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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침놓는 경락 위치’ 염색실험으로 증명

등록 2010-11-24 09:21수정 2010-11-24 09:25

한의학 과학과 친해지기
한의학 과학과 친해지기
[한의학 과학과 친해지기] ① 프리모관 연구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난해 발표한 국민건강면접조사 결과를 보면, 18살 이상 성인 가운데 38%가 보완·대체의학(CAM)을 이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연간 339억달러(약 40조원)의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세계 보완·대체의학 시장을 2100억달러(약 252조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통의학인 서양의학과 한의학에서는 서로 보완의학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양쪽의 간극이 작지 않다. 의대와 한의대를 모두 졸업한 나도균 대전대 한의대 외래교수는 “억제 위주의 서양의학과 활성 위주의 한의학의 적당한 조화가 가장 이상적인 치료”라고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과학이 서양의학과의 간극을 메워줄 가교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의학의 과학적 접근을 위한 연구 성과를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소광섭교수팀, ‘제3의 관’인 프리모관 검출 성공
한방기기도 숫자 ‘통계화’ 서양의학과 소통 노력

■ 프리모관 연구 소광섭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연구팀은 올해 ‘프리모관’에 관한 논문을 <미국 공공과학도서관회보>(플로스 원) 등 과학기술인용색인(SCI)급 국제전문학술지에만 5편을 제출했다. 1999년에 시작한 소 교수의 프리모관 연구는 한의학의 대표적 과학적 접근으로 꼽힌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한의학물리연구실이 토끼의 뇌 속 제4뇌실과 척추관 사이에서 찾아낸 프리모관. 위 그림은 이를 확대한 사진이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제공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한의학물리연구실이 토끼의 뇌 속 제4뇌실과 척추관 사이에서 찾아낸 프리모관. 위 그림은 이를 확대한 사진이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제공


프리모관은 인체에 혈관과 림프관 이외에 존재하는 제3의 관을 말한다. 경성제대(옛 서울대) 의과대학 출신으로 북한 평양의대 생리학 교수와 국립경락연구원장을 지낸 김봉한 박사가 1960년대에 내세웠던 가설(봉한학설)이지만,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조금씩 증거를 찾아가고 있다. 소 교수는 “동양 전통의학의 하나인 경혈도가 우리 몸에서 (과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며 “그러나 혈관이나 신경보다 더 먼저 생긴 몸 전체의 또다른 순환계가 존재하고, 이것이 피부에 나타난 것이 침을 놓는 자리인 경락이라는 것이 봉한학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올해 9월에는 한국에서 열린 국제학회를 계기로 미국·중국·싱가포르 등 9개국이 국제프리모시스템학회를 발족시켰다. 지난해에는 이전에 ‘봉한관’이라 일컫던 것을 ‘제일·원초·중심’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를 도입해 프리모관이라는 국제용어로 바꿨다.

소 교수 연구팀은 프리모관을 찾기 위해 트리판블루 염색법과 포일겐반응법, 양자점(나노파티클) 주입 등의 실험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연구팀은 소의 심장과 실험용 쥐의 복막에서 현미경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염색을 하면 나타나는 프리모관을 찾아냈다. 2008년에는 토끼의 뇌에서도 검출에 성공했다. 중국에서는 최근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 프리모관을 찾기도 했다.

연구팀 가운데 유일하게 한의사 출신인 최천주 박사는 최근 프리모관의 전기적 반응 특성을 연구했다. 실험용 쥐의 소장 막에서 프리모관으로 추정되는 소체들을 채취해 36도 정도의 영양액으로 적응시킨 뒤 조직에 전극을 꽂아 전기반응을 측정했더니, 일반 근육세포(평활근)와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보였다. 최 박사는 “아직 프리모관만을 특정해 채취할 수 있는 기술이 확립되지 않아 연구 결과만으로 프리모관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며 “그러나 좀더 면밀한 연구를 수행하면 프리모관의 전기적 특성을 정리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 교수는 내년에 정년퇴임을 하면 서울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나노프리모연구센터를 개설해 본격적인 프리모관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 한방 진단기기 경희의료원에서 20여년 동안 한의학에 진단기기 적용을 연구해온 박영배 경희의료원 교수(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장)는 “서양의학은 인체를 화학·물리 등 자연과학으로 설명하면서 투입과 산출이 같다는 환원주의에 기반하는 데 비해 한의학은 음양·오행·기 등 복잡계를 바탕에 두고 사람과 시간의 함수를 함께 가져간다는 데 차이가 있다”며 “한의학에서는 건강과 질병이 하나의 과정이기 때문에 기능이 아니라 성능이 어떤지를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최근 강조되는 근거 중심 의학에서는 숫자나 지표로 얘기해야 남들이 인정하고 데이터로 가공하고 통계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양의학에서 맥이 빠르다 느리다는 ‘단위시간’에 맥박이 얼마나 많이 뛰는지가 기준이지만 한의학에서는 한번 호흡에 맥이 몇번 뛰는지를 진단한다. 한번의 ‘호흡단위’에 4번의 맥이 뛰는 것을 정상치로 놓는다. 맥률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맥박뿐만 아니라 뇌파와 호흡 , 들숨날숨의 온도, 가슴의 근전도 등이 동시에 측정된다. 숨쉬는 것이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에 뇌파로 안정 상태인지 여부를 점검하고, 호흡의 규칙성과 숨의 온도 등을 종합해 환자의 상태를 판단한다. 박 교수는 “과학에서 서로 쉽게 통하는 것이 숫자여서 최근 한의학에서는 진단의료기기를 소통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한다”며 “최근에는 서양의학에서도 맥률 진단기기를 많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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