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부 보호불구 지구온난화 등 서식환경 갈수록 악화
점박이물범은 물개, 바다사자와 함께 지느러미 모양의 발을 가진 바다 포유동물이다. 오호츠크해, 베링해, 알래스카 등 북태평양의 찬 바다가 주된 서식지다. 수컷은 길이 1.5~2.1m, 몸무게 85~150㎏으로 어른 몸집보다 크다. 전세계에 30만~40만마리가 산다.
서해의 점박이물범은 북태평양 종이 약 1만년 전 빙하기가 끝나 북상하면서 고립된 유전적으로 독특한 집단이다. 이들은 9월이면 백령도에서 북행을 시작해 북한 서해안을 거쳐 11월부터 발해만에 나타난다. 발해만은 염도가 낮아 서해에서 유일하게 겨울에 얼어붙는 바다다. 1~2월 중 유빙 위에서 새끼를 낳아 젖을 뗀 뒤 봄이 되면 남하해 일부는 백령도로, 나머지는 중국 해안을 따라 광둥성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10여마리씩 태안과 칠산 앞바다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밀렵은 물범의 최대 위협이다. 중국에서의 밀렵은 1950년대에 한 해 1천마리 이상 잡았을 때도 있었고, 60~70년대에도 해마다 400~500마리를 없앨 만큼 성행했다. 특히 발해만에서 물범 포획은 겨울철 휴어기 때 요긴한 현금 소득원으로 오랜 전통을 지닌다. 중국 정부는 1988년 점박이물범을 국가 1급 중점보호 야생동물로 지정하고 1996년엔 물범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등 물범 보호에 나섰지만 밀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04년 〈환경스페셜〉을 통해 점박이물범의 생태를 심층탐사한 김서호 <한국방송> 피디는 “밀렵꾼들이 물범을 한 마리당 20달러를 받고 조직적으로 팔고 있었다”고 밝혔다. 밀렵된 물범은 동물원이나 약제상에 팔린다.
중국 랴오닝성 정부는 물범의 주 서식지로 보호구역인 창싱섬에 대규모 산업단지와 항만을 건설하기로 하고 최근 이 지역을 보호구역에서 해제했다. 유전 개발, 산업화, 수산자원 남획, 수질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물범을 위협하고 있다. 나아가 지구온난화로 바다의 결빙구역이 줄어들면서 물범은 위험한 해안에 더 가까이 다가와 새끼를 낳아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2년 점박이물범을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했고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체계적인 조사와 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양수산부는 효율적인 보존과 관리를 위해 2007년부터 5년간 서식현황 조사와 서식지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여기엔 물범에 일일이 고유번호를 주어 기록하는 것 이외에 인공위성 추적장치를 이용한 회유경로 조사, 식성과 먹이 조사, 행동 특성 조사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최근 두드러지는 백상아리(백상어)에 의한 피해도 조사할 예정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최석관 박사는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진 뒤 물범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나아가 백령도에 점박이물범 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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