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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텅빈 연근해…그물엔 멸치·오징어만 ‘북적’

등록 2006-11-10 08:33수정 2006-11-10 09:33

지난 7일 오전 충남 보령시 대천항에서 어선들이 잡은 물고기들이 위판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대규모 간척이 잇따르고 중국어선의 남획에 신음하는 황해는 어획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대천항(보령)/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지난 7일 오전 충남 보령시 대천항에서 어선들이 잡은 물고기들이 위판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대규모 간척이 잇따르고 중국어선의 남획에 신음하는 황해는 어획량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대천항(보령)/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30년간 총어획량 제자리…어선당 40% 감소
마구잡이 매립 오염 탓 크고 비싼 어종 씨말라
“꽃게요? 말도 마십시요. 꽃게가 안 나온 지 3년이 지나면서 빚에 쪼들린 어민들은 벌써 조업을 포기했습니다. 큰 배들도 목포쪽으로 다 내려갔습니다.” 김경범 옹진수협 상임이사의 푸념이다.

꽃게의 어획량 격감은 사실 예고된 일이었다. 1995년 껍데기 폭이 11㎝ 이상인 성숙한 꽃게는 어획물의 약 90%를 차지했다. 그 비율은 줄고 또 줄어, 2003년 75%로 떨어졌다. 그 사이 연평어장에는 대규모 모래 채취와 간척매립, 중국어선의 남획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연근해 가운데서도 서해안은 남획에 간척·매립·오염까지 겹쳐 수산물의 질과 생산력 저하는 가공할만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도권에 가까운 경기·인천 연안의 상태는 가장 심각하다. 1990년 10만t이던 이 곳 어획량은 지난해 3만t으로, 15년 사이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기 인천 연안 어업생산량 추이
경기 인천 연안 어업생산량 추이
경기·인천 연안의 상태를 두고, 정갑식 한국해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흑해의 어장황폐화 사례보다 더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흑해에서는 1980년대 중반 다뉴브강 댐 때문에 영양분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서 주요 수산어종인 멸치류의 어획고가 3분의 1로 떨어져 큰 사회문제가 됐다. 정 박사는 “수산자원이 고갈되고 해파리가 번창하는 현상이 두 곳에서 똑 같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경기 연안 생태계의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산자원 붕괴의 근본원인은 서식지 파괴와 남획이다. 경기 김포에서 해안을 따라 충남 당진까지 가는 동안 제방 등으로 막히지 않은 자연해안선은 1%도 남아있지 않았다. 서해안에서 수산생물의 핵심 산란·서식지였던 영산강, 만경강, 동진강, 금강, 천수만, 아산만, 남양만, 소래포구가 그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 이제는 함평만과 곰소만 2곳만 남아있다.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어민들은 더 큰 배로 더 멀리까지 조업을 하게 되고, 어린 고기까지 잡다 보면 재생산 능력이 떨어져 어획량이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지난해 전국의 연근해 어획량은 1975년과 같은 110만t이었지만, 어선의 t당 생산량은 지난 30여년 동안 40% 이상 감소했다. 30년 전보다 더 많은 어선이 나가 30년 전과 같은 양을 잡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획의 내용을 보면 전혀 다르다. 값진 고기에서 싼 고기로, 큰 고기에서 작은 고기로 바뀌었다.

연근해 자원량 및 어획량 변동 추이
연근해 자원량 및 어획량 변동 추이

국립수산과학원의 이번 조사에서도 그런 양상이 드러난다. 어른고기 비율이 낮은 것으로 드러난 갈치·참조기·보구치·참돔·갯장어는 모두 바다 밑에서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종류이다. 이들은 육질이 좋아 비싸게 팔리는 반면, 수명이 7~15년으로 길고 번식력이 낮으며 성장이 더디다. 따라서 남획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들이 사라진 빈 바다에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는 표층성 어류들이 급증했다. 멸치와 오징어 등이 여기 포함된다. 멸치와 오징어는 자원의 3분의 1가량이 다 자란 개체였다. 수명이 1~2년인 이들 두 종은 전체 연근해 어획량의 절반 가까운 45만t을 차지한다. 포식자가 사라진 바다를 값싼 생선이 채우는 것이다.

부경대 해양생산관리학과 장창익·이선길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저서성 어류의 어획량은 동해에서는 1980년대까지 약 60%를 차지하다가 1990년대에 10%로 급락했고 황해에서도 같은 기간 50~80%에서 40%로, 남해에서는 50~80%에서 30%로 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어른고기의 감소현상은 특히 황해에서 심각하다. 부경대와 국립수산과학원 연구팀은 최근 한국수산자원학회에 낸 논문에서, 황해의 잠재 재생산력 감소가 가장 심각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성숙어 남획이 계속되면서 동해와 남해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황해에서는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재생산력이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재봉 박사는 “남획과 환경훼손이 어류의 ‘세대 단절’을 부르고 있다”며 “자원의 재생산 능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솎아내는 어획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도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본격적인 수산자원 회복에 나서고 있다. 연근해 자원량은 1980년 1천만t에서 계속 줄어 2015년엔 390만t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수부는 2015년까지 생태계에 기반을 둔 1천만t의 최적 수산자원량을 달성한 뒤 해마다 150만t씩 지속적으로 어업생산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이를 위해 자원량이 급감한 갈치, 참조기, 말쥐치 등 40종을 회복대상종으로 선정해 단계적 목표량을 설정하는 등 대책에 나섰다. 올들어서는 도루묵, 꽃게, 낙지, 오분자기 등을 대상으로 자원회복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장창익 교수는 “참조기 등 고급 수산자원의 재생산 메카니즘이 붕괴되고 있음에 비춰 정부의 노력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과학적인 자원평가에 기초한 자원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대천·인천/이정애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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