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장항습지의 모습. 갯벌과 버드나무 숲이 독특한 환경을 이뤄 희귀철새 등 다양한 생물들이 깃들어 살고 있다. 환경부 제공
김포대교 남단~강화 숭뢰리 1800만평
울창한 숲 주변 저어새 등 희귀종 반겨
울창한 숲 주변 저어새 등 희귀종 반겨
르포/ 습지보호지역 지정된 한강 하구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부터 김포대교까지 자유로를 따라오면서 한강 쪽을 바라보면, 철책선 넘어 연초록빛 버드나무 숲과 갯벌이 강변에 기다랗게 이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하구둑으로 막히지 않은 마지막 강하구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이곳을 포함한 한강하구 일대가 국내 최대의 내륙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다.
지난 13일 군 당국의 안내를 받아 새 습지보호지역의 최상류에 위치한 경기도 고양시 장항습지를 찾았다.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군부대의 철조망을 넘는 순간 딴 세상이 펼쳐졌다. 자유로와 일산·김포의 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 이렇게 훌륭한 자연이 살아있는 게 놀라왔다. 도로변의 논·밭을 지나자 신록으로 물든 버드나무들의 빽빽한 숲이 강변에 띠를 이뤘다. 그 너머엔 갈대밭과 갯벌이 한강까지 이어졌다. 갯벌과 갯고랑엔 고라니와 기러기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다. 재두루미의 굵은 배설물도 눈에 띄었다. 시베리아로 북상하는 마지막 겨울철새인 쇠기러기 한떼가 일행의 발소리에 놀라 ‘푸드덕’ 하늘로 날아올랐다.
환경부는 그 동안 난항을 겪던 국방부, 지자체 등과의 협의를 마치고 16일 김포대교 남단 신곡수중보에서 경기도 강화군 송해면 숭뢰리 사이 한강하구 60㎢(1800만여평)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보호지역은 장항습지·산남습지·시암리습지·유도를 빼면 97%가 수역이다(그림). 국립환경과학원의 조사 결과, 이 지역에는 저어새·매·흰꼬리수리·검독수리 등 1급 멸종위기종 4종과 재두루미·개리·큰기러기·금개구리·삵·매화마름 등 2급 멸종위기종 22종 등 많은 희귀 동·식물이 분포한다. 조사를 했던 신영규 연구관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기수역을 이루는데다 자연상태의 하천을 유지해 생물다양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신·증축과 토지형질변경 등이 금지된다. 이번 지정 과정에서도 김포시의 반발로 재두루미나 큰기러기가 먹이를 찾는 홍도평야 일대가 보호지역에서 제외됐다. 박평수 고양 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은 “철새들의 침실만 보전하고 식탁은 빼놓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윤순영 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은 “홍도평야를 가로지르는 도로건설과 신도시 건설로 재두루미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어 이 지역에 대한 추가지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오는 6월 한강하구에 대한 정밀 생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보전지역 안 농경지에 대해서는 추수한 수확물을 철새에 제공하는 대신 수입을 보상받는 생물다양성 관리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임채환 환경부 자연정책과장은 “장기적으로 비무장지대와 연계해 한강하구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도록 추진하고, 수도권에 인접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서 생태관광 명소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장항습지는 세계적 보호종인 재두루미가 잠자는 곳이다. 그러나 이번에 지정된 보호지역에는 이들이 먹이를 먹는 김포시 홍도평야가 빠졌다. 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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