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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지구 온난화 남극의 경고 - 체험단 14일의 기록

등록 2005-02-22 17:50수정 2005-02-22 17:50

마리안 소만의 해안 빙벽. 사진 왼쪽의 바다는 만년빙으로 채워져 있었으나 최근 10년 동안에 온난화로 인해 녹아 사라졌다.
마리안 소만의 해안 빙벽. 사진 왼쪽의 바다는 만년빙으로 채워져 있었으나 최근 10년 동안에 온난화로 인해 녹아 사라졌다.


하루에도 수십번 만년빙은 운다

새해 1월을 ‘순백의 땅’ 남극에서 보낸 교사·사진가 ·화가 등 남극체험단이 한 달간의 체험 일정을 마치고 지난달 말 귀국했다. 일반인으로는 처음으로 남극 세종기지에 발을 디딘, 교사 김현태(37·충남 서산여고)·이경(30·울산 학성고)씨와 사진가 정종원(30)씨, 자연화가 강명희(58)씨는 두 주일 동안 다리품을 팔아 남극의 동식물 생태계를 관찰하고 사진과 화폭에 ‘청정 자연’의 모습을 옮겨 담으면서, 남극 여름철의 색다른 정취에 흠뻑 취했다.

체험단은 “오염되지 않은 남극의 자연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곳에서도 온난화의 영향이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한다. 이번 일반인의 극지체험은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의 공동기획으로 이뤄졌다. 이들의 남극 체험 기록은 인터넷(exp.kopri.re.kr)에서도 볼 수 있다.

“우르르릉…쿵….”

서울을 떠난 지 11일만에 도착한 ‘청정의 땅’ 남극의 킹조지섬 세종기지에 머무는 동안, 빙벽은 끊임없이 무너져 내렸다. 햇볕이 강한 날이면 더 심했다. 세종기지에서 4㎞쯤 떨어진 마리안 소만의 빙벽은 이렇게 여름 내내 무너진다고 한다. “10분 사이에도 두세번씩, 간혹 집채나 빌딩만한 빙벽들이 무너졌다”고 극지체험단에 참여한 김현태 교사는 전했다.

▲ 세종과학기지가 자리 잡은 킹조지섬의 마리안 소만에서, 해안 빙벽이 무너지는 순간이 사진작가 정종원씨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집채보다 큰 얼음이 떨어질 때에는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린다.




지구 온난화는 킹조지섬에서 쉽게 감지됐다. 한낮에 섭씨 0도 안팎의 기온을 나타내는 킹조지섬의 여름은 약간의 기온 상승으로도 늘 얼어 있던 곳(영구 동결지역)이 녹는 ‘영상 기온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었다. 여름 한낮의 영상 기온이 잦아지면서 마리안 빙벽은 1956~84년엔 1년에 6m씩 줄었으나, 1994~2001년엔 무려 평균 81m씩 줄었을 정도다. “예전엔 해발 50m였던 빙벽의 높이도 이젠 평균 20~30m로 낮아졌다”고 정호성 극지연구소 박사는 말한다.

별천지 청정의 땅에서
빌딩만한 빙벽들 썰어진다
빙벽은 몇년새 수십미터씩
제모습을 잃어간다

언 땅에 감히 침범못하던
도둑갈매기·개미자리…
인간이 만든 생태계파괴 증거

처음 본 남극의 자연환경은 눈을 의심할 만큼 아름다웠다. 먼 곳의 풍광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너무도 깨끗하고 선명했다. 야외 체험을 하고 돌아와서도 손과 얼굴을 씻을 필요가 없어 일부 체험단원은 잘 씻지 않고 지내기도 했다. 기지 주변의 ‘펭귄마을’에서 본 모습은 공해 몸살을 앓는 지구촌과 달리 평화로운 별천지였다. 흰색과 코발트, 옥색이 어우러진 빙하, 혹독한 자연환경에서도 꿋꿋한 초록과 연두빛을 만든 이끼와 식물들, 간간이 드러난 흑갈색의 땅, 그리고 이런 남극의 빛깔을 조화롭게 담은 바다의 오묘한 빛은 남극의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남극은 백색만이 아니었다.

