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군 인제읍 덕산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성진(50)씨가 28일 오전 가게 앞에 들어찬 물을 쓸어내고 있다. 박씨는 “자원봉사도 하고 관광도 하면 더 보람있는 휴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많은 피서객들이 인제를 찾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비 그치면 피서철…동해안 가도 될까
“가야 하나, 가지 말아야 하나.” “오시는 게 수해성금 내시는 겁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날씨가 개기 시작하면서 29일부터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됐다. 그러나 여름휴가지의 대명사 ‘강원도’는 폭우로 일부 지역과 도로 등이 초토화되면서 시름에 빠져 있다. 피서객들이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생각해 강원도 피서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력산업인 관광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강원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강원도 민·관은 피서지로 강원도를 찾아주는 게 강원도와 실의에 빠진 도민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며 방문을 호소하고 있다.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맨 앞에 나섰다. 김 지사는 “수해를 당한 강원도민에게 미안할 것 같아 강원도로 피서를 가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오히려 강원도를 찾아주시는 게 강원도민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수해성금을 내는 것보다 몇 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피서객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속초시와 양양군, 고성군 등 동해안 북부 3개 시·군의회 의장들도 지난 26일 한국방송 등 방송사들과 한국관광공사,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을 찾아 설악권 피서를 권장해 달라고 요청했다.
“피서 오시면 성금내는 셈” 적극 유치
주민들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릉시 주문진오징어축제위원회 김태환(41) 회장 등 위원 13명은 강릉시청 공무원 4명과 함께 지난 21~22일 이틀간 자매도시인 경기도 부천의 송내역 광장과 중앙공원에서 산오징어 시식회를 열었다. 이들은 다음달 10일부터 열리는 오징어축제를 알리기 위해 활어차에 산오징어 2천마리와 조미오징어 200㎏을 싣고 부천까지 가는 열성을 보였다. 강릉시 경포번영회도 지난 26일 경포해수욕장에서 최명희 시장과 경포대지역 숙박업소·음식점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규정된 요금 받기 △손님 친절하게 맞기 다짐대회를 열고 피서객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해수욕장을 가꾸자고 결의했다.
값내린 숙박시설 “재충전하러 오세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올해 강원도 피서지 가격은 예년보다 오히려 내려갔다. 경포대해수욕장에서 1.5㎞ 떨어진 순긋해수욕장 주변 민박촌은 해수욕장 개장기간 동안 하루 6만~7만원만 받겠다고 밝히면서 손님 유치에 나섰다. 이 마을 민박운영위원회 정시영(70) 위원장은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2~3분 거리인 우리 마을 민박집들도 수세식화장실·싱크대를 갖췄고 성수기 방값도 6만~7만원으로 싼 편”이라며 방문을 적극 요청했다.
강릉시와 시 보건소는 숙박시설 요금시비 가능성에 대비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중 4만~5만원의 요금을 받는 저렴한 민박집 명단을 올려놓는 등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춘천/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강원 양양군 강현면 낙산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들이 28일 오후 간간이 내리는 빗속에서도 모래사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양양/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춘천/김종화 기자 kim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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