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부리새
가끔 동물원에 갔었다. 동물원엔 주로 아이들이나 노인들이 많이 와서 분위기가 좀 그렇지만... 가보면 꽤나 재미있는 일이 많다. 최근엔 싼 맛에 이곳을 찾는 젊은 연인들도 꽤 있고... 근데 동물원이 장난 아니다. 희귀한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둬 놓고, 사람들을 불러 돈을 벌던 시대는 이미 옛날이야기다. 아직 일부 동물원들이 우리안의 친구들에게 동물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최근의 동물원은 이름도 거창하게 `생태동물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물원은 환경변화와 개발에 의한 서식지 감소와 인간의 탐욕이 부르는 남획으로 오갈 곳이 없는 야생 동물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었다.또 동물원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종 보존과 증식을 위한 생태 동물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중에서 뉴욕의 브롱스 동물원은 이 분야에서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899년 처음 문을 연 브롱스 동물원은 초창기 야생에서 멸종위기에 처한 미국들소의 종 보존에 성공한 이후 흰표범, 롤랜드 고릴라, 중국 악어등 희귀 야생동물의 멸종을 막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뿐만 아니라 전시관 디자인이 실제 야생 상태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처럼 정교하게 꾸며져 있어, 이곳에 있는 동물들에게 최상의 거주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며 , 관람객들에게도 동물원이 쇠창살 너머의 볼거리가 아니라 야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002년 1월 미국 최대의 동물원이라는 뉴욕의 브롱스 동물원을 가 보았다.겨울이라 야외 동물원은 문닫은 곳이 많았지만, 다행히 내가 특히 관심 새와 관련된 전시공간은 주로 실내에 있었다. 새와 관련된 전시관은 아마존 정글 깊숙한 곳에 서나 볼수 있는 희귀새들을 체험해 볼수 있는 `새들의 세계 관'(World of Birds), 제비갈매기나 저어새 등 습지에서 서식하는 `물새관'(Aquatic Birds House), 커다란 바다를 야외에 축소해 놓은 `바다새 관'(Sea Bird colony), 검독수리나 올빼미류가 있는 `맹금 류관'(Birds of Prey), 타조처럼 덩치 큰 새들이 전시된 `큰새관'(Big Birds)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1월의 차가운 공기에 볼이 얼얼해서 처음 찾은 `새들의 세계관. 문을 열자, 습하고 뜨거운 공기가 얼었던 볼을 확 끼친다.열대 밀림에서난 볼 수 있을 것 같은 나무와 풀이 빼곡하고 좁다랗게 난 길을 따라 가면곳곳에서 희귀한 새들을 볼 수 있다.눈이 휘둥그래져서 주위를 살피다보면 나무와 나무사이 곳곳에 화려한 깃의 새들이 보인다.또 관람객들 옆으로도 새들이 날아다니는 것이 새들의 천국이 따로 없어 보인다.아주 멀리 떨어져서 한참을 공들여야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나 새를 보던 탐조만 해보던 내겐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Keel-billed Toucan. 우리말로 큰부리새라고 한다고 한다. 과일과 곤충을 주로 먹고 사는 이 새는 정글 속 높다란 나무 꼭대기에 마치 터줏대감 같이 떡 하니 버티고 앉아 있기를 좋아 한다. 커다랗고 화려한 부리가 단연 일품이다. 멋진 사냥꾼 Carmine Bee-Eater. 아프리카 열대지방 사는 이 놈은 특히 나는데 일가견이 있어, 벌과 곤총들을 잡는데 명수다. 이 날도 어느새 날벌레를 입에 물고 나타나는게 역시 명사냥꾼 답다.

Carmine Bee-Eater
Nicobar Pigeon(또는Vultuline Pigion).모습은 칠면조랑 비슷하던데 비둘기라고 하네.야행성에 걸맞게 커다란 눈과 밝은 색의 꼬리털을 가지고 있다.

Nicobar Pigeon(또는Vultuline Pigion)
다음은 `물새'관. `새들의 세계관'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의 모습과 생태가 주로 화려하고 이국적이라서 눈을 즐겁해 주었다면... `물새관'은 우리주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새가 위주라 왠지 친근감이 간다. 새뿐만 아니라 살고 있는 서식지를 새마다 자연 그대로 만들어 놓아 새와 그 서식지를 이해하고 느낄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다.브롱스가 특히나 자랑하고 있다는 이곳은 마치 실제 야생의 나무와 바위, 덩굴, 바닷가, 모래밭 그리고 개미 언덕 등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관람객들이 마치 바닷가나 습지에 가서 직접 새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였다. Black-winged Stilt(장다리 물떼새) 우리나라에도 드물게 찾아오는 희귀한 나그네새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 98년 충남 서산의 천수만에서 번식이 확인된 이후 매년 번식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부리와 다리가 매우 가늘고 길어, 자연에서 발견하면 다른 새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Black-winged Stilt(장다리 물떼새)
Pied Avocet(뒷부리장다리물떼새의 일종).역시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종이 드물게 한두마리씩 찾아오는데, 위로 휘어진 기다란 부리가 특징이다.

Pied Avocet
제비갈매기(Common tern). 인공 바닷가에서 온몸이 검은 검은머리물떼새 등과 함께 멋지게 날아 다닌다. 하지만 이곳은 새와 사람사이에 아무것도 없지만 절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새들이 날아 오지 않는다고 한다.Oystercatcher는 우리말로 검은머리물떼새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던 놈하곤 다르게 몸 색깔이 온통 검다.

제비 갈매기와(Common tern)와 Black Oystercaycher
Roseate Spoonbill(저어새의 일종). 우리나라 서해안에서 번식하는 저어새보다 덩치가 작고 몸이 붉은색을 띄고 있다.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Roseate Spoonbill(저어새의 일종)
따오기(Scarlet Ibis). 동양에서 보이는 놈하곤 역시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한국 전쟁 이전엔 많은 수의 따오기가 찾아왔었지만... 지금은 노래만 남긴채, 1980년 이후엔 발견된 기록이 없다. 극소수의 야생집단이 중국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Scarlet Ibis
`맹금류관'을 보고는 사실 약간 실망.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맹금류들이 우리나라 동물원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독수리나 검독수리 등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에서 보던 새들을 보게 돼 반갑긴 했지만,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가진 맹금류들의 전시환경은 현재의 기술 수준으론 한계가 있다고 한다. 흰올빼미.몸집이 큰 올빼미로 주로 북극권에 분포한다.

흰올빼미
`바닷새관'은 물새관과 비슷한 새들로 꾸며져 있었다.물새관이 실내에 정교하게 꾸며진 인공 자연이라면, 이곳은 실외의 약간 넓은 전시 공간이다.이미 사람들에게 많이 익숙해진 새들이라,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아 가까이서 보기에 좋았다. Guanay Cormorant. 역시 우리 바다에서 보던 검정색의 가마우지하곤 다르게 화려한 색을 가지고 있다.

Guanay Cormorant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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