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을 힘껏 내디뎌 도약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유튜브 갈무리
이달 들어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로봇제조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동영상에 담겨 있는 비밀이 한꺼풀 벗겨졌다.
이 회사 창업자인 마크 레이버트 최고경영자는 최근 미국의 IT전문매체 ‘
와이어드’의 창간 25주년 기념 행사의 하나로 가진 니컬러스 톰슨 편집장과의 대담에서 "지난 12일 공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파쿠르 동영상은 20번 이상의 시도 끝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파쿠르는 도시 거리에 있는 인공물들을 이용해 신속하게 이동하는 기술을 말한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높이 40cm의 계단식 구조물들을 한 발의 힘을 번갈아 이용하며 지그재그 형태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영상이 공개되자 인터넷에서는 경탄을 금치 못하는 반응들이 속출했다.
레이버트는 "비디오에서 우리는 가장 나은 동작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이 로봇의 평균적 또는 전형적 동작은 아니다"라며 "그것은 로봇에게 주어진 희망적 목표(aspirational target)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로봇이 최상의 컨디션일 경우엔 동작 성공률이 약 90%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로봇개 ‘스팟’이 집게손으로 쇼핑백을 집어 올리려 하고 있다. 와이어드 웹사이트 갈무리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바라는 수준까진 못 와
현재 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곳 찾는 게 우리 일"
동영상이 로봇의 실제 동작 능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동안 로봇의 놀라운 동작을 볼 때마다 한편으론 로봇의 능력에 감탄하고, 다른 한편으론 미지의 로봇세상에 공포를 느꼈던 사람들로선 다소 맥빠지는 토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 몇년 동안 계단 오르내리기, 문고리 돌려 문 열기, 공중제비돌기, 오뚜기처럼 일어서기, 조깅하기 등등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로봇개 스팟의 동작 능력이 급속히 발전해가는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그때마다 화제를 몰고 왔다. 이 동영상 편집에는 레이버트 사장 자신도 참여해 왔다고 한다. 그는 "로봇 기술은 분명히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도 우리가 바라는 수준까진 오진 못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샌프란시스코 와이어드 본사 앞 거리에 등장한 로봇개 스팟미니의 깜짝 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날 스팟미니는 길바닥에 놓인 쇼핑백 하나를 집어올리려 했으나 연신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레이버트는 "로봇의 영역을 계속 넓히는 것과 동시에 현재의 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로봇 용도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내년 하반기에 로봇개 스팟을 시판할 계획이다. 그러나 스팟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는 고객의 몫이라고 레이버트는 말했다. 그는 "우리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것이며, 이를 토대로 사람들이 실제로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는 생태계가 형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일단 특정지역의 감시 순찰이나 건축공사장 모니터링 등 특화된 용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 로봇이 갈 길은 여전히 멀고, 로봇이 만능기계라는 생각은 환상까지는 아니지만 아직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