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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황폐해진 어장 어민들이 살린다

등록 2006-11-26 20:09

마을 앞 자율관리 공동어장에서 대게를 잡아 올리는 경북 울진군 죽변 자망자율공동체 어민. 해양수산부 제공
마을 앞 자율관리 공동어장에서 대게를 잡아 올리는 경북 울진군 죽변 자망자율공동체 어민. 해양수산부 제공
연근해 ‘자율관리어업 공동체’ 늘어
“먼저 잡는 게 임자” 계속 땐 공멸
남획·불법어업 자제…청소도 스스로
“크고 여문 대게를 잡아 가구당 연간 4천만~5천만원의 소득을 올립니다. 서울 사람 안 부럽지요.”

지난 22~23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자율관리어업 전국대회에 참석한 500여 어민들은 경북 울진군 죽변 자망자율공동체 장덕순 위원장의 발표를 숨죽여 들었다.

놀랍게도 이런 성과는 어획 기간을 단축하고 그물코를 늘리며 그물 길이를 줄이면서 이룬 것이었다. 2000년대 초반 대게가 급감하자 어민들은 스스로 자원 관리에 나섰다. 주인 없는 대게를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의 어업을 더는 계속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2004년 41명이 자율관리 공동체를 구성한 뒤 그물 양을 절반으로 줄였다. 그물에 어민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는 어구실명제도 전국에서 처음 시작했다. 불법 어업과 폐어구 방치를 막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물코도 24㎝에서 27㎝로 키웠다. 지난해부터는 법에 정한 금어기가 11월까지인데도 자진해서 12월15일까지로 늘렸다. 껍질을 벗은 대게가 성장하도록 기다리기 위해서다. 다른 어민이 보기엔 미친 짓 같던 이런 노력은, 2004년 170t이던 대게 어획량이 2005년 178t, 올 들어 7월까지 260t으로 느는 성과로 나타났다. 회원은 53명으로 늘었고, 지금은 바닷물 속에 오래 방치하면 저절로 분해되는 친환경적 생분해성 그물로 시험조업을 하고 있다.

남획과 불법 어업, 서식지 파괴로 황폐해져 온 연·근해 어장을 살리려는 어민들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2001년 63개 공동체로 시작한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는 현재 전체 어촌계의 22%인 443곳에 참여 어민 3만4천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기존 관행어업과의 잦은 분쟁, 정부 지원금 의존, 노령화로 인한 지도자 부족 등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연·근해 어업을 되살리는 실마리를 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장 청소나 종패 살포 등과 달리 가뜩이나 줄어드는 어획량을 자진해서 줄이자는 시도는 종종 반발에 부닥친다. 제주 성산읍 성산리 고송환(61) 어촌계장은 “평균 50대 후반인 해녀 계원 95명에게 ‘배운 거라곤 물질밖에 없는데 늙어서도 잡아먹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소라가 주산물인 이곳에서는 9일 작업하고 6일 쉬는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개인별 채취시간도 4시간으로 제한돼 있다. 우뭇가사리 채취도 날을 정해 1년에 한번만, 그것도 도구를 쓰지 않고 개체의 일부만 뜯는 조건에서 허용한다. 만일 약속을 어기고 8㎝ 이하의 소라를 잡으면 벌금 10만원, 해안 청소에 빠지면 1만원 등 벌칙을 받는다.

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온다. 서귀포시 강정동공동체 김정기 위원장은 “해변에 돌을 쌓아 조류를 타고 들어온 멸치 등이 바위에 갇히도록 만든 전통 어법인 ‘원담’을 복원해 내년부터 체험어업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 나정2리 어촌계는 물속에 ‘전복 아파트’를 지었다. 한 변이 3.인 정육면체 콘크리트 구조물 10개를 바다에 가라앉히고, 여기서 2만마리의 전복을 기르고 있다. 매주 다이버가 자물쇠를 따고 먹이인 다시마를 준다. 이곳에선 기르는 어업과 잡는 어업의 경계마저 허물고 있다.


서귀포/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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