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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과학

‘동물대체시험법’ 공동보조-협력 어렵지만 중요

등록 2018-01-30 13:54수정 2022-08-12 19:06

[인터뷰]
워렌 케이시 미국 대체독성시험방법 평가센터장
대체독성시험방법 평가센터(NICEATM) 구성원들의 단체 사진
대체독성시험방법 평가센터(NICEATM) 구성원들의 단체 사진

동물 실험 또는 시험을 대신하면서도 더 과학적이고 더 정확한 연구결과를 얻으려는 ‘동물 대체시험 연구’는 날로 발전하는 기술을 이용해 생명공학, 독성 연구, 컴퓨터 엔지니어링 등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런 동물 실험 대체 연구 분야를 이끌고 있는 나라들이다. 실험동물을 이용하는 부분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동물 모델 의존으로 인한 과학적인 한계 극복이 주요 원동력이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정부 기관이 독성 분야의 연구 지원을 위해 어떻게 조직적으로 운영되고, 어떤 법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의 국가 독성물질 관리프로그램인 ‘엔티피’(NTP) 산하 ‘범부처 대체독성시험방법 평가센터’(NICEATM)의 워렌 케이시(Warren Casey) 센터장한테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워렌 케이시 센터장은 생화학 학부를 마치고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미생물학과 교수직을 겸하고 있는데, 흔쾌히 이메일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케이시 센터장은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시험방법의 개발에 기여한 사람에게 미국독성학회가 해마다 수여하는 ‘동물복지 증진 상’을 2016년에 받았다. 그를 수상자로 추천한 존스홉킨스대학교 동물대체시험센터장 토머스 하魯(Thomas Hartung) 교수는 케이시 교수가 ‘환자와 소비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타협하지 않으며 동물복지를 반영한 시험법 개발에서 선두자 역할을 해왔다’며 추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미국선 동물대체시험 범부처 협력위원회 운영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서보라미: 안녕하세요, 박사님. 우선 미국의 동물실험 대체독성연구 조직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케이시: 먼저 미국에서 동물대체시험과 관련된 정부 조직은 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드립니다. 우선 두 개의 주요 조직이 있는데요, 하나는 동물대체시험법 검증을 위한 범부처 협동위원회(ICCVAM)가 있고, 두 번째로 국가 독성물질 관리프로그램 산하의 범부처 대체독성시험방법 평가센터(NICEATM)가 있습니다. 구조가 좀 복잡해 아마 처음 듣는 분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을 거에요.

서보라미: 말씀해주신 두 조직인 이크밤(ICCVAM)과 나이시틈(NICEATM)은 어떻게 운영되고 그곳에서는 어떤 연구가 진행되나요?

케이시: ICCVAM은 미국에서 동물실험을 요구하거나 직접 수행하는 16개 정부기관 대표자들이 모인 위원회입니다. 이 위원회는 동물대체시험법의 활용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제언을 하고, 기관들 사이에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 활동을 이끕니다. NICEATM은 미국 독성물질 관리프로그램(NTP) 산하 기관인데요, 동물대체시험 방법의 개발과 평가를 위한 예산을 지원받아 직원 18명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험하는 연구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컴퓨터의 가상공간을 이용해 연구개발 하는 ‘인 실리코(in silico)’ 방식으로 컴퓨터 기반 시험 기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험법 평가를 위한 ICCVAM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NICEATM의 주요 기능 중 하나입니다.

시험관 실험 연구(in vitro)와 컴퓨터 이용 연구(in silico)를 이용해 일종의 파부 알레르기 반응인 피부 감작성[1]을 일으키는 독성의 발현경로[2]를 찾는 과정의 예상도. 동물 실험 또는 시험 없이도 화학물질의 피부 감작성을 정확하게 시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물대체시험 연구자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 이런 예상도를 더욱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출처: “21세기 독성학 기술을 이용한 피부 감작성 예상도”
시험관 실험 연구(in vitro)와 컴퓨터 이용 연구(in silico)를 이용해 일종의 파부 알레르기 반응인 피부 감작성[1]을 일으키는 독성의 발현경로[2]를 찾는 과정의 예상도. 동물 실험 또는 시험 없이도 화학물질의 피부 감작성을 정확하게 시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물대체시험 연구자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해 이런 예상도를 더욱 더 정교하게 다듬기 위한 노력하고 있다. 출처: “21세기 독성학 기술을 이용한 피부 감작성 예상도”

서보라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표준화된 시험 가이드라인으로서 동물대체 시험방법을 정기적으로 공고하고 있는데요, 이런 국제적인 시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에 ICCVAM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케이시 교수의 허가를 받아 발췌[3].
케이시 교수의 허가를 받아 발췌[3].

케이시: 경제협력개발기구와 ICCVAM이 공식 관계를 맺고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 기관 사이에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2016년 미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 참사관이 ICCVAM 위원으로 합류했습니다. ICCVAM과 NICEATM은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양한 전문가 자문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보라미: 미국에서 동물대체시험법 개발을 지원하는 법 규정이 별도로 있나요?

