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기’ 운동통해 환경보호·빈곤퇴치
폐막식 ‘광주선언’ 낭독…환경운동 은퇴 없다
폐막식 ‘광주선언’ 낭독…환경운동 은퇴 없다
[이사람]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참석 왕가리 마타이
“나무를 심는 것은 평화와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입니다.”
200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65·케냐 환경부 차관)는 1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광주선언’을 낭독한 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10여명을 만나 경험을 나누는 집담회에 참석했다.
마타이는 1977년 국제그린벨트운동을 창설해 아프리카 전역에 나무 3500만 그루를 심은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정치와 관련없는 인물이 이 상을 받기는 처음이어서 세계의 눈길이 쏠렸다.
“훼손된 밀림을 되살리고 가난한 여성한테 일자리를 만들자는 두가지 목적으로 나무를 심기 시작했어요.”
마타이는 나무심기운동을 시작한 동기부터 차분하게 풀어나갔다. 이어 환경보존과 빈곤퇴치가 맞닿아 있더라며 운동의 연관성과 순환성을 강조했다. 케냐 국민의 80%가 화목을 구하고 농사를 지으려 벌목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밀림을 지키는 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음을 회상했다.
“가난한 국민은 벌목하고 땅을 개간해 농사를 지어야만 했어요. 밀림이 사라지면 이들은 물이 부족해 더 멀리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도 당장 먹을 것이 없었으니까요.”
마타이는 꾸준한 교육으로 나무가 사라지면 비가 오지 않고,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사라지고, 물이 사라지면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자연의 순환을 설명해 대중의 인식을 바꿨다. 케냐 정부도 나무심기를 장려하려고 1인당 한해 소득이 100달러 안팎인 국민들한테 씨앗을 받아 한 그루를 심으면 10센트를 지원하며 거들었다.
대중운동이 성공하면서 나무심기는 케냐를 넘어서 우간다·말라위·탄자니아·에티오피아 등으로 확대됐다.
교육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마타이는 국내의 아나바다(아껴쓰고위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기)운동을 소개하자 케냐에도 내용이 비슷한 ‘모따에나이운동’을 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어 20대 초반의 활동가들한테 “환경이 나아지면 주민의 삶이 나아질 것으로 믿는 우리들은 친구”라며 “믿음이 확실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노벨평화상이 나무심기를 계속하라는 소명감을 심어줬다”라며 “나무를 심을 공간이 있는 동안은 은퇴하지 않고 지구에 푸른 드레스를 입히는 아름다운 일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64년 미국 스콜라스티카대를 졸업하고 66년 피츠버그대에서 생물학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71년 나이로비대에서 수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76~77년 이 대학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아프리카 전역에 나무를 심으면서도 89~92년 나이로비 시내 우후루공원의 62층 건물신축 사업을 소송과 시위로 막아내는 등 환경운동에 헌신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차례 투옥됐지만 2002년 국회의원에 당선했고, 2003년 환경·천연자원·야생생물부 차관에 임명됐다.
마타이는 케냐 전국여성위원회 위원, 국제연합 사무총장 군축자문위, 제인구달연구소, 여성환경개발기구 등으로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그린벨트운동으로 바른생활상, 세계여성상, 골드먼환경상, 아프리카상, 에든버러메달, 줄리에트홀리스터상, 페트라켈리 환경상, 소피상 등 국제적인 상을 받기도 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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