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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희귀식물 백양더부살이 ‘풍전등화’

등록 2006-05-16 15:12

지난 9일 전북 정읍시 내장천 둔치에서 백양더부살이가 막 보랏빛 꽃을 피워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러나 이 백양더부살이 군락지는 옆 도로가 확장될 계획이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9일 전북 정읍시 내장천 둔치에서 백양더부살이가 막 보랏빛 꽃을 피워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러나 이 백양더부살이 군락지는 옆 도로가 확장될 계획이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내장산 근처에서만 극소수…한때 멸종 간주
새 군락지 도로공사…송두리째 사라질 위기

세계에서 오로지 내장산 근처에만 극소수가 분포하던 희귀식물의 새로운 대규모 군락지가 발견됐지만 도로 개설 공사로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새로 발견된 식물은 우리나라에서 아주 희귀한 식물인 백양더부살이로, 1928년 일본인 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내장산에서 한 포기를 채집한 뒤 멸종한 것으로 간주됐으나 2003년 다시 발견돼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된 종이다.

발견자인 박성배 내장산국립공원 자원보전팀장은 “당시 발견지인 남창계곡에서 더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공원 밖 정읍시의 내장천 하천 둔치에서 새로 200여 개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박씨와 함께 찾은 군락지에서 백양더부살이는 막 보랏빛 꽃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쑥 뿌리에 기생하는 이 식물은 하천변 높은 지대의 볕이 잘 들고 건조한 곳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생태를 지닌다. 그러나 이런 곳은 도로 등으로 이용되기 쉬워 훼손 위험이 높다.

실제로 백양더부살이의 새 분포지는 하천 갓길과 둑 비탈이었는데, 이미 자동차 도로와 산책로가 하천 양쪽에 뚫려 있고 화단을 조성해 놓아 백양더부살이 군락은 상당히 훼손된 상태였다. 박씨는 “농경지에서 불을 놓거나 제초제를 뿌리고, 갓길에 주차 한 번 잘못 해도 세계적인 희귀식물 대부분이 뭉개질 우려가 있다”며 당국의 시급한 보전조처를 촉구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백양더부살이의 새로운 분포지 대부분이 계획된 도로공사로 통째로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국토관리청은 이 지역을 지나는 국도 29호선의 우회도로를 내기 위해 현재 2차로인 내장천변도로를 2010년까지 4차로로 넓히기로 하고, 실시설계를 마친 뒤 토지매수 중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가을 단풍철이 되면 행락차량이 늘어 도로 확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003년 백양더부살이를 국제학술지에 한국 특산종으로 보고했던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 소장은 “이곳에서 없어지면 이 종은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된다”며 “실태조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로를 닦더더라도 일년생인 백양더부살이가 씨앗을 맺을 때까지 기다려 비슷한 대체서식지에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양더부살이는 산림청의 희귀 및 멸종위기 식물로 지정돼 있으나, 표본 자체가 드물어 관련 연구가 없을 뿐 아니라 도감에도 올라 있지 않은 상태다. 정읍/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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