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 연구팀이 개발한 카테터 로봇 시스템 ‘닥터 허준’으로 주검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제공
국내 기술로 개발한 카테터 로봇 시스템으로 주검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처음 시도됐다.
한국과학기술원(키스트) 의료로봇연구단은 24일 “기존 허리디스크 통증을 치료하는 ‘경막외 신경성형술’에 바늘로 찌르거나 수술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안전한 미세수술 로봇 시스템 ‘닥터 허준’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날 오전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로봇 ‘닥터 허준’으로 주검(커대버)을 이용한 전임상 시험을 처음 시도해 성공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연세대 신동아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여러 차례의 돼지를 이용한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닥터 허준의 기능을 확인했으며, 더욱 개선한 로봇 시스템을 구축해 이번 실험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카테터는 몸속에 있는 액체를 빼내거나 약물을 주입할 때 사용하는 고무나 금속으로 만든 관을 말한다. 경막외 신경성형술이란 허리디스크, 협착증 등의 염증반응에 의해 손상된 신경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반응을 완화하고 증상을 호전시키는 시술이다.
시술은 우선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환자의 병변 위치를 파악한 뒤 척추의 꼬리뼈에 있는 구멍을 통해 척추관에 특수한 카테터를 삽입하는 과정부터 시작한다. 이어 중추신경과 신경가지에 생긴 염증 유발물질과 기타 부착물들을 제거해 신경이 눌리는 부위를 치료한다. 마지막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약물을 주입하거나 레이저로 삐져나온 디스크를 잘라낸다.
기존 시술 과정에는 카테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엑스선 촬영장비를 사용해 의사와 환자 모두 방사선 피폭 위험이 있고 카테터가 작아 영상의 화질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닥터 허준’은 원격으로 카테터 끝부분의 위치를 찾아 제어할 수 있어 방사선 피폭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카테터의 지름은 작으면서도 고화질의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돼 정밀한 시술이 가능하다. 닥터 허준에는 레이저 시술과 조명 채널이 포함된 지름 3㎜의 카테터가 장착돼 있다.
닥터 허준 로봇 시스템은 로봇 팔에 장착된 로봇 카테터를 6개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햅틱 마스터 장치로 원격 구동할 수 있고, 시술 중 2차원으로 제공되는 엑스선 촬영 영상을 카테터의 3차원 위치로 계산해 의사에게 제공하는 가상현실(VR)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설치돼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