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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성장주의 과실 누린 우리 노년세대가 그늘도 책임져야죠”

등록 2022-11-23 19:11수정 2022-11-23 21:08

[짬] 60플러스기후행동 창립 주도 이경희 운영위원 윤정숙 공동대표

윤정숙(왼쪽) 공동대표와 이경희 운영위원이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윤 대표는 운동도 즐겁게 해야 한다면서 오디션을 거쳐 ‘방탄노년단’을 정식으로 꾸려 행사 때 공연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윤정숙(왼쪽) 공동대표와 이경희 운영위원이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윤 대표는 운동도 즐겁게 해야 한다면서 오디션을 거쳐 ‘방탄노년단’을 정식으로 꾸려 행사 때 공연도 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지금 노년은 (앞선 노년 세대와 비교하면) 교육을 가장 잘 받았고 자원이나 시간도 많아요. 남은 시간에 사회를 위해 공헌한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어요. 이 세대가 생각의 전환을 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엄청 많아요. 그중 하나가 ‘기후행동’이죠. 앞으로 노년을 위한 기후행동 학습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해도 좋을 것 같아요.”

이경희(75) 환경정의 이사장은 지난 1월19일 출범한 ‘60+기후행동’(상임대표 박병상, 공동대표 박정순 윤정숙) 운영위원 20여 명 중 유일한 70대이다. 지난 1월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비상행동에 60살 이상 노년층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설립한 이 단체 회원은 현재 130여 명이다. 회원 대부분이 60대이며 70대 이상은 10%쯤이다. 새달 1일에는 운영위원인 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중심으로 충남 공주에 첫 지부도 생긴다. “공주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지부 조직 문의가 들어오고 있어요.”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역 근처 카페에서 이 운영위원과 함께 만난 윤정숙(64·녹색연합 상임대표) 공동대표의 전언이다.

이 운영위원과 윤 대표는 지난해 9월30일 첫 회원 모임에서 받은 감동을 전하고 싶어했다. 서울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회원과 그 지인 등 120여 명이 모였단다. 여기서 윤 대표는 ‘방탄노년단’을 꾸려 회원들과 함께 직접 공연도 했다. “모임이 3시간 이어졌는데 마지막까지 80분이 남아계셨죠. 거기서 많이 나온 말이 ‘사회적 상속’이었어요. 우리 운동이나 자원, 재능, 경험을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줄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이 있었죠. 죽기 전에 ‘유산 10%를 나누자’는 제안도 나왔는데 공감을 많이 받았어요.”(윤)

이 운영위원은 그날 오랜만에 만난 대학 후배한테 들은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전했다. “후배가 ‘이 자리에 와서 평생 뭘 해야 할지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하더군요.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환경운동의 뒷배가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는 거죠. 환경운동은 노년이 젊은 세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죠.”

60+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 3월 국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윤정숙 대표 제공
60+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 3월 국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윤정숙 대표 제공

단체는 설립 이후 ‘월간 60+기후행동'에 나섰다. 지난 3월3일 납세자의 날에는 단체 단독으로 국회 앞에서 ‘우리가 낸 세금으로 기후위기부터 해결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정부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5월에는 지리산 노고단을 찾아 지리산 생태보전 목소리를 높였고 11월12일에는 회원 20여명이 강원 삼척에 가 ‘신규 석탄발전소 폐지’ 운동에 힘을 보탰다. 다음달 4~5일에는 화성 갯벌 매립지를 찾아 지구를 위한 구호를 외칠 계획이다. “삼척에서 지역 주민들과 대화하는데 눈물이 줄줄 나더군요. 소수 주민이 30년 동안 거대 권력과 맞서 원전과 방폐장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싸운 스토리가 너무 절절했어요.”(이)

청년 기후행동 단체들과 연대에도 적극적이다. 지난달에는 한 기업의 국외석탄발전 투자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를 하다 민사소송을 당한 청년 기후행동가 재판정을 찾아 ‘너희가 옳다. 고맙다. 사랑한다’고 쓴 연대의 손팻말을 들었고 9월24일 기후정의행진 시위 때는 이 이사장이 청년 기후행동가들과 함께 선언문을 읽기도 했다. “기후운동 단체들의 연대사 요청이 들어오면 회원들이 돌아가며 응하고 있어요.”(윤) 단체는 또 중학교 2학년 10대부터 50대까지 젊은 자문위원 15명도 따로 위촉했단다. “젊은이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죠. ‘우리를 자문해달라’고 요청했어요.”(이)

1월 창립 뒤 ‘월간 기후행동’ 활동

60대 대부분·70대 이상은 10%쯤

중학생부터 50대 15명 자문위원으로

“젊은 세대의 환경운동 ‘뒷배’ 자임”

이 위원 “노년 발상 전환 때 큰 시너지”

윤 대표 “청년활동가들과 적극 연대”

이 운영위원은 기후위기 대응방법으로 시위와 같은 직접 행동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시민들 개인의 환경 실천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훨씬 큰 게 정부 정책을 바꾸는 것입니다. 기업이나 정부는 목표가 달라 기후 문제가 절실하지 않거든요. 시민들이 정부 각 부처가 어떤 정책을 세우는지 잘 살펴 기후위기 대응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야죠.”

윤 대표(가운데)와 60+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 10월 손배소송을 당한 청년 기후활동가 재판이 열린 법정을 찾아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윤정숙 대표 제공
윤 대표(가운데)와 60+기후행동 회원들이 지난 10월 손배소송을 당한 청년 기후활동가 재판이 열린 법정을 찾아 지지와 연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윤정숙 대표 제공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보고 “인간의 과학에 대한 믿음이 모든 생명을 죽이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뒤늦게 환경운동을 시작했다는 윤 대표는 “우리 세대가 누려온 성장과 풍요의 그늘을 이젠 성찰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장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한 편에서는 탄소를 배출하고 지구자원을 파괴해 미래 세대의 미래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지금 60대는 한국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입니다. 성장과 풍요를 만들고 그 과실을 누린 세대이죠. 제가 다섯 살 때 박정희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1962~81)이 시작됐어요. 경제성장률이 9~10%에 이르렀고 고속도로와 원전, 석탄발전소가 여기저기 들어섰죠. 저도 그 시절 전태일과 동일방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큰 문제의식이 없었어요. 당연하다고 여겼죠. 성장주의를 이끈 우리 세대가 풍요의 그늘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죠.”

이 운영위원은 기후위기 피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히 가중된다며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더 크게 눈을 부릅떠야 한다고 했다. “노인 중에서도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유해한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약자들이 피해를 많이 보고 있어요. 최근 다큐멘터리 <교황 프란치스코의 편지:우리 지구를 위한 메시지>를 보면서도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아프리카 세네갈 아이들은 비만 오면 집이 물에 잠겨 잠을 서서 자야 한다고 해요.” 이 말에 윤 대표는 “아프리카는 탄소 배출이 전체의 3%에 불과한데도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에서 일하며 전국 도시 평가를 하다 환경문제를 깊이 천착하게 되었다는 이 위원은 3년 전 여성으로 첫 환경정의 이사장에 선출됐다.

다른 나라들과 견줘 한국 노년층의 기후위기 인식은 어떤지 궁금해하자 이 운영위원은 “70대의 경우 (위기의식이 있는 이들이) 매우 드물지만 최근 언론이 기후 문제를 다루면서 늘어나는 것 같다”며 기후위기 대응에서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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