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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멸종위기동식물] 조류 ⑦ 검은머리물떼새

등록 2006-03-14 17:59수정 2006-03-15 14:10

갯벌 매립으로 집 잃은 ‘갯벌의 신사’

검은머리물떼새는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도요류 5종 가운데 한 종이다. 몸은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흰색이 깔끔한 조화를 이루고, 갯벌 위를 조용히 걸으며 붉은색의 긴 부리를 이용해 조개나 갯지렁이를 잡아 먹는 모습은 깔끔한 연미복을 차려입은 갯벌의 신사처럼 보인다. 또한 검은머리물떼새를 흔히 보았던 바닷가 사람들은 이들을 물까치나 물까마귀라고도 불렀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도요류는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넓적부리도요, 청다리도요사촌, 알락꼬리마도요, 흰목물떼새 등 5종이다. 이 중 넓적부리도요와 청다리도요사촌은 이제는 무척 만나기가 어렵게 됐고, 나머지 3종은 한반도의 갯벌과 하천에서 아직 드물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드물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 이 종들은 어떻게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을까?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많은 수가 생존해 있지만 세계적으로 생존해 있는 수가 많지 않은 경우이고, 두 번째는 서식수의 감소 속도가 빨라서 적절한 보호를 하지 않을 경우 멀지 않은 장래에 멸종에 처할 위험이 있는 종이다. 검은머리물떼새의 경우 동아시아에 남아 있는 수도 많지 않은 편이지만 현재의 감소속도도 빠른 편이다. 이들의 주서식지인 갯벌과 강하구의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검은머리물떼새가 번식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은 1917년 4월 일본의 조류학자가 전남 영산강 하구에서 알을 발견한 것이 처음이다. 1970년대에 강화도 주변 무인도에서 번식이 확인된 이후 서해안과 도서지역에서 번식하는 집단이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모두를 놀라게 한 발견은 1990년대에 군산 외항에서 4㎞ 정도 떨어진 유부도에서 발견된 대규모 월동집단이었다. 수십 마리만 관찰되어도 큰 집단으로 생각하던 시기에 유부도에서 3천마리가 넘는 대집단이 월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일찍이 상상하지 못했던 수천마리의 대집단은 아마도 한반도 서해안 전역과 중국해안에서 번식한 집단이 한 곳에 모여서 월동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유부도는 충청남도 장항과 전라북도 군산의 경계선을 이루는 금강하구에 위치하며, 주변에 넓은 갯벌이 발달되어 있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조수간만에 따라 유부도는 물론 주변의 장항과 금강하구의 갯벌까지 이동하면서 먹이를 구하며, 만조가 되면 유부도에서 휴식을 취한다. 유부도에 이렇게 많은 새가 월동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은 아마도 유부도가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작은 섬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검은머리물떼새는 평화로운 섬마을에서 얼마 되지 않는 주민들과 공존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오랜 시간을 평화롭게 살아왔다.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그런데 이들의 대집단과 서식지가 발견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이들의 서식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유부도를 중심으로 주변 갯벌지역에 대한 매립계획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서해안 전역의 번식집단 대부분이 월동하는 유부도의 서식지 감소는 이 지역의 검은머리물떼새 집단의 감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멸종위기종의 감소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서식지의 감소다. 서식지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서식수의 감소로 이어지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은 멸종의 위협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제한된 국토면적에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나라에서 다양한 개발욕구를 억제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지난 수십년 간의 개발을 통해 야생동식물 서식지로서 보호 필요성이 높은 지역은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와 개발 간에 타협점은 없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영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사 turnstone@m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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