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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우리가 탑승한 ‘팽창풍선’의 끝은 어디인가

등록 2015-12-04 14:09수정 2015-12-04 15:37

대마젤란은하에 나타난 초신성(SN1987A). 1987년 2월 지구에서 폭발이 처음 관측됐다. 가운데 분홍빛 고리는 팽창하는 별의 가스층이다. 초신성의 폭발은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 제공
대마젤란은하에 나타난 초신성(SN1987A). 1987년 2월 지구에서 폭발이 처음 관측됐다. 가운데 분홍빛 고리는 팽창하는 별의 가스층이다. 초신성의 폭발은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 제공
[토요판] 별 / 우주론 ③ 우주 팽창론과 암흑에너지
▶ 우주는 점점 커지고 있다. 그것도 점점 빠른 속도로. 이 영원한 팽창의 비밀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우린 천동설과 지동설을 두고 논란을 벌였던 과거 우주론의 수준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우주 ‘밖’에 무엇이 있는지, 우주가 왜 팽창하는지는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구와 태양계,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우리가 사는 우주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강환 박사의 우주론 세번째이자 마지막 글이다.

 

우주는 138억년 전 빅뱅으로 탄생해 지금까지 팽창을 계속한다. 우주가 팽창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의문은 팽창의 중심이 어디이며 바깥에는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우주의 팽창에는 중심도 없고 바깥도 없다.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살기 때문에 3차원 공간이 팽창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흔히 2차원 평면인 풍선의 표면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풍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명심해야 할 것은 풍선의 표면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풍선의 표면에 살고 있는 생명체에겐 풍선 표면이 우주 전체이며 풍선의 안이나 바깥은 존재하지 않는다. 풍선 표면에 점을 찍은 상태에서 풍선을 불면 풍선이 커진다. 풍선 표면의 생명체에겐 우주가 팽창하는 것이다.

이 풍선 우주에서 팽창하는 것은 점과 점 사이의 공간(여기서는 평면)이다. 공간이 새롭게 생기는 것이지 어떤 존재하는 공간으로 퍼져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팽창하는 바깥이라는 것은 없다. 풍선 위의 어떤 한 점을 기준으로 잡으면 다른 모든 점들은 그 점에서 멀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점을 기준으로 잡아도 마찬가지다. 모든 점이 중심이 될 수 있으므로 어떤 점도 중심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팽창의 중심도 없다. 2차원 표면의 생명체가 풍선 표면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없듯 3차원 공간에 사는 우리는 우주 공간 전체가 팽창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다시 한번 2차원 표면에 사는 생명체의 관점으로 돌아가 보자. 풍선 표면의 한 점에 위치한 생명체가 주위 다른 점을 본다면 모든 점들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점들이 멀어지는 속도는 모두 다를 것이다. 가까이 있는 점은 천천히 멀어지고 멀리 있는 점들은 빠르게 멀어진다. 더 멀리 있는 점일수록 더 빠르게 멀어진다. 그러므로 우리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면 더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질 것이다. 1929년 에드윈 허블이 관측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우주의 미래, 세가지 시나리오

허블의 관측 이후 우주의 팽창은 우주를 설명하는 이론의 기본 전제가 됐다.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팽창하는 우주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우주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라 할 수 없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은 우주가 점점 커진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우주의 크기가 더 작았다는 의미다. 과거로 갈수록 우주의 크기가 작아진다면 우주가 한 점이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우주가 무한히 작은 한 점에서 출발했다는 빅뱅 이론도 우주가 팽창한다는 발견에서 나온 것이다. 1940년대에 등장한 빅뱅 이론은 1964년 우주배경복사의 발견으로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우주론의 정설이 됐다.

우주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 우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우주의 미래에 대해 3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팽창 속도가 아주 조금씩 느려지면서 영원히 팽창을 계속하느냐, 팽창을 계속하지만 속도가 느려져 거의 0에 가깝게 되느냐, 아니면 팽창 속도가 느려지다 결국 멈춰진 다음 다시 수축하느냐. 이 세 가지 시나리오의 공통점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이다. 빅뱅에 의해 팽창하는 우주는 내부 물질이나 에너지의 중력 때문에 팽창하는 속도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세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맞는지 알기 위해서는 우주의 팽창 속도가 얼마나 느려지는지 알아내면 된다. 팽창 속도가 과거에 비해 천천히 줄어든다면 영원히 팽창할 것이고, 빠르게 줄어든다면 팽창을 멈추고 수축할 것이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얼마나 느려지는지를 알아내려면 현재의 우주 팽창 속도와 과거의 우주 팽창 속도를 구해 서로 비교해보면 된다. 현재의 우주 팽창 속도는 가까이 있는 은하를 관측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의 우주 팽창 속도를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주에서 과거를 본다는 것은 먼 곳을 본다는 의미다. 1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은하의 모습을 지금 보고 있다면 사실은 그 은하의 10억년 전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우주 팽창 속도를 구하기 위해서는 멀리 있는 은하들이 멀어지는 속도와 거리를 구하면 된다. 은하들이 멀어지는 속도는 은하들의 스펙트럼만 분석하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것이었다.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하려면 ‘원래 밝기’가 똑같은 별을 찾아야 한다. 별이 밝게 보이면 가까이 있는 은하이고 어둡게 보이면 멀리 있는 은하다. 한데 원래 밝기가 똑같은 별을 찾기가 어렵다.

