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강원도 철원평야에서 올들어 처음 두루미가 목격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철원, 임진강변 등에서도 반가운 손님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설레입니다. 한반도의 겨울 손님중엔 천수만의 노랑부리저어새도 반갑고, 하늘의 제왕 흰꼬리수리도 멋지지만 두루미 우아한 자태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
두루미는 먼저 외모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순백색의 몸빛과 머리꼭대기의 붉은 점이 세속과는 다른 초연한 기품을 떠올리게 하고, 목과 검은색의 셋째 날개깃이 꼬리깃처럼 길게 늘어뜨린 자태가 너무나 멋집니다.
이들이 커다란 날개를 펼쳐 하늘을 날 때는 흰색의 첫째 날개깃과 검은 색의 둘째 셋째 날개 깃이 뚜렸이 대비되고 정수리의 붉은점이 함께 어우러져, 학춤이라는 구애행동 만큼이나 환상적입니다. 게다가 찬바람만 부는 벌판에서 위장막에 숨어 `뚜루루루~뚜루루루~’ 하는 커다란 울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몸에 전율이 일 정도입니다.

재작년. 전 귀가 솔깃한 제보를 받았습니다. 유유히 나는 두루미 무리를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지역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땅에서 두루미들이 먹이를 먹거나, 구애행동을 할때, 또는 주위 인기척에 놀라 황급히 날아갈 때의 모습 정도만 찍어 항상 제 사진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하늘을 헤엄치듯 유유자적하는 두루미 가족을 두루미보다 높은 지대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다니... 덤으로 눈이라도 내려 땅이 모두 흰 눈에 덮여 있고, 그 위를 붉은 점을 가진 녀석이 희고 검은 몸매를 뽐내며 날고 있다면... 우와~ 이건 무조건 한폭의 동양화 아니겠습니까?

아쉽게도 당시엔 눈이 없어 그림을(?) 완성하진 못했습니다. 게다가 인적이 없는 지역이라 낮에 채식을 마친 녀석들이 해가 떨어져 잠자리로 가기 전까진 거의 이동도 않하더군요. 덕분에 노출이 나오지 않아 애도 먹었습니다. 사진은 아쉬웠지만 재작년 겨울. 전 이틀 동안이나 두루미 가족의 `아름다운 비행'을 높은곳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올겨울에도 함박눈이 펑펑 내린 다음날. 멋진 동양화를 꿈꾸며 임진강변에 한번 나가 보고 싶습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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