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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체질진단 프로그램화…‘맞춤의학’ 잰걸음

등록 2010-12-08 09:15

지난 9~10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에서 한 관람객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안면영상진단기를 통해 자신의 체질을 진단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지난 9~10월 충북 제천에서 열린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에서 한 관람객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개발한 안면영상진단기를 통해 자신의 체질을 진단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한의학연 ‘베타버전’ 개발
얼굴형·목소리 등 입력해
정확한 체질구별 가능케
한의학 과학과 친해지기 ② 사상체질의학

현대 서양의학이 추구하는 두가지 연구과제 가운데 줄기세포 연구로 대표되는 재생의학이 봉한학설의 프리모관과 이어져 있다면, 유전자에 근거한 맞춤의학은 이제마의 사상체질의학과 맞닿아 있다. 실험·관찰한 결과의 반복 재현성이 있는 것을 과학이라고 할 때 사상체질의학은 이론과 임상이 있고 반복 재현성이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과학의 범주에 들어간다. 다만, 진단 과정이 한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크게 의존해와 객관화가 부족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2500여명의 임상 결과를 집대성한 체질정보은행을 구축하고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사상의학체질진단 프로그램 베타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베타버전은 우선 전문가들에게 제공돼 한의사들이 환자들의 체질을 구별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게 된다.

한의학연구원은 한의사들의 주관적 판단을 객관화하기 위해 얼굴모습, 목소리, 체형, 설문조사 등을 수집해 이를 통계화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얼굴모습과 체형은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에 서술해 놓은 내용을 근거로 했다. 연구팀은 태음인의 경우 굵고 탁한 목소리를 지닌 반면 소음인은 맑고 높은 목소리를 지녀 서로 구분이 된다는 데 착안해 목소리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체질별로 구별할 수 있는 평소의 생리 및 병증 특성, 식습관, 성격 등을 200여가지로 설문화해 이 가운데 체질 판별에 의미가 있는 30여개 항목을 골랐다.

자료 수집은 전국 사상체질 전문의 20여명이 맡고 있다. 이들은 한의원을 방문한 환자 가운데 자신의 체질에 맞는 한약을 적어도 60첩 이상 복용한 뒤 호전이 명확하게 관찰된 경우만을 체질정보은행에 입력한다. 전문가 회의를 통해 이들 정보 가운데 하위 10%는 걸러냈다. 이렇게 모인 정보를 토대로 진단모델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남자는 83%, 여자는 80%의 정확도를 보였다. 내년 초 진단프로그램이 완성되면 한의사가 정해진 방법에 따라 환자의 얼굴 사진과 목소리, 상체의 체형을 측정한 값과 설문조사 결과를 컴퓨터에 전송하면 2~3분 만에 환자가 어떤 체질일 가능성이 몇 퍼센트인지를 알려준다. 가령 눈 형태가 일자형이면 태음인, 소음인은 곡선형, 소양인은 눈꼬리가 들려 있어, 이런 차이를 수식을 통해 계량화하고, 이런 특징 변수들의 계산값으로부터 체질 점수를 구한 뒤 이를 종합해 체질을 진단하는 것이다.

김종열 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은 “자료를 수집할 때 혈액과 유전자 정보도 함께 수집해 수록하고 있다”며 “이는 향후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접목을 통한 좀더 과학적이고 맞춤의학적인 진단법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 가운데 체질을 결정하는 유력한 후보 2개를 찾아내 연구중이다. 연구팀은 또 피부와 맥진도 체질에 따라 구분이 된다는 점에서 향후 정보은행에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 본부장은 “베타버전을 운용하면서 정보를 추가하고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나면 이르면 2012년께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식 진단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마의 사상체질의학

구한말 철학자이자 의학자인 이제마(1937-1900)가 보통 사람이 성인이 되기 위해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제시한 이론으로, 그가 1894년 펴낸 <동의수세보원>에 서술돼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사람들은 태양, 소양, 태음, 소음 네가지 체질을 갖고 태어나며, 이는 얼굴모습(이목구비)과 체형(폐비간신의 크기)으로 구분된다고 밝혔다. 사상의학의 뿌리를 중국 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 찾기도 하지만 우리 한의학의 독특한 이론으로 근래 들어 국제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외국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전/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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