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자연다큐 찍는 유영석 SBS PD
"반달가슴곰이 자연으로 돌아가 먹이와 동면굴을 찾고 새끼를 낳으면서 자리를 잡는 데 10년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기간을 10년으로 정했죠."
유영석 SBS PD가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을 따라다닌 지 올해로 6년째다. 거의 멸종된 반달가슴곰이 야생에 적응하기까지 10년을 정하고 나선 길이라 이제 반절을 조금 넘어섰다.
SBS와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함께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2001년 국내 사육농가에서 자라던 건강한 반달가슴곰 4마리가 지리산에 방사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어미를 잃거나 떨어져 살던 어린 '고아' 곰들이라 우선 지리산에 '자연적응장'을 따로 만들어 멀찍이 먹이를 놓아두고 찾아 먹게 하는 등 야생에 적응하는 습관을 길러줬고 4~5개월이 지난 후 방사했다.
반돌, 장군, 반순, 막내라는 이름으로 맨 먼저 지리산의 품에 안긴 곰들의 한쪽 귀엔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발신기를 달았다. 이때부터 1년에 절반은 산에서 지내는 생활이 시작됐다.
"곰이 사는 산은 수목이 달라요. 우리나라는 자연림이 많아서 곰의 먹이가 풍부합니다. 곰은 장이 짧아서 소화율이 낮기 때문에 많이 먹고 많이 배설해서 자연림을 유지하는 데도 일조하죠."
생후 8개월 안팎에 방사된 곰들은 차츰 자연에서의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어미에게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곰들도 본능으로 살 길을 찾았다. 산을 내려오는 곰들은 일부러 국립공원 종복원센터팀에서 겁을 주어 무리로 돌아가게 했다. "곰이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제일 안 좋아요. 등산객들이 초콜릿바를 던져주면 곰이 너무 좋아해서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을 따라 내려오기도 하죠. 사람들은 재미로 주지만 곰한테는 독약이나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지금까지 방사된 24마리 중에 4마리는 야생적응에 실패해 '하산'했다. 4마리는 올무에 걸리거나 해서 죽었고 현재 16마리가 산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자연생존율이 50%에 지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생존율이지만 올무에 걸려 죽은 곰들을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 곰이 죽었을 때는 자식이 죽을 때의 심정이 이렇겠구나 했어요.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10마리 하면 10마리 다 살 줄 알았거든요. 러시아나 북한에서 데려온 곰들이 죽거나 적응을 못했을 때는 '안 데려왔으면 안 죽었을텐데…' 싶어서 안타까웠죠." 올해 1월엔 기쁜 일도 생겼다. 처음 방사했던 장군과 막내가 교배해 새끼 두 마리를 낳은 것. 이름은 아직 못 지었다는 유 PD의 얼굴에 생기가 감돈다. 2002년부터 매년 한두 차례씩 반달곰의 적응 과정을 담아 내보낸 특집 프로그램에 올해는 새끼곰들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다. 22일 방송 예정인 이번 편에는 곰의 겨우내 동면 과정도 함께 담긴다. 그동안 촬영한 테이프만 1천개에 달한다. 산에서 야생동물의 야생성을 흩뜨릴까봐 냄새 안 나게 조심조심 밥을 먹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삽 한자루 들고 더듬더듬 '자연 화장실'을 찾아가는 고생이 아무렇지 않다. "곰 복원에 관련된 세계 학회에서 '한국은 곰을 죽여 웅담을 먹으면서 웬 복원이냐'고 해 너무 부끄러웠던 적이 있어요. 야생동물이 같이 살아야 산도 살고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겠죠. 저야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산에 다니면서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죠. 하하." 백나리 기자 nari@yna.co.kr (서울=연합뉴스)
생후 8개월 안팎에 방사된 곰들은 차츰 자연에서의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어미에게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곰들도 본능으로 살 길을 찾았다. 산을 내려오는 곰들은 일부러 국립공원 종복원센터팀에서 겁을 주어 무리로 돌아가게 했다. "곰이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제일 안 좋아요. 등산객들이 초콜릿바를 던져주면 곰이 너무 좋아해서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람을 따라 내려오기도 하죠. 사람들은 재미로 주지만 곰한테는 독약이나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지금까지 방사된 24마리 중에 4마리는 야생적응에 실패해 '하산'했다. 4마리는 올무에 걸리거나 해서 죽었고 현재 16마리가 산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자연생존율이 50%에 지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생존율이지만 올무에 걸려 죽은 곰들을 지켜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 곰이 죽었을 때는 자식이 죽을 때의 심정이 이렇겠구나 했어요.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10마리 하면 10마리 다 살 줄 알았거든요. 러시아나 북한에서 데려온 곰들이 죽거나 적응을 못했을 때는 '안 데려왔으면 안 죽었을텐데…' 싶어서 안타까웠죠." 올해 1월엔 기쁜 일도 생겼다. 처음 방사했던 장군과 막내가 교배해 새끼 두 마리를 낳은 것. 이름은 아직 못 지었다는 유 PD의 얼굴에 생기가 감돈다. 2002년부터 매년 한두 차례씩 반달곰의 적응 과정을 담아 내보낸 특집 프로그램에 올해는 새끼곰들의 귀여운 모습이 담긴다. 22일 방송 예정인 이번 편에는 곰의 겨우내 동면 과정도 함께 담긴다. 그동안 촬영한 테이프만 1천개에 달한다. 산에서 야생동물의 야생성을 흩뜨릴까봐 냄새 안 나게 조심조심 밥을 먹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삽 한자루 들고 더듬더듬 '자연 화장실'을 찾아가는 고생이 아무렇지 않다. "곰 복원에 관련된 세계 학회에서 '한국은 곰을 죽여 웅담을 먹으면서 웬 복원이냐'고 해 너무 부끄러웠던 적이 있어요. 야생동물이 같이 살아야 산도 살고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겠죠. 저야 하고 싶은 일도 하고 산에 다니면서 건강도 챙기고 일석이조죠. 하하." 백나리 기자 nar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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