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휴일인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추 장관은 이날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며 전기요금을 인상할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내달부터 적용될 전기요금 결정을 앞두고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인상 상한 3원 이외의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단 21일로 예정됐던 한국전력의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를 잠정 연기시켰다.
한국전력은 지난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kWh(킬로와트시)당 33원 수준의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출한 바 있다. 지난 3개월(2~5월) 발전 연료비가 지난해 12월 결정한 기준연료비(2020년 12월~2012년 11월 평균 연료비)보다 33원 올랐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행 연료비 연동제의 분기별 변동폭 제한 규정에 따라 실제 요금에는 kWh 당 최대 3원만 반영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를 연기한 이유에 대해 “연료비 조정 제한폭 때문에 3원 올리는 정도로는 한전이 심각한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연료비 변동된 수준을 전부 다 요금에 반영하는 것 또한 맞지 않다”며 “한전이 원가 수준 변한 것을 스스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불가피하게 요금에 반영해 해결해야 되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를 보는데 며칠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요금 조정 검토 과정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설계한 연료비 연동제의 분기별 상하한 변동폭 변경은 물론 이와 별도의 조정까지 다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료비 연동제 설계를 바꿀 수도 있고, 예전에 전기요금 조정하듯이 총괄원가 보상원칙에 따라서 그냥 통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있고, 기준연료비를 조정할 수도 있는데, 어느 방법이 나을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연료비 연동제는 연료비 조정단가에 대해서만 분기별 최대 3원으로 조정 주기와 폭을 제한할 뿐 기준연료비에 대해서는 조정 주기와 폭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한전은 지난 16일 정부에 연료비 조정단가 조정폭 확대와 함께 기준연료비 상향도 요청한 상태다.
한전은 급등한 발전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지난 1분기에만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적자 규모가 30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은 한전이 요청한 안을 산업부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사실상 요금 인상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재부는 물가 관리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도 어느 정도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열린 제1차 비상경제장관회의 머리 발언에서 “철도·우편·상하수도 등 중앙·지방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원칙으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라면서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생산 원가 부담이 가중되는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전기·가스요금은 다른 공공요금과 달리 일단 인상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결국 정부가 21일 예정했던 전기요금 인상 여부 발표를 연기한 것에 대해 전력업계에서는 한전이 추가적인 자구 노력을 제시할 시간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전은 이미 지난달 18일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자산 매각과 경비 절감 등을 통해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이뤄내기로 결의하고, 지난 16일에는 그 이후 실행 상황까지 공개했다. 한전이 이런 자구 노력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강조한 것은 임직원의 급여 삭감이나 동결 선언 등을 기대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런 분석대로 한국전력은 20일 경영진 성과급 반납을 공식 발표했다.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창사 이래 최악인 2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난 극복을 위해 자발적인 성과급 반납을 결정했다”며 “정승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은 2021년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고, 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은 성과급을 50% 반납한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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