우리는 풍선 표면의 한 점에 탔다
풍선은 부푼다, 안과 바깥은 없다
표면의 다른 점과 멀어진다
이것이 우주팽창의 원리
우주물리학 기초가 됐다

다른 점인 초신성 폭발 관측해
우주의 팽창 속도 구했다
놀랍게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엔진은 수수께끼의 암흑에너지
여기까지가 과학이 아는 바다

초신성이 중요한 이유

1990년대가 되면서 특정 형태의 초신성이 멀리 있는 은하까지의 거리를 구하는 데 적합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초신성은 질량이 큰 별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폭발하는 것으로, 폭발 때 밝기가 그 초신성이 포함된 전체 은하의 밝기와 맞먹을 정도로 밝아서 먼 은하에서도 관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초신성으로 폭발하는 별은 질량이 다 다르기 때문에 밝기도 달라서 그대로는 거리를 구하는 데 사용할 수 없다. 다행히도 초신성 가운데 폭발 때 밝기가 거의 일정한 초신성이 있었다.

질량이 큰 별은 초신성으로 폭발하지만 태양과 같이 질량이 작은 별은 폭발하지 않고 백색왜성이 되어 서서히 식어간다. 그런데 만일 이 백색왜성이 혼자가 아니라 이웃에 다른 별이 있다면 그 별에서 방출되는 물질이 백색왜성으로 끌려들어가 질량이 커지게 된다. 이웃별에서 끌려온 물질이 백색왜성에 계속 쌓여 백색왜성의 질량이 특정 한계를 넘어가게 되면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해 폭발하는데 이것을 ‘Ia형 초신성’이라 한다. Ia형 초신성은 특정 한계를 막 넘은 상태에서 폭발하기 때문에 폭발 때 질량이 거의 일정하다. 당연히 밝기도 거의 일정해서 그 초신성이 속한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두 팀의 과학자들이 이 Ia형 초신성을 이용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얼마나 느려지는지를 관측하기 시작했다. 서로 경쟁하던 두 팀은 1998년, 독립적으로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사용한 초신성과 분석 방법은 서로 달랐지만 두 팀의 결론은 정확하게 일치했다. 우주의 팽창 속도는 점점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빨라지고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에 두 팀의 과학자들도 모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관측 결과는 너무나 명백했다. 이대로라면 우주는 영원히 팽창을 계속할 것이며 시간이 갈수록 팽창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빨라진다면 우주의 팽창 속도를 늦추는 중력을 이기고 공간을 밀어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자들은 정체불명의 밀어내는 힘을 만들어내는 에너지에 ‘암흑에너지’(dark energy)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이름은 그 이전에 이름이 붙여져 있던 ‘암흑물질’(dark matter)과 연관돼 지어진 것이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성질은 서로 정반대다. 암흑물질은 눈에는 보이지 않고 중력 작용으로만 존재를 알 수 있는 물질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암흑에너지와는 반대로 우주의 팽창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 우주의 역사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사이 세력 싸움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우주 초기에는 암흑물질의 힘이 더 강해서 팽창 속도가 느려졌다. 암흑에너지는 빈 공간에서 나오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우주의 크기가 작았던 초기에는 그 역할이 크지 않지만, 우주가 팽창하면서 빈 공간이 커질수록 점점 커지게 돼 결국 암흑물질을 이기고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게 됐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줄다리기에서 암흑에너지는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고 최종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 새로운 발견으로 우리는 우주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있게 됐다. 우주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영원히 팽창을 계속할 것이며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주의 미래를 알 수 있게 해준 새로운 발견을 이루어낸 두 팀의 과학자들은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우주 가속 팽창의 발견으로 우리는 우주 탄생과 진화의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했다. 우주는 138억년 전 빅뱅으로 탄생해 지금까지 팽창을 계속해오고 있다. 우주의 팽창 속도는 처음에는 암흑물질 때문에 느려졌지만 암흑에너지의 세력이 커지면서 지금은 가속 팽창하고 있다. 앞으로 우주는 점점 빠른 속도로 영원히 팽창을 계속할 것이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암흑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것은 이제 겨우 시작이다. 우주의 전체적 그림을 이해하긴 했지만 우리는 우리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아직 모른다. 어쩌면 지금까지 우주에 대해 우리가 이해한 것은 우리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낸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현상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란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는 우리는 어쩌면 과거 프톨레마이오스가 행성들의 움직임을 천동설에 끼워 맞추기 위해 ‘주전원’을 도입한 것과 비슷한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가장 엄격하면서도 가장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주 가속팽창을 발견한 것도 과학자들이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관측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만일 어떤 새로운 이론이 나타나 지금까지의 관측 결과를 모두 설명해준다면,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그 이론을 받아들일 것이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를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이들의 정체가 밝혀져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해 좀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강환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전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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