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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멸종위기동식물] 조류 ④ 황새

등록 2006-02-07 19:36수정 2006-02-08 13:58

35년전 ‘과부 황새’의 비극을 아시나요

황새는 조류 중 가장 대형에 속하는 종으로 과거 우리나라 전국에 서식하던 텃새였다. 황새가 많던 시절에는 인가 주변의 큰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번식했고, 마을 주변의 하천, 개울, 논, 저수지에 찾아왔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매우 친숙한 새였다. 이런 친숙함의 흔적은 “뱁새가 황새를 쫒아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라는 우리 속담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생활 주변에서 볼 수 있던 새들 중에서 가장 큰 새인 황새와 가장 작은 새인 뱁새를 비교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황새는 20세기 중반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 아마도 주서식지였던 마을 주변 습지의 감소와 훼손, 습지의 질 저하, 수질 오염, 농약의 사용 증가로 인한 먹이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1971년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가 있었다. 오랫동안 국내에서 번식이 확인되지 않았던 황새 한 쌍이 충북 음성의 한 마을에서 둥지와 함께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며칠 뒤 전국을 흥분으로 몰아넣었던 황새 한 쌍 중 수컷은 밀렵꾼의 총에 죽었다. ‘과부황새’로 불리던 암컷은 홀로 남아 매년 무정란을 낳았다.

수컷이 떠난 자리를 지키던 암컷도 1983년 11월 쓰러진 채로 발견되어 당시 창경원 동물원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후 고향을 떠나 사육장에서 살게 되었다. 이후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번식 시도가 이뤄졌으나 실패하고 1994년 9월 한 많은 생을 동물원 우리에서 마감하였다. ‘과부 황새’가 죽음으로서 한국에서 번식하던 텃새로서 마지막 황새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이제 황새는 시베리아나 중국 동북지역의 습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 한국의 외딴 습지에 찾아오는 희귀한 겨울철새로만 볼 수 있다. 매년 겨울 서산간척지와 해남간척지에 적은 수가 찾아오고 있으며, 낙동강하구, 우포늪, 제주도 등지에 드물게 도래한다.

최근 국내에서 사라진 텃새 황새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에서 황새의 어미와 알을 가져와서 사육장에서 번식시킨 뒤 야생에 되돌려 보내려는 시도이다. 이미 여러 해 전 황새가 도입됐으며, 인공증식에 성공하여 국내에서 태어난 아기 황새가 사육장에서 자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황새의 복원을 위해서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이들을 텃새로 복원하기 위해서 삶의 터전인 서식지의 복원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황새가 야생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물고기와 개구리, 수서곤충이 풍부하게 살고 있는 넓은 면적의 오염되지 않은 습지가 필요하지만 이런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장기간에 걸쳐 서식지를 조성하고 관리해 나가면서, 조금씩 지속적으로 황새 방사를 계속하고 방사된 황새의 야생 적응을 도와야 한다. 이런 긴 과정을 거쳐서 야생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텃새 황새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언제쯤일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황새는 울지 않는다. 소리를 내는 기관인 명관이 발달되지 않아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울음소리 대신 황새는 부리로 소리를 낸다. 번식기에 암수가 마주 선 채로 부리를 부딪쳐서 “딱딱딱딱…” 연속되는 큰 소리를 낸다. 한국에서 황새의 부리 부딪치는 소리가 사라진지 35년이 되었다. 우리의 노력을 통해 다음 세대에는 이 땅에서 이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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