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만큼 언제든지 투약…‘몸속 약병’ 개발
김진곤 연구팀, 유명저널 발표
우리 몸속에서 언제든지 필요한 만큼의 약물을 분사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약물전달장치가 개발됐다.
포스텍(옛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블록공중합체자기조립연구단의 김진곤(54) 교수 연구팀은 8일 나노(㎚·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작은 구멍들이 나 있는 기공막에 전기를 흘려주면 이 구멍들이 밸브처럼 열렸다 닫혔다 하는 원리를 이용해 약물 분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맥동형 약물전달장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음(마이너스) 전기를 흘려주면 팽창하고 양(플러스) 전기를 흘려주면 수축하는 전도성 고분자(플라스틱) ‘폴리피롤’을 나노 기공막에 붙여 길이 3㎝, 지름 7~8㎜의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인공심장(약 3볼트)보다 낮은 1볼트 이하의 전기를 흘려줘도 0.1~1초 만에 반응해 필요한 때에 원하는 시간만큼 구멍을 열어 약물이 흘러나가게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일정한 시간 동안 정해진 양의 약물을 투여해야 해 정기적으로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임, 성장장애, 갑상선병, 당뇨, 골다공증 등 호르몬 관련 질병이나 협심증, 불면증, 편두통, 천식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토끼의 등에 삽입하는 동물실험을 거치면 사람의 허벅지에 넣어 실험해보는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약물전달장치에 마이크로칩을 달면 미리 약물 투입 양과 시간을 프로그램해 저절로 작동하도록 하거나 몸 밖에서 리모컨으로 원격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센서를 붙이면 약물 투여에 따른 몸의 반응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박사과정인 전금혜씨를 제1저자로 나노분야 유명 저널인 <나노레터스> 지난달 31일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