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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새로 개발한 ‘하천 생태 건강도 측정법’ 적용해보니

등록 2006-09-07 19:31

안광국 교수팀, 물고기 상태·서식지 환경 점수화
BOD기준 평가와 딴판…물 맑아도 낙제점 나와
‘우후죽순’ 복원공사 제대로 됐나 판단 잣대 기대
한강·섬진강 나쁨~보통…낙동강·금강·섬진강 나쁨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이 흐르는데도 물고기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든 하천이 있다. 반대로 물은 탁해도 생물상이 풍부한 강도 있다. 이화학적인 오염도를 재도 이런 강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는 어렵다.

하천에 사는 물고기의 종류와 분포, 개체수, 그리고 그들이 서식하는 하천 바닥과 하천변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기법이 개발됐다. 한마디로 하천의 생태학적 건강도를 재는 방법이다.

안광국 충남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환경부의 국책사업인 ‘물환경 종합평가 방법 개발조사연구’의 일환으로 미국 환경보호청이 1980년대부터 시행하고 있는 생물학적 수질평가법을 우리 환경에 적용해 하천이나 호수의 건강성을 평가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하천을 건강진단한다=물고기는 하천의 다양한 오염원이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생물학적 지표다. 연구팀은 물고기 가운데 고유종이 얼마나 많은지, 오염에 민감한 종의 비중이 얼마인지, 식성은 어떤지 등 8가지 항목으로 하천의 생물학적 건강도를 양적으로 측정하는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위 표〉

예를 들어 고유종의 비율이 3분의 2를 넘으면 5점이고 3분의 1 미만이면 1점, 그 중간은 3점을 준다. 여울의 돌이나 자갈에 붙어 사는 종의 비율이 높을수록 점수가 높다. 오염에 잘 견디는 종이 적고, 잡식성 어류보다는 돌틈의 수서곤충을 먹고 사는 물고기가 많은 하천이 더 건강하다. 물고기 개체수가 많은 것은 먹이가 풍부하다는 뜻이고, 물고기의 피부와 내장, 골격에 이상이 있는 것은 그만큼 환경이 나쁘다는 징표다.

안 교수팀은 이와 함께 물리적 서식지 평가모델도 내놓았다. 하천 바닥이 부유물에 덮여 있는지, 유속이 빠른지, 수로가 변경됐는지, 천변이 식생으로 덮여 있는지 등을 양적으로 평가해 점수화했다.〈아래 표〉 어류상과 서식지의 두 지표를 통해 하천의 생태적 상태를 입체적으로 알 수 있다.


주요 하천 성적표=2004~2005년 조사한 한강본류의 생태 건강도는 ‘나쁨~보통’ 상태로 나타났다. ‘한강이 맑아졌다’는 오염도를 기초로 한 공식평가와는 딴판이다. 자연성이 살아 있는 밤섬 근처가 그나마 양호한 상태로 밝혀졌다. 낙동강 본류도 ‘나쁨’ 또는 ‘보통~나쁨’ 상태로 나타났다. 수질오염도인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1~4ppm으로 양호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경남 함안군 칠서면과 경북 고령군 성산면의 생태 건강도가 낮았다. 전체적으로 하천 직선화로 여울이 적고 하천 굴곡도가 떨어졌으며, 잡식성 어종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금강 역시 ‘나쁨’ 상태로 드러났다. 오염에 잘 견디는 피라미가 단연 우점했고 잡식성 어종이 우세했다. 영산강·섬진강 수역에서 광주천은 주변 서식환경이 양호함에도 수질이 극히 나빠 생태 건강도가 낮았다. 반면 남원과 고달 지역은 수질이 양호함에도 주변 서식환경 상태가 좋지 않아 생태 건강도가 낮았다. 이는 생태 건강도가 수질뿐만 아니라 물리적 서식환경에도 영향을 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하천 공사는 치명적=연구팀은 복원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양재천의 과천시 구간을 조사했다. 관악산에서 과천 수자원공사까지 생태건강도가 ‘보통’ 상태를 유지하던 양재천은 복개구간을 철거하는 공사가 이뤄지는 지점에서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3차례의 조사에서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발견하지 못하는 등 최악의 상태로 바뀌었다. 공사 영향은 하류에까지 미쳐 붕어·미꾸라지 등 오염에 둔한 물고기들이 많아졌다.

하천 공사는 생물 서식지를 송두리째 망가뜨린다. 연구팀은 섬진강 본류인 전북 남원시와 전남 곡성군에서 1급수에 가까운 물이 흐르는데도 서식지 파괴로 생태건강도가 ‘나쁨’ 상태인 사실을 밝혀냈다.

하천 복원을 평가하는 잣대=전남 광양시 광양읍 사곡리에 있는 한 폐광산에서 흘러나온 폐수는 사곡저수지로 흘러든다. 연구팀은 광산폐수의 영향이 없는 지류에선 버들치가 우세한 양호한 상태를 확인했지만 폐수 합류후 150m 하류까지는 바닥에 누런 침전물이 쌓여 있었고 물고기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곳의 물에 버들치를 넣었더니 아가미와 눈 색깔이 변하고 피부와 지느러미가 짓무르는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폐광산 유출수의 영향이 극명하며 저수지에서 중금속 농축이 예상된다”며 “생태적 건강평가는 이곳의 생태복원이 이뤄졌는지를 판단하는 유용한 척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광국 교수는 “전국에 하천 복원이 우후죽순처럼 활발하지만 제대로 복원됐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며 “새로 개발된 방법으로 하천의 생물학적 건강을 되찾았는지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내년부터 이번에 개발된 모델을 단계적으로 전국 수계에 적용해 모니터링과 건강도 평가를 할 예정이며 현재 지침서를 마련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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