▲ 배에 가득 채워 잡아온 크릴을 새끼한테 되새겨 먹이고 있는 젠투펭귄.
하지만 생태계에서도 기후변화의 조짐은 조금씩 감지됐다.

남극 해안가의 식생을 조사하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식물을 이곳저곳에서 발견했다. 이끼 같지만 약간 다른 모습이었다. 남극에 사는 단 2종의 현화식물(꽃을 피워 씨앗으로 번식하는 식물)인 ‘남극개미자리’와 ‘남극좀새풀’이라 한다.

땅에 뿌리를 내려 사는 이 고등식물은 몇해 전만 해도 언 땅이던 기지 주변에선 볼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 그 서식지를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이 역시 기후 온난화의 증거일 것이다. 이끼와 달리 언 땅에선 살지 못하는 이런 고등식물이 는다는 것은 킹조지섬에서 여름 영상 기온이 잦아져 뿌리 내릴 ‘녹은 땅’도 넓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극지연구소는 6년 전부터 이 식물들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식물이 늘자, 펭귄과 함께 남극의 대표적 생물인 ‘남극도둑갈매기’도 늘었다. 예전보다 더 많이 눈에 띈다고 한다. “여름이 추운 해엔 식물 위에 둥지를 틀지 못해 아예 번식을 중단하기도 하는 도둑갈매기는 근래 여름이 따뜻해 언 땅이 녹는 기간이 늘면서 식물과 함께 덩달아 개체수를 늘리고 있다”고 극지연구소 쪽은 설명했다. 펭귄을 잡아먹는 도둑갈매기는 카페트처럼 푹신푹신한 이끼 들판에 둥지를 틀기도 한다.

▲ 세종기지 월동대원들과 함께 한 남극체험단원들. 앞줄 왼쪽부터 정호성 단장, 김지희 지도교수, 김현태 교사, 이경 교사, 강명희 화백, 김정훈 지도교수, 정종원 사진작가.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남극에선 요즘 ‘선글래스’가 필수 이상의 장비가 됐다. 체험활동 내내 선글래스와 선크림은 반드시 챙겨야 했다. 화가로서 체험단에 참여한 강명희씨나 사진작가 정종원씨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기 위해 자주 선글래스를 벗어야 했기에 더욱 고역이었다. 강씨는 체험기간 내내 강한 자외선으로 시린 눈 때문에 늘 눈물을 달고 살아야 했다. 이런 고통은 우리 뿐이 아니다. 남극 생물체가 더 많은 자외선에 노출되면서 생태계 파괴라는 현실에 직면한 상태다.

남극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간직한 유일한 곳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지구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고 인간이 자초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변화가 지구의 역사가 흘러가는 방향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이런 변화는 더욱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체험단 이경 교사는 말한다. 글 정리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사진 극지연구소 제공


△(사진설명) ① 능선에 자리잡은 드넓은 이끼 군락. 여름철에 번성하는 이끼류는 남극의 대표 식물군이다.
② 최근 급증하는 현화식물의 군집 변화를 조사하고 있는 남극체험단의 이경 선생과 김지희 지도교수.
③ 남극 해안 생태계의 최고 포식자인 남극도둑갈매기는 번식기인 남극 여름의 온도에 따라 번식의 정도가 달라진다,
④ 남극에 단 2종 뿐인 고등식물, 남극좀새풀(왼쪽)과 남극개미자리. 최근 기온 상승으로 세종기지 주변에서 군집이 확산되고 있다. 사시사철 언 땅인 ‘영구동결’ 지역이 줄면서 뿌리식물이 번성해 초지로 변한 모습.
⑤ 폭풍설이 지나간 직후의 세종기지 부근 ‘펭귄마을’. 최근에 때아닌 한 여름의 이상기온과 폭풍설로 번식에 실패하는 펭귄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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