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마이’ ‘보파’ 등 1000㎞ 간격 잇단 발생
‘마리아’ 10일께 동해 진입 “소형이지만 주의를”
‘마리아’ 10일께 동해 진입 “소형이지만 주의를”
태풍 셋이 한꺼번에 발생해 열대야에 시달린 사람들을 ‘위험한 유혹’으로 이끌고 있다. 태풍이 다른 피해를 안 주고 더위만 쫓아낼 수는 없을까?
기상청은 7일 우리나라 먼 남쪽에서 지난 5일부터 차례로 생겨난 제7호 태풍 ‘마리아’와 8호 ‘사오마이’는 일본 남쪽 해상에서 북서진 중이고, 9호 ‘보파’는 대만 동쪽 해상에서 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림)
‘고마운’ 태풍 될 가능성 =태풍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태풍 에위니아와 빌리스처럼 수마를 몰고와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바닷물을 뒤흔들며 섞어놓아 적조를 사라지게 하고 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구실도 한다. 1994년 8월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더그’는 큰 피해 없이 비를 뿌려 무더위를 식히고 가뭄을 가시게 해 ‘효자 태풍’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번 세 태풍의 상황은 유동적이다. 지금까지 관측으로는, 소형 태풍 마리아는 9일 일본 시코구 지방을 통과해 동해로 진출한 뒤 일본에 상륙해 세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오마이도 소형 태풍으로, 10일께 오키나와 부근 해상까지 진출한 뒤에는 중국 또는 우리나라 쪽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파는 대만 동쪽 해상에서 느리게 서진하고 있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복병은 ‘후지와라 효과’ =그러나 태풍들이 동시에 이동하면서 서로 영향을 줄 경우 피해를 몰고올 수도, ‘효자 노릇’을 할 수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세 태풍이 1000㎞ 거리를 두고 있는데, 이렇게 근접해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태풍이 서로 가까이 있을 때는 ‘후지와라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후지와라 효과는 북반구에서 저기압 둘 이상이 접근해 서로의 영향권에 놓이면 한 저기압이 다른 저기압의 바람에 따라 진로가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 태풍들의 상대적 크기와 강도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은 달라진다. 2000년 9월에는 먼저 생긴 태풍 ‘보파’가 북서진하다 초강력 태풍 ‘사오마이’의 힘에 밀려 남하하면서 소멸해 버린 적이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남쪽의 기압계가 세 태풍의 상호 위치와 발달 정도에 따라 매우 유동적인 패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근접한 태풍이 서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런 영향을 고려해 태풍의 진로와 날씨를 예측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태풍의 씨앗을 품고 있는 몬순 기압골과 열대수렴대가 인도차이나 반도와 필리핀 사이에 계속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현재까지 태풍 발생 수가 평년의 65% 수준밖에 안 돼 앞으로도 태풍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표 참조)
한편, 7일 오후 한때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내려 낮 최고기온이 섭씨 5도 가량 일시적으로 떨어졌다. 기상청은 “8일에도 강원 영서와 경기 내륙지방의 경우 오후 한때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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