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공태양인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한국 연구진이 인공태양인 핵융합장치를 실용화하는 데 난제로 꼽혀온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을 억제하는 이론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검증에 성공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2일 “미국 프린스턴 플라즈마연구소(PPPL) 연구팀과 공동으로 핵융합장치의 플라즈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ELM)을 억제하는 조건을 예측하는 이론모델을 정립하고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물리학>(Nature Physics) 10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
핵융합에너지는 태양 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한국을 비롯한 국제공동팀이 지구에서 인공적으로 핵융합반응을 만들어 미래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핵융합발전소 건설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핵융합은 초고온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원자핵이 반발력을 이기고 융합하는 반응이다. 플라스마는 원자핵과 전자가 떨어져 자유롭게 움직이는 물질의 4번째 상태로 우주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공동팀은 핵융합 장치 안에서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플라스마를 연속적으로 운전하는 핵융합 상용화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별로 실험장치를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에 공동으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구축중이다. 한국도 1995년부터 2007년까지 12년에 걸쳐 국내 기술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케이스타’(KSTAR)를 구축했으며 2008년 최초로 플라스마 발생에 성공했다.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핵융합로 내부에 초고온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오래 가둘 수 있어야 하는데, 핵융합로에 갇힌 초고온 플라스마는 바깥 부분과 큰 압력 및 온도차로 불안정한 특성을 지닌다. 특히 플라스마 가장자리에는 파도처럼 규칙적인 패턴이 생기는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이 발생한다. 이 현상은 플라스마 가장자리를 갑자기 풍선처럼 터지게 만들기도 해 핵융합로 내벽을 손상시키고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가두는 데 방해 요소가 된다.
지난 30년 동안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은 대부분의 핵융합 장치에서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대표적 난제로 꼽혀왔다. 한국의 케이스타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집중해왔으며, 최근 몇 년 동안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 억제 실험에서 큰 진보를 이뤄왔다.
연구팀은 진공용기 내부의 삼차원 자기장 인가장치를 활용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으며 기존의 예측모델을 뛰어넘는 플라스마 반응을 고려한 이론모델을 수립했다. 이후 정교하게 계획된 케이스타 실험을 통해 수립한 이론모델의 예측에 맞는 결과를 얻음으로써 이론이 정확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그동안 삼차원 자기장을 이용한 플라스마 경계면 불안정 현상 억제에 대한 여러 모델들이 사용돼 왔지만 실제 실험적으로 정밀하게 그 정합성이 검증된 경우는 이번에 개발된 모델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