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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필진] 뒷부리장다리물떼새-생이별한 피붙이를 만난 것처럼...

등록 2006-10-04 15:23


새를 보고 카메라에 담기 위해 갯벌이나 간척지 또는 숲으로 돌아다닐 때 마다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새들이 항상 나를 위해 기다리기로 약속한 것도 아니고, 이 녀석들을 매번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예 한 마리도 못 봐서 허탕을 치기도 한다. 또 어렵게 찾기는 해도, 거리가 너무 멀거나 고약한 날씨 때문에 제대로 된 사진을 못 얻는 경우도 많다.

물론 반대로 예상치 못한 반가운 녀석을 만나는 행운을 누릴 때도 있다. 어떤 때는 멀리 해외출장을 가서 우연치 않게 이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이때의 기분은 먼 곳에서 고향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다.

몇 년 전 천수만에서 번식하는 모습이 발견되어 화제가 되었던 장다리물떼새는 수많은 사진가와 야조회원들의 단골손님이었지만, 난 이 녀석을 구경조차 못 해봤다.

그런데 출장을 가서 다른 일을 하다 들른 미 서부 세네제이 근처의 골프장안 연못과 미국-멕시코 국경의 사막지대에선 한꺼번에 수 십 마리가 모여 있거나 나는 모습을 보곤 눈이 휘둥그레졌었다.(물론 다른 종이지만, 그게 어디냐?)


뒷부리장다리물떼새도 먼 동네에서만 만났던 새중 하나다.

이 녀석은 낙동강 천수만 금강에서 한두 마리 정도만 아주 드물게 관찰된다. 다행히도 해마다 꼭 찾아오는 편이다. 하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 나그네새라, 매일 현장에 살다시피 지키지 않고는 좀처럼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가 어렵다.

또 혹시 며칠정도 머문다고 해서 현장을 찾아 가도, 대체로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어 좋은 사진 찍기가 만만치 않다. 물론 난 한번도 이 녀석을 야생에서 본적이 없었다.


지난 2월 비싼 택시비에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간 홍콩 마이포 습지.

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겨우 허락을 받아 습지에 들어서자마자, 수백마리의 새들이 멋진 군무라도 하는 것처럼 한낮의 밝은 기운이 가신 오후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일단 찍고 보자는 직업정신으로 일단은 카메라에 여러 컷 담아 놓았다. 금방 날이 어두워 지는 바람에 이곳저곳을 1시간 반 만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휘 둘러 보고 숙소로 왔었다.

찍어온 파일을 정리하면서 이 녀석들이 누구지 하면서 화면을 확대하다 위로 휘어진 이 녀석들의 부리를 확인하는 순간...

음~

숨이 멎는 듯 했다.

뒷부리장다리물떼새였다.

우리나라에선 한두 마리 보기도 나에겐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이 녀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줄이야... (나중에 알았지만 홍콩에선 2003년 2월에 무려 5673마리가 발견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생각지 못한 이 녀석들을 만난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였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고향친구라기 보단 생이별한 피붙이를 만났을 때의 기분이랄까?



야생에서 뒷부리장다리물떼새는 가늘고 위로 휘어진 부리만 확인하면, 누구나 이 녀석들을 알아 볼 수 있다. 이들은 주로 얕은 호수나 논, 하구 간석지에 찾아온다. 짠물과 민물이 섞인 얕은 곳에서 먹이를 찾는데, 부리를 수면과 수평이 되게 유지하면서 좌우로 움직여 갑각류나 수생곤충 따위를 잡아먹기에 위로 휘어진 가는 부리가 매우 적합하다고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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