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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잿빛 서울서도 멸종위기 새 힘찬 ‘날갯짓’

등록 2006-05-25 19:17

지난 2월 강서습지생태공원 수면 위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멸종위기종 큰기러기들.(왼쪽) 지난 3월 중랑천으로 탐조를 나선 하호 회원들이 발견한 천연기념물 원앙이들.(가운데) 하호 제공,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오른쪽)  환경부 제공
지난 2월 강서습지생태공원 수면 위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멸종위기종 큰기러기들.(왼쪽) 지난 3월 중랑천으로 탐조를 나선 하호 회원들이 발견한 천연기념물 원앙이들.(가운데) 하호 제공,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오른쪽) 환경부 제공
탐조 모임 ‘하호’ 밤섬 등 12곳 2년 집중조사
황조롱이·말똥가리 흔하고 큰기러기도 발견
거대한 회색 도시 서울의 회색 하늘에도 새들은 많다. 도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비둘기떼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의 빈약한 자연 속에 깃드는 새들 가운데는 의외로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멸종위기종이나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한 새들도 적지 않다.

환경운동연합 회원 소모임인 ‘하호’ 회원들이 서울에서 야생조류를 관찰하기 좋은 12곳을 선정해 지난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법정보호종 조류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와 멸종위기종인 말똥가리다.

황조롱이는 하호가 조사한 12개 주요 탐조지역 가운데 한강의 밤섬, 방화대교 인근 한강 변의 강서습지생태공원, 난지도의 월드컵공원, 안양천과 중랑천, 강동대교 옆 고덕생태공원은 물론 도심 한가운데인 남산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강서습지생태공원은 하늘에 높이 떠서 땅 위의 먹잇감을 노리며 한자리에 못박힌 듯 움직이지 않고 날갯짓만 하는 황조롱이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하호 회장 오미경(35·회사원)씨는 “1월부터 4월까지 다달이 한 번씩 탐조를 나갔는데 그때마다 황조롱이나 말똥가리를 볼 수 있었다”며 “그곳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고 있는 새를 볼 경우, 크기가 작으면 황조롱이, 좀 크면 말똥가리로 생각하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는 이밖에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으로 동시에 지정돼 있는 고니와 멸종위기종인 큰기러기도 찾아들고, 고방오리, 황오리, 흰뺨검둥오리, 비오리, 황로, 해오라기, 민물가마우지 등 20여종의 철새와 때까치, 붉은머리오목눈이, 꿩 등의 텃새들도 관찰할 수 있다.

난지도의 쓰레기산 위에 만들어진 월드컵공원에서도 수리부엉이와 솔부엉이 등 법정보호종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하호 회원들은 이곳에서 겨울과 초여름 사이 3번 가량 탐조하는 과정에서만 오색딱따구리, 쇠오색딱따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딱새, 직박구리, 제비, 박새, 쇠박새, 때까치, 꿩, 왜가리, 쇠백로, 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 물총새, 해오라기, 쇠물닭, 멧비둘기, 개개비 등 20종이 넘는 다양한 새들을 확인했다.

또 겨울에서 초봄 사이 서울 바로 외곽의 미사리 한강변에 나가면 멸종위기종이면서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의 우아한 모습을 보기 그다지 어렵지 않고, 지난 2월 탐조를 나갔던 하호 회원들처럼 운이 좋으면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참수리와 흰꼬리수리의 위엄있는 자태를 만날 수도 있다.


수많은 차량들이 무심코 지나다니는 서강대교 아래 한강 밤섬도 철따라 원앙이, 황조롱이, 큰기러기 등 법정보호종을 포함해 20종이 넘는 새들이 깃드는 곳이다. 밤섬은 또한 흰뺨검둥오리, 해오라기, 개개비, 꼬마물떼새, 알락할미새 등에게는 번식처 구실도 하고 있다.

이밖에 강동구 길동에 있는 길동자연생태공원, 방이동의 올림픽공원,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도 철따라 다양한 새들이 모여들어 새들을 관찰하기에 좋고, 한강변에서 성남 쪽으로 이어지는 탄천을 거슬러 올라가도 다양한 새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하호 회원들이 발품을 팔아 확인한 결과다.

수질오염이 심한 중랑천에서도 천연기념물인 새매와 멸종위기종인 말똥가리를 포함해 댕기흰죽지, 흰죽지, 재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 할미새, 백할미새, 꼬마물떼새, 납작도요, 깝작도요 등의 철새들이 관찰된다. 지난 3월 중랑천으로 탐조를 나섰던 하호 회원들은 한양대 위쪽 청계천과의 합수지점 근처에서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한 쌍을 발견하기도 했다.

오씨는 “얼핏 보기에도 더러운 물 위에 화려한 색깔의 원앙이들이 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회원들 모두 놀랍고 반가워하면서도 그들이 그렇게 더러운 물 속의 먹이를 먹고 병이 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안타까워했다”며 “탐조는 새들의 서식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환경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 도심에서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호 회원들이 자신들이 집중적으로 조사한 서울지역 12개 주요 탐조지역을 자세히 소개하는 탐조활동 안내서를 출판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그런 희망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탐조문화를 확산시켜 환경을 보호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호는 ‘하늘다람쥐에서 호랑이까지’라는 이름 그대로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꾸준히 참여하는 회원이 10여명에 지나지 않는 작은 모임이다. 하지만 이미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 서울대공원에서 사육되는 동물들의 실태를 조사한 ‘슬픈 동물원 보고서’를 펴내, 많은 사람들에게 동물원 동물들의 고통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만들어 ‘환경동네’에서는 꽤 알려져 있다. 하호의 탐조 안내서는 올해 10월께 출판할 예정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물새들을 관찰하고 있는 하호 회원들.  하호 제공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물새들을 관찰하고 있는 하호 회원들. 하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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