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해안 전남 무안의 임자도에서 푸른무안21협의회와 한국해양구조단이 공동으로 해양쓰레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바다쓰레기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사업을 국제적으로 벌이고 있다. 한국해양구조단 제공
해양부 섬 12곳 조사결과 보니
바다에도 육지처럼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이 엄격한 경계선을 긋고 있지만, 쓰레기에는 국경이 없다. 페트병 같은 부유쓰레기는 해류와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일본에서 미국 하와이로 이동해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플라스틱 음료수병 40% ‘오염의 주범’
차귀도 가장 많아…의료쓰레기도 주범
“세나라 국익앞서 교류로 문제 풀어야” 2001년 브라질 북부 코스트 도스 코쿠에이로스 해변에서는 무려 5개 대륙 48개 나라에서 온 쓰레기가 발견됐다. 여기엔 한국 상표가 붙은 생수병도 들어 있었다. 같은 해 오스트레일리아 야생동물보호기금이 호주 북부 안헴 곶의 해양쓰레기를 조사했을 때도 한국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포함돼 있었다. 일본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2003년에 이어 2005년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한국에서 온 쓰레기 문제에 우려를 표시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국가간 이동쓰레기 문제가 언론에 잇따라 보도돼 사회적 파문이 인 데 따른 대응이었다. 이시카와 현에서는 전체 쓰레기의 38%가 한국, 7%가 중국과 타이에서 왔고, 가나가와 현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70%가 외국에서 왔으며 그 중 80%가 남·북한 것이라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호초 서식지인 하와이 연안해역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폐어구 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 해양쓰레기 조사는 2003년 시작됐다. 그러나 전국 차원의 상세한 조사는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한국해양구조단 등 시민단체에 맡겨 수행한 것이 처음이다. 인천 백령도에서 부산 가덕도까지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섬 12곳을 조사했다. 가로·세로 10m 면적의 해안에서 발견된 외국 쓰레기는 평균 93개였다. 가장 많은 것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음료수병으로 40.1%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어구용 부표가 32.1%로 뒤를 따랐다.
비닐봉지, 병뚜껑에 이어 많이 발견된 약병은 의료쓰레기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부른다. 조사팀이 중국 칭타오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주사약병과 비슷한 유리병이 현지에서 일반 가정용 해열제나 강장제 등 상비약품으로 흔히 쓰이고 있었다. 중국의 병원폐기물은 연간 65만t에 이르며 그 대부분이 생활쓰레기와 섞여 배출되고 있음에 비춰 이번 의료쓰레기의 발견이 주목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국적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주사기도 다수 발견됐다. 물에 뜨는 해양쓰레기는 주로 해류와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국과 일본을 거쳐 태평양으로 가듯 쓰레기도 비슷한 경로로 이동한다. 이번 조사는 우리나라가 중국 쓰레기의 종착역이자 일본으로 가는 환승역이란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중국에서 가까운 서해에 남해보다 중국쓰레기가 훨씬 많고, 이동경로에 위치한 남제주군 서쪽 무인도인 차귀도에서는 매달 해안청소를 하는데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 쓰레기가 나왔다. 모든 외국 폐기물 가운데 중국산은 3분의 2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만과 중국 어디서 왔는지가 불확실한 16.9%를 합치면 그 비율은 90%를 넘어선다. 중국에 이어 대만이 7.6%, 미확인 4.9%, 일본 2.4% 순이다. 영국과 네덜란드 쓰레기도 발견됐지만, 그 나라 제품일 뿐이지 그곳에서 버려진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외국산 해양쓰레기의 양은 아직 국내 쓰레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플라스틱 음료수병에 국한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플라스틱 음료수병은 조사지 100㎡당 평균 42.1개가 발견됐는데, 외국산 비중이 통영 욕지도 해안에선 71.6%로 국내산을 압도했고 제주 차귀도, 인천 백령도 등도 절반 이상이 외국산이었다. 전체적으로 플라스틱 음료수병의 42.4%가 외국에서 온 것이었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우리나라는 이런 국가간 이동 해양쓰레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자국에 오는 쓰레기의 양만으로 보상이나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일본을 겨냥했다. 자국 피해만을 강조하는 국가주의 관점은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관하는 북서태평양 보전실천계획(NOWPAP)은 지난해 총회에서 해양폐기물 대책이 시급하다는 결의안을 내고, 국제협력의 강화를 촉구했다. 이번 조사 책임자인 홍선욱 한국해양구조단 환경실장은 “민간과 정부의 구실이 다른 한·중·일 세 나라가 국익을 앞세우기보다는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서 배우는 자세로 쓰레기 발생 줄이기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차귀도 가장 많아…의료쓰레기도 주범
