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막던 ‘구레 물막이보’ 10m 트기로…“관광상품화”
섬진강에 물고기 ‘전용도로’가 생긴다.
익산국토관리청은 14일 올해 9월 전남 구례군 마산면 광평리 섬진강 물막이 보에 30억원을 들여 어도(물고기 물길) 공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구례군이 농업용수를 확보하려고 1993년 만든 이 물막이 보(수중보·430m)는 물고기 이동을 차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섬진강 하류에서 놀다가 3, 4월께 고향에서 알을 낳기 위해 중상류로 돌아오는 은어들은 번번이 보 앞에서 눈물(?)을 삼켰다. 97년 어도가 설치됐지만 경사가 거의 직각에 가까워 물고기가 오갈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은어가 많기로 소문났던 곡성 압록에서도 은어를 보기 힘들어졌다. 한기남(57·곡성군 오곡면 압록리)씨는 “과거 압록까지 올라오던 은어나 뱀장어, 참게들이 수중보가 생긴 뒤 점차 사라졌다”고 말했다.
익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물 흐르는 방향에서 보 왼쪽에 수로(너비 10m, 길이 160m)를 놓는 방식을 선택했다”며 “경사를 완화시키고 유량을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해 물 흐름이 끊이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례군은 어도에 수중 카메라와 관찰경도 설치해 관광 상품화할 계획이다.
‘섬진강 네트워크’ 류재관 운영위원장은 “섬진강 물막이 보 350개 중 어도가 설치된 49곳에 불과하다”며 “물막이 보를 트는 것이 하천생태 복원을 위해 최선인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어종에 맞게 어도를 설치하는 것이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