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같은 과학…‘쇳덩이 공중부양’ 해냈다
정전기 원리 이용 공중에 띄워
1500도 쇳물로 녹여 물성 측정
이근우연구팀 세계 5번째 성공
신소재 개발·우주실험 새길 터
1500도 쇳물로 녹여 물성 측정
이근우연구팀 세계 5번째 성공
신소재 개발·우주실험 새길 터
국내 연구진이 1500도의 뜨거운 쇳물을 공중에 띄워놓고 그 성질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해, 신소재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도센터의 이근우(43) 책임연구원은 5일 철강 재료를 공중에 띄워놓고 1500도로 가열한 뒤 비접촉식 센서로 소재의 녹는 온도와 밀도 등 갖가지 특성을 알아내는 정전기식 공중부양장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런 장치를 개발하기는 미국·일본·중국·독일에 이어 우리나라가 다섯번째다.
지금까지 철이나 핵연료 피복재로 쓰이는 지르코늄(Zr) 등을 합성해 신소재를 만들어도 그 물질의 성질을 측정하기 위해 다른 용기에 담아 가열할 경우 용기와 반응을 하거나 불순물이 섞여 소재의 정확한 특성을 알아내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정전기를 이용해 소재를 공중에 띄우는 장치를 만들었다. 책받침을 문질러 정전기를 띠게 만들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종이가 달라붙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공중부양한 지름 2~3㎜의 쇠구슬에 레이저를 쬐어 1500~2000도까지 온도를 높이고 원격 적외선온도계로 측정하면 녹는점과 끓는점 등을 측정할 수 있다. 또 전기를 직류에서 교류로 갑자기 바꿀 때 일어나는 진동을 이용해 점도나 표면장력 등도 알아낸다.
레이저를 쬐면 소재 샘플이 일시적으로 정전기를 잃어버리지만 바로 자외선을 쬐어주면 광전자가 튀어나오면서 샘플이 전하를 유지하게 된다. 또 레이저로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열전자가 튀어나오면서 전하가 유지된다. 형광등이 초크에서 튀어나온 열전자에 의해 형광물질이 계속해서 빛을 내는 원리와 같다.
정전기 공중부양장치는 금속뿐만 아니라 나뭇가지, 세라믹, 플라스틱 등 절연체들은 물론 물과 같은 액체도 공중에 띄울 수 있다. 공중부양장치로 소재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면 두 개 이상의 소재를 합성해 새로운 소재를 만들 때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더러 최적화 비율 등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이 장치의 개발로 일부 선진국이 독점하고 있는 재료 정보를 자체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우주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생물·물리·화학·재료·기계 등의 우주실험을 저렴하고 간단하게 하는 기초기술로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기구(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독일항공우주연구소(DLR) 등은 공중부양장치를 이용해 항공우주·정보통신·철강·핵융합로 및 원자로 산업에 필요한, 수천도의 초고온에 견디는 초내열강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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