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등으로 먹이가 부족해진 멧돼지들이 전방부대 막사 주변까지 수시로 내려오는 가운데 동해안 최전방지역 한 소초 주위에서 무리들과 함께 장병들이 뿌려준 잔반을 정신없이 먹던 멧돼지 한 마리가 취재 중인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고성/연합뉴스
“서식밀도 높아 도심출현 잦아” 환경부 포획계획
‘적정 개체수 초과’ 근거약해…조사정확성 논란
“시민 불안 과장…선정보도로 정책결정” 지적도
‘적정 개체수 초과’ 근거약해…조사정확성 논란
“시민 불안 과장…선정보도로 정책결정” 지적도
수도권 주변에서 살아가는 야생 멧돼지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환경부가 전국 평균보다 많이 사는 것으로 분석된 이 지역의 야생 멧돼지 서식실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적정 밀도를 유지하기 위한 개체수 조절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지난 연말과 연초 사이 경기도 하남 검단산, 의정부 용암산 등 서울시 인근 22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27일 공개한 야생 멧돼지 서식실태 보고서를 보면, 이 지역의 멧돼지 서식밀도는 100㏊에 7.5마리에 이른다.
환경부는 이날 “이 서식밀도는 전국 평균 3.7마리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라며 “멧돼지의 잦은 도심 출현에 따른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서울 인근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에 멧돼지 포획 계획을 세워 시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멧돼지들이 환경부 발표를 자신들의 도심 진입을 막기 위한 인간들의 엄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포획틀과 포획장 등을 이용한 구체적인 포획 방법까지 예시했다. 또한 이런 방법을 통한 개체수 조절 효과가 미흡할 때는 수렵장을 개설·운영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환경부의 대책은 몇 가지 핵심적인 부분에서 그 근거가 불명확해 앞으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가 서울 인근 지역에서 멧돼지 적정 개체수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나선 것은 현재 개체수가 적정하지 않다는 점을 전제한 것이다. 그러면 이 지역의 멧돼지 적정 개체수는 얼마일까? 환경부는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고 있다.
한성용 한국수달연구센터 소장은 “적정 개체수는 서식밀도만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들이 고려돼야 하는 어려운 개념”이라며 “어떤 지역의 특정 종의 적정 개체수는 누구도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수도권 지역의 멧돼지 서식밀도가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평균 서식밀도도 적정 개체수 판단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상훈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곰복원팀장은 “전국 평균 서식밀도는 현재 실태를 나타내는 것일 뿐 어떤 종이 특정 생태권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에 적당한 규모를 나타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사의 정확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환경부의 수도권 야생 멧돼지 서식실태 조사는 반나절 조사방법을 교육받은 것이 고작인 각 지자체의 담당 직원이 민간단체 회원 2~3명과 함께 하루 동안 조사대상 지역에 나가 수집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환경부는 담당 직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고자 수렵인 단체와 야생동물 보호단체 관계자들이 동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지역 가운데는 수렵문화 확산이 주요 목표인 수렵단체 관계자들을 견제해야 할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빠진 가운데 이뤄진 곳도 적지 않다. 22개 조사대상 지역 가운데 서식밀도가 가장 높게 조사된 양주시 감악산, 서식밀도가 전국 평균의 4배 가까운 것으로 조사된 의정부시 용암산 등이 그런 곳이다. 환경부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의 실체도 모호하다. 최태영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멧돼지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리산에 해마다 몰려드는 수백만명의 등반객 가운데 멧돼지 때문에 다치는 것은 물론 보았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며 “인간들의 위협에 쫓겨 나타난 특이 사례에 대한 선정적 보도에 떠밀려 야생동물 정책이 결정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환경부는 수도권 지역의 멧돼지 서식밀도가 전국 평균의 2배가 넘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평균 서식밀도도 적정 개체수 판단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상훈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곰복원팀장은 “전국 평균 서식밀도는 현재 실태를 나타내는 것일 뿐 어떤 종이 특정 생태권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기에 적당한 규모를 나타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사의 정확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환경부의 수도권 야생 멧돼지 서식실태 조사는 반나절 조사방법을 교육받은 것이 고작인 각 지자체의 담당 직원이 민간단체 회원 2~3명과 함께 하루 동안 조사대상 지역에 나가 수집한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환경부는 담당 직원의 전문성 부족을 보완하고자 수렵인 단체와 야생동물 보호단체 관계자들이 동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 조사지역 가운데는 수렵문화 확산이 주요 목표인 수렵단체 관계자들을 견제해야 할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빠진 가운데 이뤄진 곳도 적지 않다. 22개 조사대상 지역 가운데 서식밀도가 가장 높게 조사된 양주시 감악산, 서식밀도가 전국 평균의 4배 가까운 것으로 조사된 의정부시 용암산 등이 그런 곳이다. 환경부가 “높아지고 있다”고 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의 실체도 모호하다. 최태영 서울대 환경계획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멧돼지가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리산에 해마다 몰려드는 수백만명의 등반객 가운데 멧돼지 때문에 다치는 것은 물론 보았다는 사람도 거의 없다”며 “인간들의 위협에 쫓겨 나타난 특이 사례에 대한 선정적 보도에 떠밀려 야생동물 정책이 결정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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