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월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후보지로 이동하며 선상에서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가덕도 공항 건설 및 동남권 문화공동체 추진 전략'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비용(C)대비 편익(B) 비율(B/C)이 0.41~0.58로 비용 대비 편익이 매우 낮다는 구체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한 사전타당성(사타)검토 결과 비용(C) 대비 편익(B) 비율이 0.41~0.58로, 공항 건설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 정도만 편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이 1 이상 나와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국제선과 국내선 활주로 2곳을 운영할 경우 국제선 활주로 하나일 때보다 경제성은 더욱 떨어졌다. 또 설계와 환경영향평가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할 때 2025년부터 착공이 가능하고, 공사기간도 9년8개월 정도로 예상돼 2035년에야 개항할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 예산편성 등을 검증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고 서둘러 건설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24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국토교통부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를 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 후보지의 예상사업비는 최대 13조5100억원로 그 중 공사비만 9~10조4600억원이 들 것이라고 전망됐다. 부산광역시가 제안한 7조5천억원의 예산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이유는 산을 깎고 해상을 매립하는 공사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개항시기도 애초 지역에서 목표했던 2030년이 아닌 2035년 6월로 미뤄졌고 여객과 화물수요도 부산시가 예측한 값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배경 속에 신공항이 지어졌을 경우 경제성은 0.41~0.58로 낮았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1을 밑도는 값이 나온 것이다.
사전타당성 검토는 사업 규모나 비용 등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으로 사업 추진의 타당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공식 조사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활주로 2본을 운영할 경우 경제성은 더욱 떨어졌다. 사회적 할인율(미래의 비용과 편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비율)을 4.5%로 할 경우, 국제선 활주로 1본은 비용편익비(B/C)가 0.58이었지만, 국제선과 국내선 활주로 2본을 운영할 경우는 0.46~0.51로 낮아졌다. 이 경우에도 두번째 활주로 착공을 2035년보다 2045년에 할 경우가 그나마 경제성이 높아졌다. 사회적 할인율이 5.5%일 경우도 국제선 활주로 1본의 비용편익비는 0.51, 국제선과 국내선 활주로 2본일 경우는 0.41~0.46이었다. 이 경우도 두번째 활주로를 2045년 착공하는 경우가 그나마 경제성이 높았다.
앞서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등은 이륙과 착륙 활주로를 구분하기 위해 활주로 2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 5월 부산시의 가덕도신공항 기술위원회는 활주로가 2본이 되어야 동남권 관문 공항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의 지적대로 두번째 활주로를 추가 건설할 경우 기존 예상 사업비에 6조 가량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 보고서는 경제성장률 하락 추세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사회적 할인율 4.5%에 근거한 경제성 분석 결과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제성 평가가 낮게 나온 가덕도 신공항의 사타 결과를 두고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2013년 청주공항의 활주로 확장 공사 사전타당성조사를 진행해 비용 대비 편익이 0.32에 그치자 공사 논의가 중단됐다. 전국 공항 중 누적손실이 가장 큰 공항 중 하나로 꼽히는 무안공항의 경제성 분석 결과도 0.49였다. 1998년 6월 건설교통부의 경제성 평가 결과 1.45가 나와 건설됐지만, 2003년 감사원은 당시 건설교통부가 산정할 수 없는 공항임대수익 등을 추가해 잘못 분석한 결과였다며 재분석한 결과였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추진 중인 정부가 늦어도 다음달 초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예타 면제를 의결할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예타 면제가 부당하다는 환경단체 등의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평가 때 가덕도공항은 김해신공항과 밀양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지만, 2020년 11월 국무총리실에서 영남권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한 뒤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정하는 특별법이 발의됐고 지난해 2월말 재보궐선거국면에서 서둘러 여야가 이 법을 통과시켰다. 더욱이 특별법은 “신속한 건설(1장 1조)”을 위해 총 사업비 500억 이상 규모의 국책사업에 들어가는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진행하는 예타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월15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후보 시절 부산 서면 젊음의거리에서 열린 ‘청년이 함께하는 공정과 상식의 시대!' 거점 유세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 희망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예타 조사에는 재원조달 방안, 중장기 재정소요 분석뿐 아니라 지역균형발전 평가도 포함한다. 경제성만으로 예타를 완료할 경우 비수도권 지역의 개발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지난해 5월 부문별 표준 지침을 개정했다. 이번 국토부 사타 조사 결과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만 16조2159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0만여명의 고용유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돼 지역경제파급 효과는 있는 것으로 나온 만큼, 예타가 진행될 경우 이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부산 ·울산·경남 지역 국회의원 등은 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맞춘 시점에 신공항 건설은 불가능하고 경제성 분석까지 낮게 나오자 지난 22일 이번 보고서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면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20대 부산시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2030년 엑스포 유치를 위해 2029년까지 공항을 개설한다는 것은 부산시의 생떼”라며 “제대로 된 예타 조사를 시행하고 신중하게 공항 건설에 접근하길 촉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24일 오후 6시 기준 866명이 서명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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