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버사이드 지역 산업공생 프로그램의 중심기업의 하나인 코러스 철강공장(코러스 제공)
내 공장 ‘쓰레기’가 다른 공장 ‘원료’
녹색 꿈꾸는 산업단지 / (상)영국 산업공생 현장
생태계에는 ‘쓰레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생물종이 생존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부산물이 또 다른 종의 생존을 위한 자원으로 사용되는 과정이 효율적으로 순환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성’이 산업 활동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환경오염의 근본적 해법을 이런 생태계를 모방한 산업 순환네트워크에서 찾으려는 움직임이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자원부가 ‘생태산업단지’ 구축사업 계획에 따라 지난달까지 시범사업 지역 5곳을 선정하는 등 이런 움직임에 함께 하고 있다. 산자부의 생태산업단지 시범사업 착수를 계기로, 전국적 범위의 ‘생태적 산업 네트워크’ 구축사업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의 공업지역을 돌아보고 우리나라 산업단지의 생태화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
‘산업공생’(Industrial Symbiosis)으로 불리는 영국의 생태적 산업 네트워크는 생태산업단지의 효시로 꼽히는 덴마크의 소도시 칼룬보그의 생태적 산업 네트워크가 형식과 내용면에서 모두 크게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의 산업공생은 우선 무역산업부(TDI)와 환경식품농촌부(DEFRA)가 공동 지원하는 전담 조직인 국가산업공생프로그램(NISP)에 의해 전국적 범위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간적으로 인접한 산업체들이 스스로 형성한 칼룬보그 생태산업단지와 다르다. 또한 폐기물 교환에 머무르지 않고 설비와 서비스의 연계, 다양한 자원의 교환과 공유, 부산물을 활용한 공동 신제품 개발 등까지 적극 추진한다는 점에도 큰 차이다.
잉글랜드 북동부와 중동부 사이에 위치한 영국의 대표적 화학공업지대인 험버사이드는 영국 산업공생 프로그램의 발상지로 꼽히는 곳이다. 2000년 이 지역에서 최초로 이뤄진 열병합발전소와 화학공장들의 부산물 활용 잠재력 파악을 위한 연구가 2003년 산업공생이 전국적 프로그램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험버사이드 지역 산업공생의 중심 산업체들은 영국에서 가장 많은 물동량이 오가는 험버강 하구 남쪽 사우스뱅크에 집중된 화학공장들과 정유공장, 발전소, 제강공장 등 대기업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지역 담당 NISP의 적극적 활동에 힘입어 중소업체 사이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폐기물 단순교환 넘어… 설비·서비스 적극 연계
사우스뱅크의 산업단지에서는 안료 첨가제를 생산하는 헌츠만 화학공장과 석고보드 제조업체인 크납이 산업공생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화학공장은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폐황산을 중화처리한 폐기물로 석고를 만들고, 석고보드공장에서는 이를 원자재로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 산업공생을 위해 헌츠만은 석고공장을, 크납은 석고공장 근처에 제2공장을 세웠다. 이 연계를 통해 헌츠만과 크납은 경제적 이익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부수적 효과까지 창출하고 있었다. 산업단지 안의 코코노필립스 정유공장은 인접한 이밍햄 열병합발전소와 남는 증기와 열, 전기를 교환하며 생산비를 절감하고 대기오염물질 방출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사우스뱅크 서쪽의 코러스 제강공장은 인근 석탄광산에서 폐기물로 매립하던 석탄분진을 구입해 철강제조 공정의 보조재로 쓰고 있었으며, 최근 들어서는 철강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여분의 가스를 인근 주물공장에 공급할 파이프라인 설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험버사이드 NISP의 프로그램 자문그룹(PAG) 의장이기도 한 코러스의 폴 위트비 환경담당 매니저는 “산업공생은 참여 기업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외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홍보효과도 높다”며 “산업공생 대상을 좀더 찾아내기 위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NISP가 산업공생 확산을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 방법은 일단 형성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공생 후보 사례를 집중 연구해 기업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에게 산업공생이 ‘새로운 사업 기회’임을 설득하는 것이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지역 산업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행하는 워크숍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퀵 윈 워크숍’(Quick Wins Workshop)으로 불리는 이 워크숍에서는 참석자들이 한 장의 큰 종이를 돌려가며 자기 회사가 폐기하는 산업 부산물과 활용할 수 있는 부산물들의 종류를 모두 적어 수요와 공급의 연계 가능성을 찾아낸다. 지난달 23일 험버사이드 남쪽의 소도시 스컨소프에서 열린 식품업체 관계자 대상 산업공생 홍보행사에서 만난 험버사이드 NISP 총괄 책임자 맬콤 베일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들이 산업공생이 가까이에 있으며, 그 관계를 맺는 기업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산업공생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NISP 활동을 통해 영국에서 이뤄진 산업공생의 성과는 지난해 4월 이후에만 매립지로 갈 뻔했던 18만3600t의 이상의 폐기물을 재활용한 데 따른 자원 절약,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7만3000t 가량 줄인 데 따른 지구환경 보호, 98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222개 일자리를 안정화시키는 등의 고용 확대로 나타났다는 것이 영국 NISP의 공식 설명이다. 