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중립 실현 방향을 담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하며 대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50년 탄소중립 계획에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오는 7일 시민 500여명이 참여하는 탄소중립시민회의가 출범한다. 2017년 탈원전 공론화 과정처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부 정책에 시민 뜻을 반영한다는 취지이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5일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하며 “산업·노동계, 청년, 시민사회, 지자체 등 분야별 의견은 물론, 탄소중립시민회의를 통해 국민 대상 의견수렴을 다음달까지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민회의 구성은 기후변화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미래세대 의견을 폭넓게 청취하기 위해 만 15살 이상으로 설정했다. 참가자들은 출범 후 한 달 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한 온라인 학습과 토론 등을 하게 된다. 동영상 학습을 통한 ‘자가숙의’, 실시간 온라인 교육인 ‘시민탄소교실’을 통해 기후위기 관련 지식과 탄소중립 시나리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을 학습하게 된다.
학습을 마친 참여자들은 다음달 11~12일 쟁점별 종합토론을 한 뒤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다. 탄소중립위는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난 시민 의견을 반영한 권고안을 정부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위 담당자는 “숙의에 참여하고 토론을 하면서 지식도 생기고 판단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탄소중립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시민 공론화라는 숙의 민주주의 절차를 시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주제가 넓고 쟁점이 첨예한 사안을 온라인 학습 등을 통해 공론화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지켜본 김원동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탄소중립 논의는 원전을 지을지 말지를 정하는 수준과 다르다. 복잡하고 다양한 쟁점이 있는데 투입 가능한 시간은 한정적인데다 온라인 학습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제시된 시나리오에 시민 논의가 한정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영희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나리오에 얽매이지 않는 시민 아이디어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후·환경단체는 이번 공론화가 기후위기에 영향을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보단 정부의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불충분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해 형식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기후정의포럼, 멸종저항서울,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도 공동성명을 통해 “기후재난에 영향 받는 노동자, 농민, 빈민, 주민들은 시민회의에 참여할 수 없다. 무작위로 뽑힌 500명은 누구를 대변하는 존재냐”고 했다.
김민제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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