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썩지않는 플라스틱 생수통은 왜 이리 많아?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치악산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산자락에 위치한 황토방 민박집과 치악산 휴양림에서 체류하는 3일 동안, 치악산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특히 둘째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일행들과 함께한 산행에서 만난 치악산은, 왜 사람들이 많이 찾는지 알게 했습니다. 곧은재매표소에서 시작해 구비진 능선을 타고 치악산의 주봉인 비로봉에 올랐다가, 다시 황골매표소로 돌아오는 산행에서 말이죠. 차디찬 계곡물이 바위사이로 요리조리 흘러내려오는, 깊은 계곡을 따라 줄지어 찬찬히 올랐습니다. 낙엽으로 가득한 산길을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치악산은 늦가을의 마지막 단풍을 뽐내면서도 겨울 맞을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무들은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비와 세찬 바람으로, 자신을 감싸주었던 나뭇잎들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초록빛으로 가득했던 나뭇잎 대신에 앙상한 가지만이, 파란 하늘을 향해 가냘프게 뻗어 있었습니다. 언제나 푸르른 소나무와 산죽이 여름철 강렬했던 푸른빛을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평일이라 그런지 아니면 단풍철도 끝나고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우리 일행 말고 산을 찾은 사람들은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대신 치악산을 찾은 사람들이 숲 속 깊숙이 버리고 간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곧은재로 향하는 경사진 오솔길과 비로봉으로 이어진 능선을 따라 가는 길 곳곳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이 그것이었습니다.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가는 쉼터에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자리하고 있었는데요. 낙엽위에 너부러진 휴지부터 귤껍질, 생수통, 사탕봉지, 맥주캔 심지어 담배꽁초까지 온갖 세상 쓰레기들이 산 속에 있었습니다. 길에서 그것들이 보이는데로 손에 쥐어 보았는데, 얼마가지 않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누군가 흘리고 간 손수건과 수건을 이용해, 우선 부피가 큰 플라스틱 생수통과 쓰레기들을 겨울철 별미라는 과메기 엮듯이 묶어보았습니다. 그렇게 엮고 나니 산행하는데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주운 쓰레기들을 과메기처럼 엮는 것도 모자라, 보조가방을 일행에게 빌려 거기다가 쓰레기들을 쑤셔 넣어야 했습니다. 황골매표소로 내려오는 동안에도 계속 눈에 보이는 쓰레기들을 주워놓고 보니 보조가방이 터질듯 빵빵해졌습니다. 암튼 몇몇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산은 병들고 도시처럼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리고, 진정 산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의 눈살까지 찌푸리게 되는게 아닌지? 주워온 그 많은 쓰레기들은 그냥 쓰레기가 아니라, 쓰레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남은 마지막 양심이 아닐까 합니다.
아참, 산속에 쓰레기를 버리시는 분들께, 두 가지만 제안해 볼까 합니다.
1. 쓰레기를 버릴라면 길가에 버리세요! 다른 사람들이 편히 주울 수 있게. 눈에 안보이게 멀리 던지지 마시고요.
2. 플라스틱 생수 대신에 보온병에 따뜻한 보리차를 담아오심이 어떨까요? 보온병이 조금 무겁겠지만, 쉽게 산 속에 버리거나 하지 않을테니까요.
나뭇잎을 잃어버린 나무들이 겨울채비를 하고 있다. ⓒ 필진네트워크 리장
산에서 담배피는 사람들 정말 이해가 안 간다. ⓒ 필진네트워크 리장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필진네트워크 리장
출입을 막은 철조망안 계곡에 플라스틱 생수통이 보인다. ⓒ 필진네트워크 리장
점점 불어나는, 과메기처럼 엮은 쓰레기. ⓒ 필진네트워크 리장
2. 플라스틱 생수 대신에 보온병에 따뜻한 보리차를 담아오심이 어떨까요? 보온병이 조금 무겁겠지만, 쉽게 산 속에 버리거나 하지 않을테니까요.
쓰레기를 과메기 엮듯 묶는 것을 포기하고 보조가방에 담아야 했다. ⓒ 필진네트워크 리장
비탈진 계곡 아래로 던져진 생수병. 이것을 주으려고 용을 써야 했다. ⓒ 필진네트워크 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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