케이시: 네, ICCVAM 관련 법(ICCVAM authorization act)이 2000년에 제정되었는데요, 동물 대체 시험방법 활용과 평가를 촉진한다는 것이 법의 목적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법률인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을 위한 법률’(화평법)과 유사한 미국의 화학물질 관리법(Toxic Substances Control Act) 개정안이 2016년에 의회를 통과했는데, 화학물질 평가에서 환경보호청(EPA)이 동물대체시험법의 활용과 개발을 위한 전략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관마다 다른 규정들로 어려움

2000년 제정된 ‘이크밤(ICCVAM) 권한 법안’의 부분 발췌. 정부 기관들 사이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동물대체시험방법을 검토할 것을 명시하고 이크밤을 구성하는 16곳 정부기관 이름을 나열했다.[4]
2000년 제정된 ‘이크밤(ICCVAM) 권한 법안’의 부분 발췌. 정부 기관들 사이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동물대체시험방법을 검토할 것을 명시하고 이크밤을 구성하는 16곳 정부기관 이름을 나열했다.[4]

서보라미: ICCVAM에서 인정 받는 대체시험이 미국의 다른 정부기관들에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나요?

케이시: 미국의 각 정부기관마다 기존 동물실험 관련 규정에 따라 새로운 시험법을 도입하는 절차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래서 모든 기관들에 공통적으로 받아들여질 대체시험방법 검증이 어렵기도 하지요.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같은 몇몇 기관은 동물실험과 관련된 법이 세부화 되어 있지 않아 대체시험을 받아들이는 데 유연한 반면에 환경보호청처럼 동물실험에 대한 법이 구체적인 경우에는 시험법을 대체하기 위해 좀 더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고요.

서보라미: 한국에서는 기존 동물실험 관행에서 벗어나 이를 대체하려면 정부기관, 산업계, 학계 등의 협력이 더 활발해져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조언을 주실 수 있을까요?

케이시: 다른 정부기관들과의 협력은 미국에서도 쉽지 않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각 기관들이 서로 다른 규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경구 독성에 대한 ‘반수 치사량’[5] 시험을 예로 들면, 동일한 시험의 결과가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품에 ‘삼키면 위험하다’와 같은 경고문의 표시 여부를 결정하거나, 장갑이나 보안경 같은 안전장비로서 무엇이 필요한지 명시하기 위한 판단에도 이용되는 것이죠. 이렇게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각 기관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시험법을 확인하고, 이 시험법이 이용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최대한 많은 기관이 요구하는 접근 시나리오를 결정하고서 될수록 많은 기관의 요구에 충족하는 동물대체시험 검증 방법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초기 단계부터 새로운 대체시험법의 활용도를 다양하게 함께 소통하는 기관일수록 실제 시험 방법의 채택과 활동도 그만큼 성공적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동물실험은 필수”라는 고정관념 넘어야

서보라미: 국제적으로 관련 있는 기관들과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요? 그리고 비동물 시험 연구 분야에서 아시아의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케이시: 제약 분야에서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와, 산업화학, 농업화학 분야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를 통해, 그밖에 동물대체시험법 협약(ICATM)을 통해서 다양한 국제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ICATM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검증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협력기구인데, 아시아, 유럽, 미국을 통틀어 대체시험연구에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ICTAM 회원국으로는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유럽, 캐나다, 브라질이 포함되어 있고, 대만도 이른 시일 내에 회원국으로서 함께 활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ICATM을 경제협력개발기구의 축소판 또는 이전 단계 조직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함께 협력하는 국가들이 각국의 상황에 맞게 대체시험 방법을 평가하여 공통적인 접근 방식을 개발하고, 이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국제 가이드라인으로 채택될 확률이 높아질 수 있지요.

비동물 시험 연구 분야에서 아시아는 최고의 리더십과 잠재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봅니다. 동시에 기존에 해오던 동물실험을 계속해야 한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2009년 한국동물대체시험법검증센터(KoCVAM) 설립은 상당히 고무적이었고, 센터의 향후 연구계획을 들어봤는데 국제적으로 동물대체 시험 분야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활발한 연구 교류를 위해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서보라미: 바쁘신데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케이시: 천만에요, 이렇게 중요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고맙습니다.

[주]

[1] 피부 감작성: 반복되는 생체 접촉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피부 장애로서, 화학물질 등에 대한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 감작성은 피부의 면역반응에 기인해 일어나는 증상으로서 개인 간의 반응 차이가 큰 것이 특징이다. 장기간에 걸쳐 사용하는 화장품을 비롯해 의약품 등의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중요한 시험 항목 가운데 하나다. 화학 물질 독성시험에서는 ‘과민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용어사전 출처: 화학물질정보시스템 http://ncis.nier.go.kr/)

[2] 독성발현경로(AOP)에 대한 원리와 연구는 다음 번 글에서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3] ‘21세기 독성기술을 이용한 피부 감작성 예상도’ 포스터, https://ntp.niehs.nih.gov/iccvam/meetings/sot14/kleinstreuer-poster.pdf

[4] ICCVAM 권한 법안 https://www.congress.gov/bill/106th-congress/house-bill/4281

[5] 반수치사량(50% Lethal Dose): 통계적으로 시험 대상 생물의 50%를 죽게 하는 시험물질의 투여 용량. (용어사전 출처: 화학물질정보시스템 http://ncis.nier.go.kr/)

서보라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한국정책국장 bseo@hs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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