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잡아먹다 전국 쥐잡기운동에 ‘몰살’
최근 솔개가 70년을 산다는 이야기가 맞느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우화에서 나온 이야기와 달리 실제로 솔개는 70년을 살지 못한다. 조류의 수명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조사결과 솔개와 같은 맹금류(매와 수리류)의 경우 30년 이상 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화를 통해 궁금증을 일으킨 솔개는 우리 선조들에게 아주 오랜 옛날부터 병아리를 채 가는 새로 악명이 높았다. 마을 주변을 맴돌며 병아리를 노리는 경우가 많아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새였지만 환영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렇게 마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새가 이제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과거 흔했던 솔개는 왜 이렇게 감소해버린 것일까?
솔개는 몸길이 58~68㎝ 정도 되는 중형의 맹금류다. 쥐, 물고기, 새 등 다양한 먹이를 사냥할 수 있고, 동물 주검도 먹고, 도심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다양한 먹이를 먹는다. 이렇게 갖가지 먹이에 적응하면서 솔개는 생활 영역을 넓혀 갔다. 이런 이유로 솔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맹금류 가운데 한 종이다. 이웃한 일본에도 전국적으로 매우 흔한 종으로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솔개의 운명은 다른 나라와 크게 달랐다. 솔개는 1960년대까지 전국적으로 흔한 편이었다. 서울에서도 해질녘 잠을 자기 위해 남산이나 도심의 숲으로 모여드는 수백여 마리의 솔개를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시기에 전국적으로 하늘을 날고 있는 솔개 몇 마리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솔개에 대해 기억하는 사람들은 솔개의 감소 시기가 전국적으로 쥐를 잡았던 시기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1960~70년대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쥐를 구제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캠페인과 함께 쥐약을 전국적으로 동시에 살포하는 활동을 반복했다. 이때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고 죽는 2차 중독에 의해 인가 주변에 살던 많은 솔개가 죽었을 것이다. 솔개 외에도 쥐를 먹던 많은 동물이 피해를 입었을 것이며, 포유류인 늑대와 여우도 큰 타격을 받아 멸종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추정된다.
이런 어려움을 넘긴 우리나라의 솔개는 이제 부산 낙동강 하구와 경남 해안 지역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솔개가 국내에서 거의 사라질 때 어떻게 이 지역에서만 솔개가 살아 남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어떤 이는 솔개가 국내에서 사라진 뒤 솔개가 흔하던 일본에서 건너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필자는 낙동강 하구나 해안을 따라 서식하는 이 지역의 솔개를 관찰하며, 강이나 해안가에서 먹이를 찾는 이 지역 솔개의 습성이 이들을 살렸을 것이란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쥐를 잡아먹는 다른 지역의 솔개가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고 죽었던 반면 이 지역의 솔개는 강과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며 이 시기를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아직까지 국내에서 솔개의 날갯짓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최근 거제도와 부산에서 번식하는 솔개가 발견됐다. 솔개가 사계절 이 지역에서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오직 이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솔개가 도시의 팽창과 개발, 하천과 해안의 환경변화로부터 앞으로도 무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람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이 지역의 솔개 집단이 성공적으로 번식해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turnstone@me.go.kr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필자는 낙동강 하구나 해안을 따라 서식하는 이 지역의 솔개를 관찰하며, 강이나 해안가에서 먹이를 찾는 이 지역 솔개의 습성이 이들을 살렸을 것이란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쥐를 잡아먹는 다른 지역의 솔개가 쥐약을 먹고 죽은 쥐를 먹고 죽었던 반면 이 지역의 솔개는 강과 바다에서 먹이를 구하며 이 시기를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아직까지 국내에서 솔개의 날갯짓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최근 거제도와 부산에서 번식하는 솔개가 발견됐다. 솔개가 사계절 이 지역에서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오직 이 지역에서만 명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솔개가 도시의 팽창과 개발, 하천과 해안의 환경변화로부터 앞으로도 무사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사람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이 지역의 솔개 집단이 성공적으로 번식해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져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turnstone@m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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