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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참나무들이 빨갛게 타죽어 갑니다”

등록 2006-08-28 19:18

불암산·수락산 일대 ‘시들음병’ 확산
“해충 광릉긴나무좀 온난화로 극성”
“서울 불암산과 수락산 일대 참나무들이 한 여름에 단풍이 드는 것처럼 잎이 빨갛게 타들어갑니다. 줄기에 조그만 구멍이 송송 뚫리고, 그러다가는 말라 죽어갑니다.”(이정환 서울 노원구 공원녹지과 녹지팀장)

참나무들이 희귀병의 공격으로 말라죽고 있다. 지난 2004년 처음 발견돼 지난해엔 경기·강원·충북·전북 등지에서 참나무 1만여 그루를 고사시키면서 위력을 나타냈던 ‘참나무시들음병’이 드디어 서울에까지 입성해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특히 올해 장마가 지나면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불암산과 수락산 일대에서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노원구에서만 이미 30~40년된 100여 그루가 고사했고, 감염된 100여 그루에는 약을 주입한 상태다. 노원구는 직원과 공익근무요원 20여명에 포크레인 1대를 동원해 방제작업을 하고 있는데, 벌써 3000여만원의 예산이 들었고 앞으로도 그 정도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비교적 얕은 산에서 병든 참나무는 끌어내 태우고, 깊은 산의 것은 1m씩 잘라 메탄소디움이란 약제를 뿌린 뒤 비닐을 덮어 밀봉하는 작업을 한다.

참나무시들음병을 일으키는 것은 광릉긴나무좀(왼쪽 사진)이라는 해충과 이 해충이 옮기는 곰팡이균이다. 신상철 국립산립과학원 산림병해충과장은 “광릉긴나무좀은 1935년 처음 보고됐지만 그동안은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았다”며 “기후 온난화가 이 해충의 활동을 강화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의 긴 무더위가 참나무시들음병의 온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참나무시들음병은 고사율이 20%로 아주 치명적인 편은 아니다. 그러나 참나무는 지금까지 거의 전염병을 앓지 않은 종이어서, 참나무시들음병의 확산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참나무는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 전체 나무의 25%가량씩을 차지하는 대표 수종이어서, 전체 산림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신 과장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침엽수인 소나무 종류가 가장 많았지만 한반도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활엽수인 참나무과가 꾸준히 늘었다”며 “고사율이 낮다고 얕잡아볼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광릉긴나무좀은 성충의 몸 길이가 4㎜에 불과하지만, 살아있는 나무를 뚫고 들어가고 암컷은 등에 곰팡이균을 나르는 균낭을 짊어지고 있다. 암컷이 나무 속으로 들어올 때 균낭에 있는 곰팡이를 퍼트려 나무 속에 번식시키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나무 조직에서 배양된 곰팡이를 먹고 자란다. 성충이 5월께 나타나 나무줄기를 뚫고 들어가며, 7월 말부터 나무를 죽이기 시작한다.

노원구는 “피해가 확산되는 진로를 차단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항구적인 방제는 되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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