“세나라 국익앞서 교류로 문제 풀어야” 2001년 브라질 북부 코스트 도스 코쿠에이로스 해변에서는 무려 5개 대륙 48개 나라에서 온 쓰레기가 발견됐다. 여기엔 한국 상표가 붙은 생수병도 들어 있었다. 같은 해 오스트레일리아 야생동물보호기금이 호주 북부 안헴 곶의 해양쓰레기를 조사했을 때도 한국 것으로 추정되는 쓰레기가 포함돼 있었다. 일본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2003년에 이어 2005년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한국에서 온 쓰레기 문제에 우려를 표시하고 대책을 촉구했다. 국가간 이동쓰레기 문제가 언론에 잇따라 보도돼 사회적 파문이 인 데 따른 대응이었다. 이시카와 현에서는 전체 쓰레기의 38%가 한국, 7%가 중국과 타이에서 왔고, 가나가와 현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70%가 외국에서 왔으며 그 중 80%가 남·북한 것이라는 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산호초 서식지인 하와이 연안해역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폐어구 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 해양쓰레기 조사는 2003년 시작됐다. 그러나 전국 차원의 상세한 조사는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한국해양구조단 등 시민단체에 맡겨 수행한 것이 처음이다. 인천 백령도에서 부산 가덕도까지 사람의 손길이 잘 닿지 않는 섬 12곳을 조사했다. 가로·세로 10m 면적의 해안에서 발견된 외국 쓰레기는 평균 93개였다. 가장 많은 것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음료수병으로 40.1%를 차지했다. 플라스틱 어구용 부표가 32.1%로 뒤를 따랐다.
해변에 밀려온 부유쓰레기의 주종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음료수병과 어구용 부표다. 이들은 물에 잘 뜨는데다 장기간 표류가 가능해 해양쓰레기의 지표로 쓰인다. 중국에서 온 플라스틱 약병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비닐봉지, 병뚜껑에 이어 많이 발견된 약병은 의료쓰레기라는 점에서 경각심을 부른다. 조사팀이 중국 칭타오를 방문해 확인한 결과 주사약병과 비슷한 유리병이 현지에서 일반 가정용 해열제나 강장제 등 상비약품으로 흔히 쓰이고 있었다. 중국의 병원폐기물은 연간 65만t에 이르며 그 대부분이 생활쓰레기와 섞여 배출되고 있음에 비춰 이번 의료쓰레기의 발견이 주목된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국적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주사기도 다수 발견됐다. 물에 뜨는 해양쓰레기는 주로 해류와 바람을 타고 이동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국과 일본을 거쳐 태평양으로 가듯 쓰레기도 비슷한 경로로 이동한다. 이번 조사는 우리나라가 중국 쓰레기의 종착역이자 일본으로 가는 환승역이란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중국에서 가까운 서해에 남해보다 중국쓰레기가 훨씬 많고, 이동경로에 위치한 남제주군 서쪽 무인도인 차귀도에서는 매달 해안청소를 하는데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 쓰레기가 나왔다. 모든 외국 폐기물 가운데 중국산은 3분의 2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만과 중국 어디서 왔는지가 불확실한 16.9%를 합치면 그 비율은 90%를 넘어선다. 중국에 이어 대만이 7.6%, 미확인 4.9%, 일본 2.4% 순이다. 영국과 네덜란드 쓰레기도 발견됐지만, 그 나라 제품일 뿐이지 그곳에서 버려진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외국산 해양쓰레기의 양은 아직 국내 쓰레기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플라스틱 음료수병에 국한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플라스틱 음료수병은 조사지 100㎡당 평균 42.1개가 발견됐는데, 외국산 비중이 통영 욕지도 해안에선 71.6%로 국내산을 압도했고 제주 차귀도, 인천 백령도 등도 절반 이상이 외국산이었다. 전체적으로 플라스틱 음료수병의 42.4%가 외국에서 온 것이었다.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우리나라는 이런 국가간 이동 해양쓰레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자국에 오는 쓰레기의 양만으로 보상이나 대책을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일본을 겨냥했다. 자국 피해만을 강조하는 국가주의 관점은 불필요한 갈등만 유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엔환경계획(UNEP)이 주관하는 북서태평양 보전실천계획(NOWPAP)은 지난해 총회에서 해양폐기물 대책이 시급하다는 결의안을 내고, 국제협력의 강화를 촉구했다. 이번 조사 책임자인 홍선욱 한국해양구조단 환경실장은 “민간과 정부의 구실이 다른 한·중·일 세 나라가 국익을 앞세우기보다는 교류를 통해 서로에게서 배우는 자세로 쓰레기 발생 줄이기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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