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개에 쌓인 해미천. 그리고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속에서야 그럴듯 하지만... 해미천의 노랑부리저어새는 올해도 편치않은 겨우살이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걱같은 부리를 좌우로 저으며 얕은 물에서 먹이를 잡는 이 녀석들에게 해미천은 얕은 수심과 주변의 풍부한 물고기는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90년대 말 현대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매각에 나선 뒤, 서산 간척지는 더이상 이 녀석들에게 겨울나기 장소가 아니다.
간척지 땅을 잘게 나누어 사들인 일반인(농사 짓는 사람들)들의 출입이 많아 졌고, 사방으로 길이 뚫리면서 드나드는 사람과 차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그래도 현대가 농사를 지을 때엔 허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에 출입도 못했다) 당연히 폭이 좁은 해미천에서 먹이 활동을 하던 노랑부리저어새들은 하천 옆의 도로를 달리는 차량과 사람들의 간섭을 받게 되었다. 동이 트면 출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제방 너머의 비포장 도로를 내달리는 차량 소리에 먹이를 찾다가 놀라기도 여러번. 이들은 곧 사람의 간섭을 피해 간월호(서산 에이지구안에 간척으로 생긴 커다란 담수호. 어찌나 큰지 건너 편이 맨눈으론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다.) 가운데로 날아간다. 해미천에 먹이가 널려 있지만, 불안을 견디지 못해 더 이상 이곳에 머물지 못하는 것이다. 간월호로 한번 날아가면 더 이상 이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기는 불가능하다. 성능 좋은 망원경 정도는 있어야 이들의 주걱턱을 겨우 확인해 볼 수 있을 정도다. 해미천의 물안개. 이젠 불안해 하는 노랑부리저어새를 잠시라도 더 지켜 볼려면 해뜨기 직전의 어둠이나 주변의 시선을 잠시 가려주는 안개라도 있어야 한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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