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서류 모니터링 전국 40여개 학교 참여…출현·산란시기 등 관찰
언 땅이 풀리면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깊은 계곡에서 평지 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암컷을 유혹하는 구애 노래가 한창인 산개구리 종류와 두꺼비에 이어 이달 중순부터는 참개구리, 황소개구리, 청개구리가 차례로 합창 대열에 들어선다. 이런 개구리 울음소리로 환경변화를 감시하는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전북 익산의 원광고 학생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곧 개구리 모니터링에 나설 참이다. 익산시를 가로·세로 2㎞인 15개 구역으로 나누고 학생 15명이 각자 자기가 맡은 구역의 저수지나 개울가에 매주 저녁 나가 개구리 울음소리를 모니터한다. 맑고 높은 “꽥-꽥-꽥” 소리는 청개구리, 낮은 “까가가가-”라면 참개구리다. 어떤 종의 개구리 몇 마리가 우는지 당일의 온도, 습도, 주변 소음 등과 함께 꼼꼼히 기록해 양서류 모니터링 사업 홈페이지(www.frogkorea.com/index.html)에 올린다. 이 학교 생물교사 임채봉씨는 “지난해엔 참개구리가 가장 많았고 보호종인 맹꽁이와 외래종인 황소개구리도 더러 발견됐다”며 “올해 조사에서 황소개구리가 늘어난다면 퇴치활동을 벌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 북부지역을 대상으로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입장중학교 과학교사 신상석씨는 “개구리의 출현과 산란 시기를 전국에서 오래 관찰하면 지구온난화의 진행 속도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구리의 출현과 산란시기가 지속적으로 빨라진다면, 그것은 바로 지구온난화가 그만큼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대 박시룡 교수팀과 함께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박대식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교수는 “한 시간만 교육받으면 일반인도 울음소리로 개구리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며 “이런 모니터링 방식이 전문가들의 환경조사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넓은 지역의 환경변화를 알아내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충남과 전남·북 3개 도 15개 학교에서 170여명의 학생이 참여하던 모니터링 주체를 올해엔 전국 40여개 학교로 확대하고 일반인의 참여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음이 심하고 서식지가 거의 없는 서울과 제주는 대상에서 빠졌다. 박 교수는 “동물을 이용한 전국 규모의 장기 환경모니터링은 우리나라에서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염과 훼손에 민감한 양서류를 통해 환경변화를 알고 나아가 참가자들의 환경의식을 높이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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