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 대법 판결 뒤 변화 관찰·백서준비
건강 많이 회복…환경 ‘승패 아닌 가치’ 문제
건강 많이 회복…환경 ‘승패 아닌 가치’ 문제
단식투쟁을 벌이면서 천성산 고속철도 반대 운동을 이끌었던 지율 스님은 “내가 틀렸고 법원 판단이 옳았기를 바란다”며 대법원 판결 소감을 밝혔다.
지율 스님은 현재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안되는 경북 영덕의 산골에 들어가 살고 있다. 최근 부산 나들이를 한 그를 부산교대 근처에서 만났다.
그는 “배 곯은 스님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돼지처럼 먹여 살이 많이 올랐다”며 방긋이 웃었다. 하지만 발에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한달 전부터 조금씩 걷기 시작했지만 신발이 벗겨져도 모른다고 했다. ‘독수리타법’ 덕택에 엄지와 검지 손가락은 어느 정도 감각을 되찾았지만 다른 손가락은 아직 감각이 없다. 2시간 남짓 앉아있는 동안 계속해서 팔을 주무르고 다리를 두드렸다. 잠을 못이룰 만큼 아프다고 한다.
‘도롱뇽소송’으로 대화가 흘러가자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판결을 보고 화가 났어요. 사실이에요.” 그는 “도롱뇽소송은 승패가 아닌 가치의 문제이며, 건강한 사회와 환경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도롱뇽소송’ 이후의 활동에 들어갔다.
‘도롱뇽의 친구들’ 회원 30명은 경남 양산시 천성산의 대성암, 안적암, 가사암 계곡 등 3곳에 수량측정기를 설치해 지난 3월 중순부터 하루씩 번갈아 가며 사진 찍고 일지를 적는 등 수량 변화를 관찰하고 있다. 이들 계곡은 천성산에 터널을 뚫었을 때 물이 고갈되는 등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다. 지율 스님은 터널 공사 전후의 변화를 1년 동안 관찰한 뒤 백서를 낼 계획이다. 대법원 판결은 터널공사 시작 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환경운동을 위해 ‘도롱뇽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200명 정도의 회원제로 운영하는 쉼터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온갖 근거없는 비난들이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천성산 가치와 환경운동의 중요성까지 훼손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앞에 나서는 대외활동은 가능한 자제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천성산 지키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