주해 그들을 감동시키고 아내를 데리고 떠나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조건은 단 하나 지옥문을 나갈 때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옥문에 거의 다다른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잘 따라오고 있는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뒤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버렸다. 실의에 젖은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연주하며 떠돌아다녔고 트라케 여인들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리라는 혼자서 계속 슬픈 음악을 연주했다. 제우스는 그 리라를 하늘에 올려 사람들이 영원히 그의 음악을 기억하게 했단다. 거문고자리에서 은하수를 마주하고 백조자리가 있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의 저자 이태형 교수는 여름 별자리 중에서는 백조자리가 가장 그럴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견우성 알타이르를 백조의 엉덩이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주변의 별과 이으면 날개를 활짝 펼치고 길고 아름다운 목을 자랑하며 은하수 위를 날고 있는 백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 백조자리는 제우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유혹하기 위해 백조로 변신해 날아가는 모습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레다는 백조로 변한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2개의 알을 낳았는데 거기서 나온 여자아이 헬레네는 절세의 미인으로 자라나 트로이전쟁의 원인이 됐다. 스파르타 왕의 비가 된 헬레네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한테 납치되는 바람에 그리스 동맹군과 트로이의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백조로 변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는 레다의 모습은 많은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 남겨졌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여름의 대삼각형 마지막 별인 알타이르는 독수리자리에 있다. 알타이르는 독수리의 눈이라고 생각하고 아래로 쭉 뻗은 몸통과 옆으로 활짝 편 날개를 상상하면 독수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이 별자리 또한 ‘전설적인 바람둥이’ 제우스의 엽색행각이 얽혀 있다. 제우스는 올림포스 신들의 향연에서 술을 따르는 청춘의 여신 헤베가 다리를 다치자 그 역할을 대신할 사람으로 트로이의 왕 트로스의 아들인 미소년 가가니메데(가니메데스)를 점찍고 독수리로 변해 납치했다. 제우스는 가니메데를 특히 사랑했고, 나중에 그를 별자리로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물병을 든 청년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물병자리의 그 청년이 바로 가니메데다. 가니메데와 제우스의 사이는 아폴론과 히아킨토스(히아신스)와 함께 서양 문화에서 동성애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여러모로 참 대단한 제우스다. 그 외에 찾기 쉬운 여름 별자리는 전갈자리다. 여름밤에 남쪽 낮은 하늘에 에스(S)자 모양으로 늘어선 별들이 바로 전갈자리다. 알파별은 1등성 안타레스인데 이 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불길함의 대명사로 꼽혔다. 중국에서는 이 별을 화(火) 또는 대화(大火)라고 부르며 불길하게 여겼고, 마야인들도 이 별을 ‘죽음의 신’으로 여겼다. 안타레스가 핏빛의 붉은 별이기 때문이다. 이 전갈에 얽힌 이야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오리온을 쫓는 전갈이라는 것만은 공통적이다. 전갈자리가 뜰 때 오리온자리는 서쪽 하늘로 진다. 거대한 밤하늘을 무대로 영원한 추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갈자리 안타레스는 불길함의 대명사 은하수의 한가운데는 사수자리가 있다. 전갈자리의 동쪽, 독수리자리의 남쪽에 있는 별자리다. 우리나라에서는 별자리 전체를 볼 수 없고 절반 정도만 볼 수 있을 뿐이다. 대신 우리에게는 남두육성이 훨씬 익숙하다. 사수자리의 일부 별을 따로 동양에서는 남두육성이라고 부른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을 작게 축소한 듯한 남두육성은 죽음을 결정하는 북두칠성과 대비되는, 수명과 장수를 결정하는 별로 여겨진다. 사수자리는 헤라클레스, 이아손, 아킬레우스(아킬레스) 등 여러 영웅의 스승이었던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 케이론(키론)을 나타낸다. 이외에도 헤라클레스자리, 왕관자리, 땅꾼자리와 뱀자리, 돌고래자리, 화살자리, 작은여우자리 등 더 많은 여름 별자리가 있지만 초보자가 찾기에는 쉽지 않다. 4등성 이하의 어두운 별로 이뤄진 별자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중한 누군가와 여름밤의 추억을 길어 올리기에는 앞서 설명한 별자리들로 충분할 터이다. 같은 별자리에 있는 별끼리는 사실 아무런 연관이 없다. 단지 우연히 그런 배열로 우리에게 보이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별자리는 서서히 모양이 변하고 있다. 우리 은하가 돌면서 별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만년이 흐른 뒤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양의 별자리를 보게 될 것이다.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만들고 변해 가다가 결국 소멸한다. 바로 우리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참고자료 이태형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조재성 <우주로 가는 항구>, 나카야마 시게루 <하늘의 과학사>, 조상호 <아빠, 천체관측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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