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대학뉴스

성대교수들 ‘술, 알고 마시자’ 모임 화제

등록 2007-04-15 13:21

각국 술 화제로 학문간 벽 허무는 계기 삼아
"天若不愛酒 酒星不在天(천약불애주 주성불재천). 하늘이 술을 즐기지 않는다면 하늘에 어찌 주성이 있겠는가."

지난 12일 오후 6시 성균관대 퇴계인문관 31310호 강의실.

서정돈 총장과 김준영 부총장 등 교수 30여명이 학생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앉은 가운데 일일강사로 나선 한문학과 송재소 교수가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 시구를 읊으며 `중국의 술문화'를 주제로 특강을 시작했다.

송 교수 옆에 마련된 탁자에는 수정방(水井坊), 여아홍(女兒紅), 주귀(酒鬼), 분주(汾酒) 등 최근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중국의 명주 8병이 나란히 `도열'해 있었다.

"중국 소흥이란 지방에서 나는 소흥주 중에서 가장 좋은 술이 여아홍입니다. 딸이 서너 살 되면 술을 빚어 묻었다 20년쯤 지나 딸이 시집갈 때 꺼내서 손님에게 대접하는 술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중국술 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김 교수의 중국 술 강의는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진다.

술을 빚는 방식에 따른 구분법부터 술 마시는 법, 술에 얽힌 옛 이야기를 거쳐 가짜 술 천국인 중국의 최근 실상까지 다양한 소주제를 넘나들며 좌중을 압도했고 `수강생'의 시선이 강사의 입을 떠날 줄 모른다.

"2003년에 중국 당국이 5성급 호텔 50곳을 조사했더니 고급 백주는 진짜가 47%, 고급 양주는 진짜가 28%밖에 안 됐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진짜인지 아닌지는 오로지 마셔봐야 알 수 있어요"


이규보의 한시 `명일우작(明日又作.내일 또 술 마시자는 뜻)'으로 끝난 송 교수의 특강은 70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로의 중국집 진아춘(進雅春)으로 자리를 옮겨 이날 소개됐던 술 8병을 모두 비우고 난 뒤 자정이 가까워서야 끝났다.

성균관대 문과대 교수들 사이에서 이런 술 공부 모임이 시작된 것은 작년 4월.

김동순 문과대학장이 부임 이후 학문 간 단절의 벽을 깨고 교수들 사이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친숙한 소재인 `술'을 카드로 꺼내든 것.

그냥 먹고 마시는 일회성 모임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 들어가 있는 각국의 술을 제대로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 학기에 한 번씩 모임을 정례화했다.

작년 4월엔 프랑스어문과에서 주관해 와인을 주제로 모임을 가졌고 12월엔 영문과 김동욱 교수가 나서 강사로 나서 위스키 특강을 했다.

김동순 학장은 15일 "처음엔 인문대 교수들끼리만 하는 모임이었는데 어느 새 학교 안에 소문이 나서 이번엔 총장까지 모시고 하게 됐다"며 "70여명이나 되는 문과대 교수들 사이에 교류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학문 간 벽을 헐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 (서울=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