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째 소나무 위 농성 환경운동가 신정은씨
“지금 계신 곳이 골프장 중심지가 되는 지역이고요. 골프장 건설로 바로 앞에 보이는 산(말등메이산·해발 168m)이 50~80m 이상이 깎이게 된대요.” “어~저쪽인 줄 알았는데 여기여? 안되지. 여기에 무슨 골프장을 짓겠다고! 절대 안되지.”
인천 귤현역과 공사중인 계양역을 지나 군부대를 끼고 계양산을 걸어 20여분쯤 올라가면, ‘계양산이 죽으면 인천이 죽는다’는 펼침막을 내걸고 12m 높이 소나무 위에서 고공 시위를 벌이고 있는 20대 여성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계양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땀을 흘린 뒤 수십m씩 자란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흔히 ‘목상동 솔밭’이라고 불린다.
토요일인 지난 4일 이곳을 찾은 등산객들은 이 여성으로부터 골프장 건설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말도 안된다”며 나무에 걸어 놓은 골프장 건설 반대 서명용지에 서명을 시작했다. 일부 등산객은 동네 주민들로부터 직접 반대 서명을 받겠다며 서명용지를 한묶음 들고 가기도 했다.
8일 현재 14일째 고공 농성중인 신정은(28·인천녹색연합 활동가)씨는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작은 계곡에 가재가 사는 등 강원도의 깊은 산 속처럼 아름다운 이곳이 골프장 건설로 없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몸으로 알리기 위해 고공 시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시위가 시작된 뒤 등산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아무개(50·여·인천 부개동 삼부아파트)씨는 “계양산에 오르기 위해 부녀회에서 산악회까지 만들어 매주 1~2번씩 찾고 있다”며 “주민들이 앞장서 반대 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아무개(41·여·인천 계양신도시 현대아파트)씨는 “지난 5월 구청장 선거 때 당선된 구청장이 산을 좋아하는 것 같아 적극 지지했었다”며 “골프장 건설을 계속 지지하면 퇴진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연합 회원들이 돌아가며 보내주고 있는 음식 등을 밧줄을 이용해 공급받으며 24시간 나무 위에서 살고 있는 신씨는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등산객들이 늘고 있어 어려움도 견뎌내고 있다”며 “골프장 건설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시위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인천 도심에 있는 계양산은 2~3시간 동안 등산을 할 수 있어 주말이면 인근 계양구, 부평구, 서구 등은 물론 부천과 서울 화곡동, 목동 등에서 1만여명이 찾고 있다.
골프장 건설 논란은 롯데건설이 지난 7월 신격호 회장 등이 소유한 계양산 북쪽 목상동, 다남동 일대 개발제한구역 73만평 안에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테마파크형 근린공원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불거졌다. 롯데건설이 인천시에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에 이를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하자, 인천지역 50여개 시민·환경단체들은 계양산 등반대회와 서명운동을 통해 반대 뜻을 밝히는 한편 지난 7일부터는 인천시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는 사업부지 가운데 골프장 예정지 1만600평, 테마파크 예정지 2만8600평 등 3만9200평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해당된다는 군의 통보를 받고, 롯데건설 쪽에 사업계획 변경을 요청한 뒤 다음달 초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인천시는 사업부지 가운데 골프장 예정지 1만600평, 테마파크 예정지 2만8600평 등 3만9200평이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해당된다는 군의 통보를 받고, 롯데건설 쪽에 사업계획 변경을 요청한 뒤 다음달 초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