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끊긴 길…고개 떨군 주민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3리 민박촌 주민들이 27일 지난 폭우로 폐허가 된 자신들의 집에서 속절없이 다시 내리는 집중호우가 원망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인제/박종식 기자
응급복구 중단…산사태등 2차피해 우려
흙 메운 도로 4곳도 유실 차량통행 중단
흙 메운 도로 4곳도 유실 차량통행 중단
인제 수해피해 현장 가보니
“하늘도 정말 무심하시지.”
지난주 폭우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강원도 인제지역. 막 복구의 삽을 뜨기 시작한 이곳에 27일 또다시 굵은 장대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하늘을 원망하며 깊은 시름에 빠져들고 있다.
불안에 휩싸인 주민들=이날 오전 인제군 한계3리 민박촌 입구. 삽차와 대형 트럭들이 분주히 오가며 복구에 한창이었다. 유실됐던 도로는 흙과 돌로 간신히 임시 복구돼 있었다.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주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정재권(55)씨는 “비가 또 엄청나게 내린다고 해서 굴삭기를 한 대 더 불렀는데 아직 안 온다. 여기저기 피해가 많다 보니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탓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지난 폭우로 키우던 사슴 100여 마리가 전부 떠내려가 버렸다”며 이제는 흔적만 남은 자신의 집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은 더욱 굵어지기 시작했다. 오전 11시께 드디어 긴급 대피령이 내려졌다. 덕적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경찰이 주민들을 재촉했다. “임시로 복구된 도로가 다시 유실될 수 있으니 가능한 한 빨리 나와야 합니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오전에 한계리, 덕산리, 덕적리, 가리산리 일대에 주민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빨리 서둘러야 합니다.” 임시복구된 도로에는 쏟아지는 비로 온통 흙탕물이 가득했다. 복구작업을 하던 삽차와 대형트럭들도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도로를 따라 30분쯤 들어가니 이미 도로가 끊겨 있었다. 끊긴 도로 너머에 넘쳐난 물로 건너오지 못한 덕적리 주민 한 명이 서 있었다.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소리는 폭우에 묻혀버렸다. 경찰관 한 명이 도로를 건너 주민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물살은 더욱 세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임시 이재민구호소가 마련된 한계초등학교. 민박촌 주민 김덕주(85)씨는 부인·손녀와 함께 한계리에서 빠져나오다 왼쪽 다리를 다쳐 흰 붕대를 감고 있었다. “빨리 비가 그쳐서 집으로 돌아갔으면 해.” 김씨는 손녀가 가져다준 컵라면을 함께 먹으며 또다시 힘겨운 대피생활을 시작했다.
복구작업 중단 및 2차 피해 우려=다시 내린 장대비로 이날 모든 응급복구 작업이 중단됐다. 인제군에는 이날 한국노총 250명 등 전국 26개 기관·단체에서 1233명의 자원봉사자가 복구작업을 도울 계획이었으나 폭우에 따른 사고위험 때문에 모두 취소됐다. 인제군은 각 단체에 전화로 이런 사실을 알렸고, 지난 25일부터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있던 유한킴벌리 자원봉사단 등도 철수했다. 복구작업은 28일에도 중단될 예정이다.
지난 폭우로 유실돼 흙을 메워 응급복구했던 도로 가운데 일부 구간이 다시 유실되는 등 6개 구간에서 차량통행이 중단됐다. 인제지역의 유실 구간은 인제읍 덕산리~덕적리, 하추리~가리산, 한계리~장수대, 하답~귀둔 등 네 구간이다. 영월군의 88번 지방도 발전소입구~녹전삼거리,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의 옛 고속도로 구간 등 2곳도 산사태와 낙석으로 교통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또 한계리의 하천에 임시로 설치한 가교들도 강우량이 많아질 경우 유실될 우려가 높은 상태다. 인제군청 관계자는 “이제 겨우 응급복구를 마쳐 마을로 통하는 길을 뚫었는데, 폭우에 다시 사라질까봐 걱정이 크다”며 “비가 계속되면 절개지의 토사 유출, 산사태 등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제 춘천/박종식 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지난 폭우로 유실돼 흙을 메워 응급복구했던 도로 가운데 일부 구간이 다시 유실되는 등 6개 구간에서 차량통행이 중단됐다. 인제지역의 유실 구간은 인제읍 덕산리~덕적리, 하추리~가리산, 한계리~장수대, 하답~귀둔 등 네 구간이다. 영월군의 88번 지방도 발전소입구~녹전삼거리, 평창군 봉평면 진조리~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의 옛 고속도로 구간 등 2곳도 산사태와 낙석으로 교통이 전면 통제되고 있다. 또 한계리의 하천에 임시로 설치한 가교들도 강우량이 많아질 경우 유실될 우려가 높은 상태다. 인제군청 관계자는 “이제 겨우 응급복구를 마쳐 마을로 통하는 길을 뚫었는데, 폭우에 다시 사라질까봐 걱정이 크다”며 “비가 계속되면 절개지의 토사 유출, 산사태 등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제 춘천/박종식 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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