기업의 경제적 이득은 물론… 환경보호·고용확대 효과도 이 성과를 작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국이 산업공생 프로그램을 전국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에서 산업공생이 그리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공생이 가장 활발하다는 험버사이드 지역에서조차 NISP가 제시한 유력한 산업공생 네트워크 후보 상당수가 아직 기업간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의욕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생태적 산업 네트워크’ 구축이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환경과학대학원에서 산업공생을 연구하고 있는 김도원씨는 “폐기물 교환과 같은 산업공생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해당 폐기물의 구성 성분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 생산공정 개선과 사업모델 변화로 부산물 교환이 중단될 가능성에 따른 투자 부담 등이 산업공생의 확산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노스링컨셔(영국)/글 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사우스뱅크의 산업단지에서는 안료 첨가제를 생산하는 헌츠만 화학공장과 석고보드 제조업체인 크납이 산업공생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화학공장은 제조공정에서 발생한 폐황산을 중화처리한 폐기물로 석고를 만들고, 석고보드공장에서는 이를 원자재로 받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 산업공생을 위해 헌츠만은 석고공장을, 크납은 석고공장 근처에 제2공장을 세웠다. 이 연계를 통해 헌츠만과 크납은 경제적 이익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부수적 효과까지 창출하고 있었다. 산업단지 안의 코코노필립스 정유공장은 인접한 이밍햄 열병합발전소와 남는 증기와 열, 전기를 교환하며 생산비를 절감하고 대기오염물질 방출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었다. 사우스뱅크 서쪽의 코러스 제강공장은 인근 석탄광산에서 폐기물로 매립하던 석탄분진을 구입해 철강제조 공정의 보조재로 쓰고 있었으며, 최근 들어서는 철강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여분의 가스를 인근 주물공장에 공급할 파이프라인 설치를 준비하고 있었다. 험버사이드 NISP의 프로그램 자문그룹(PAG) 의장이기도 한 코러스의 폴 위트비 환경담당 매니저는 “산업공생은 참여 기업 모두에게 경제적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외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홍보효과도 높다”며 “산업공생 대상을 좀더 찾아내기 위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NISP가 산업공생 확산을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 방법은 일단 형성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공생 후보 사례를 집중 연구해 기업들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에게 산업공생이 ‘새로운 사업 기회’임을 설득하는 것이다. 또다른 방법으로는 지역 산업체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행하는 워크숍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퀵 윈 워크숍’(Quick Wins Workshop)으로 불리는 이 워크숍에서는 참석자들이 한 장의 큰 종이를 돌려가며 자기 회사가 폐기하는 산업 부산물과 활용할 수 있는 부산물들의 종류를 모두 적어 수요와 공급의 연계 가능성을 찾아낸다. 지난달 23일 험버사이드 남쪽의 소도시 스컨소프에서 열린 식품업체 관계자 대상 산업공생 홍보행사에서 만난 험버사이드 NISP 총괄 책임자 맬콤 베일리는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들이 산업공생이 가까이에 있으며, 그 관계를 맺는 기업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 산업공생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NISP 활동을 통해 영국에서 이뤄진 산업공생의 성과는 지난해 4월 이후에만 매립지로 갈 뻔했던 18만3600t의 이상의 폐기물을 재활용한 데 따른 자원 절약,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7만3000t 가량 줄인 데 따른 지구환경 보호, 98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고 222개 일자리를 안정화시키는 등의 고용 확대로 나타났다는 것이 영국 NISP의 공식 설명이다. 기업의 경제적 이득은 물론… 환경보호·고용확대 효과도 이 성과를 작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국이 산업공생 프로그램을 전국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영국에서 산업공생이 그리 활성화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공생이 가장 활발하다는 험버사이드 지역에서조차 NISP가 제시한 유력한 산업공생 네트워크 후보 상당수가 아직 기업간 논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이는 세계 각지에서 의욕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생태적 산업 네트워크’ 구축이 그리 만만한 과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환경과학대학원에서 산업공생을 연구하고 있는 김도원씨는 “폐기물 교환과 같은 산업공생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해당 폐기물의 구성 성분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기업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데 대한 우려, 생산공정 개선과 사업모델 변화로 부산물 교환이 중단될 가능성에 따른 투자 부담 등이 산업공생의 확산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노스링컨셔(영국)/글 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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