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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철새야 우지마라~ 우리가 있다’

등록 2006-05-02 18:27

홍도 철새연구센터 현관 앞에선 센터 직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현 연구원, 채희영 센터장, 홍길표 연구원, 박종길 연구팀장, 김경희 연구원, 원일재 연구원, 김성진 연구원
홍도 철새연구센터 현관 앞에선 센터 직원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현 연구원, 채희영 센터장, 홍길표 연구원, 박종길 연구팀장, 김경희 연구원, 원일재 연구원, 김성진 연구원
새가 좋아 가족까지 이사시킨 ‘홍도의 7인’
“한번 와보세요…‘유배생활’ 할 만합니다”
[이사람] 홍도 철새연구센터 연구원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서쪽 바닷길 2시간반, 신비의 절경 홍도가 나타난다.

홍도는 한반도를 거쳐 남쪽 월동지와 북쪽 번식지를 오가는 새들이 가장 즐겨 찾는 ‘휴게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난해 7월 홍도에 국내 최초로 철새연구센터를 설치한 이유다. 또 젊은 조류 연구자 7명이 외딴 섬에서 ‘유배생활’을 자청한 까닭이기도 하다.

“국내 철새연구 최적지가 바로 홍도입니다. 철새 이동 길목이어서 섬 면적은 6.47㎢로 남한의 0.0065%에 불과하지만 국내 확인 조류의 60%에 가까운 280종이 넘는 다양한 새들을 관찰할 수 있거든요.” 철새연구센터 센터장 채희영(41) 박사의 설명이다.

단순 관찰이 아니라 이동경로 파악을 위한 가락지 부착에도 홍도만큼 유리한 곳을 찾기 어렵다. 남쪽에서 바다 위로 500㎞ 이상 쉬지 않고 날아 홍도에 막 도착한 새들은 거의 탈진 상태. 따라서 고장난 프로펠러 비행기처럼 푸드덕거리며 멀리 못 나는 새들을 붙잡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이 센터는 철새들의 우리나라 출입국 동향을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철새 출입국관리사무소’라고 할 만하다. 철새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지키는 이들은 또 있다. 박종길(36) 연구팀장과 홍길표(37)·김성현(27)·원일재(26)·김성진(26)·김경희(25) 연구원이다.

지난달 28일부터 1박2일 함께 하며 지켜본 이들의 얼굴에는 항상 소년 같은 미소가 머물러 있다. 아무리 자신이 택한 섬생활이지만 가끔 후회도 하고, 답답해 하는 게 정상 아닐까?

“남들은 평생 한번도 만나지 못할 새들을 봉급을 받아가면서 맘대로 볼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센터 출입문 밖이 바로 좋아하는 새들을 만날 수 있는 현장이니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틈이 없지요.” 가장 먼저 홍도에 들어온 박종길 팀장 얘기다.

그는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던 2002년 말 결혼 두달 밖에 안된 아내를 설득해 다도해국립공원 홍도탐방안내소 근무를 자원했다. 대학원에서 조류학 공부할 때 보름에 100만원이 넘는 사비를 들여 새를 보러 오던 홍도에서 맘껏 새를 연구하겠다는 계산이었다.

다른 직원들 사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홍일점 김경희 연구원은 “붉은 동백꽃 꿀 빠는 홍도 동박새에 이끌려” 2004년 여름 홍도탐방안내소 자연환경안내원을 자원해 이곳에 눌러앉았다.

나눠 맡은 연구주제에 성과를 내려는 의욕으로 마음이 바쁜 몇몇은 한 달에 한두 번 가족 만나러 육지 나가는 시간도 아까웠던 모양이다. 센터장 채 박사와 김성현 연구원은 지난달 홍도에 살림집을 구해 부인과 아이들까지 이사시켰다. 박 팀장은 4년 전 신혼집을 배로 30분 거리인 바로 옆 흑산도에 마련했다.

김 연구원은 “더 일찍 이사하려고 했는데, 섬에 병원이 없어 지난해 말 태어난 딸에게 필요한 예방주사 모두 맞히고 오느라 늦었다”며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홍도에 들어오면서 개인적으로 세운 조류 연구 목표를 이룰 때까지 섬을 안 떠날 생각”이라고 했다.

홍도/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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